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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캐는 게 아니라 기른다? 인조 보석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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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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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생성된 ‘랩그론(Lab-Grown) 다이아몬드’가 글로벌 악세사리 시장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5분의 1 수준 가격대로 성분이 완전히 동일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 이목을 끌어모은 것이다. 국내외 랩그론 다이아몬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 역시 관련 사업에 뛰어들며 초기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 100% 일치, 가격은 5분의 1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도가 높은 광물이자 영원함을 상징하는 고급 보석이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하며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막대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3∼4km 깊이로 땅을 파헤쳐야 하며, 흙을 씻어내기 위해 대량의 물을 사용해야 한다. 1캐럿의 천연 다이아몬드를 채취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자그마치 500리터에 달한다.

반면 천연 다이아몬드의 대안으로 등장한 '랩그론 다이아몬드'는 사람이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인조 다이아몬드로, 천연 다이아몬드 생성 환경과 비슷한 조건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만들어진다. 고압·고온(HPHT) 방식, 화학기상증착법(CVD) 등을 활용해 실험실에서 2∼4주에 걸쳐 다이아몬드 시드(씨앗)에 탄소를 부착, 점차 크기를 키워가는 식이다.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특징은 동시에 여러 개의 다이아몬드 시드를 키워 한꺼번에 수십 개의 랩그론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성분은 자연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와 100% 동일하며, 보석 감정사 역시 특수 장비 없이는 구별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랩그론 다이아몬드 반지/사진=이랜드그룹

천연 다이아몬드, 이미 인조에 밀렸다

랩그론 다이아몬드는 다국적 보석기업 드비어스의 유명 카피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명제를 보란 듯이 무너뜨렸다. 랩그론 다이아몬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후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비어스는 상품 가치가 높은 ‘셀렉트 등급’ 다이아몬드 원석 값을 최근 1년 새 40% 인하했다. 작년 7월 캐럿당 1,400달러(약 189만원)에 달했던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올해 7월 850달러(약 115만원)까지 미끄러졌다.

드비어스 측은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 급락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일었던 보복 소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랩그론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인조 다이아몬드 수요 급증이 가격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랩그론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를 밀어내며 그 저력을 입증하자, 시장 곳곳에서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시장조사업체 폴 짐니스키는 전 세계 랩그론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가 2016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30년 약 499억 달러(약 66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KDT다이아몬드의 랩그론 쥬얼리 브랜드 '퍼스트다이아몬드'의 상품/사진=퍼스트다이아몬드

국내 기업들 줄줄이 시장 선점 나서

국내 기업들 역시 랩그론 다이아몬드 '열풍'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랩그론 다이아몬드 개발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인 KDT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다. KDT다이아몬드는 2019년 송오성 서울시립대 신소재학과 교수와 함께 연구에 돌입, 2021년 말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 여덟 번째로 랩그론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KDT다이아몬드는 11월부터 인조 다이아몬드의 '메카'로 꼽히는 인도에서 연면적 2,000㎡(600평) 규모 랩그론 다이아몬드 제조·연마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목표 완공 시점은 내년 3월 초다. KDT다이아몬드는 가동 첫해에 3만6,000캐럿, 향후 연간 10만 캐럿의 랩그론 다이아몬드를 생산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더그레이스런던'과 '로이드'를 운영하는 이월드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월드 주얼리사업부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올해 5월 출시한 랩그론 주얼리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의 오프라인 매장 2호점을 열었다. 더그레이스런던은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하며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국내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이월드의 또 다른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 역시 최근 5부 랩그론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를 출시했다.

SSG닷컴도 지난해 랩그론 다이아몬드 공식브랜드관을 오픈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SSG닷컴은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친환경성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워 '세그먼트에이', '존폴쥬얼리', '디네치' 3개 브랜드에서 350여 개에 달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국내외로 랩그론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현재 랩그론 다이아몬드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인도 등 8개국에 그친다. 우리나라가 시장 선두 주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과연 국내 기업들은 폭발하는 랩그론 다이아몬드 수요를 흡수하며 시장을 견인해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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