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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지갑 '홀쭉'해지고 있는 우리 경제, 그나마 오름세 보였던 실질 국내총생산도 '불황형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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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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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023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지난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0.7% 쪼그라든 반면, 실질 국민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상승하면서 2분기 연속 플러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실질 GDP의 성장세는 '불황형 성장'이지, 우리 경제가 근본적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 2분기 실질 GNI·GDI 감소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 2분기(4월~6월) 실질 국민총소득은 473조6,000억원으로 1분기(476조9,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0.7%) 감소했다. 실질 GNI란 국내총소득에서 국외순수요소소득을 더한 뒤, 추가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지표다. 또한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벌어들인 돈에서 국내에서 외국인에게 지급한 돈을 뺀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실질 GNI는 물가 상승을 반영한 국내에서 거주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총소득을 말하며, 해당 수치가 2분기에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국민들의 지갑이 가벼워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 GNI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이라는 분석이다. 감소 폭은 지난해 2분기 -0.9%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모습이다. 물가 영향을 뺀 명목 GNI는 565조7,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 556조6,000억원에서 0.2% 감소한 모양새다.

한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462조원에서 463조2,000억원으로 0.3% 증가했지만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14조9,000억원에서 10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GDI란 국민경제의 실질 구매력 파악을 위해 활용되는 지표다. 한은에선 교역조건(terms of trade) 악화로 실질무역손실 규모가 32조2,000억원에서 34조원으로 확대된 것이 실질 GNI와 실질 GDP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총저축률은 33.5%로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총투자율도 0.1%포인트 오른 32.2%를 기록했다. 국외투자율은 1.2%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실질 GDP는 플러스, 불행 중 다행?

반면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7월 말 발표한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 0.3%에서 성장 폭을 키웠지만 소비와 수출입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GDP의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2020년 1·2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2020년 3분기부터 다시 플러스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수출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0.3%)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민간소비가 올라와 준 덕에 올해 1분기 0.3%로 반등한 뒤 두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올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설비투자를 제외한 모든 부문이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가 음식·숙박 등 서비스와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를 중심으로 0.1% 줄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2.1%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토목건설 부진 등을 이유로 0.8% 위축된 모양새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줄었으나, 기계류가 늘어 전체적으로 0.5% 증가했다.

이처럼 민간·정부 소비 등이 모두 부진한데도 불구, 전체 GDP가 0.6%가 성장한 것은 순수출이 증가한 것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즉 실질 GDP란 소비 관점에서 바라보면 가계소비·민간투자(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포함)·정부지출·순수출의 합인데, 1분기 대비 수출의 감소 폭보다 수입의 감소 폭이 더 커 순수출이 늘면서 플러스 성장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에 대한 항목별 기여도 분석에서도 순수출(1.4%포인트)과 설비투자(0.1%포인트)만 증가하고 가계소비, 정부지출,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 0.4%포인트, 0.1% 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황형 성장에 가깝다고 봐야

다만 전문가들은 올 2분기 실질 GDP가 플러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곧 우리 경제의 실제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에 유의를 당부했다. 앞서 살펴봤듯 올 2분기 실질 GDP의 상승세를 견인했던 주요 원인이 순수출의 증가인데, 그 실상을 살펴보면 수출의 증가분이 수입의 증가분보다 커져서 발생한 '건전한' 성장이 아닌, 수출과 수입의 절대 규모가 동시에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하면서 촉발된 '불황형' 성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실제 2분기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이 늘었지만 석유제품 등이 줄어 총체적으로는 0.9% 감소했다. 한편 수입의 경우 원유·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3.7%나 줄어 수출보다 감소 폭이 더 큰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 초부터 6월까지의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조7,000원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등 핵심세목을 중심으로 세수가 크게 감소했다. 이는 우리나라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기업·가계 부문의 경제 활동 또한 위축된 것이 세수 부족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재정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정부지출을 늘려 가계와 기업 부문의 실물 경제를 부양하고, 이를 통해 가계소비와 민간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주도하에서 부양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 채무 확대로 인해 금융 불균형 리스크가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으나 재정 지출은 곧바로 기업의 설비 투자 증대로 인한 생산량 증가 등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한국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이같은 재정지출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을 시행하고 있고, 중국 또한 최근 웨이퍼 생산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는 등 반도체 산업을 향한 '자급자족'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부품 생산 및 수출을 경제 성장 동력의 주축으로 삼던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실적 악화로 점차 무역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 이후의 차세대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서 본질적인 경제의 실력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혁신을 주도할 산업을 새롭게 찾지 않고 막대한 재정 지출을 이어가는 것은 자칫 산업 경쟁력이 부족한 기존 산업들에 산소호흡기만 계속 붙여놓고, 국가 채무만 늘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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