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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동산금융 규모를 늘린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상승 중인 연체율은 물론,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상반기에만 96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수익성마저 악화됐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역머니무브’ 현상으로 저축은행들의 수익성 회복이 더욱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수익성과 건전성 저하 본격화
6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이 장기신용등급을 보유한 8개사(SBI, 웰컴, 신한, KB, JT친애, IBK, BNK,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올해 3월 기준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을 조사한 결과 브릿지론은 32.9%, 본 PF는 42.9%로 6개월 새 각각 8.8%p, 10.8%p 상승했다. 요주의이하여신에는 연체 기간이 3개월 미만인 요주의여신부터 6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까지가 포함된다.
또한 저축은행의 부동산대출 사업장 대부분 만기연장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신평에 따르면 저축은행 8곳이 취급한 브릿지론과 본 PF의 30% 이상이 1회 이상 만기가 연장됐다. 2회 이상 연장된 비율도 각각 19.2%, 12.6%로 6개월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아울러 저축은행 업계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도 크게 낮아졌다. 한신평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업계 ROA는 1.22%로 2021년 말(1.87%)보다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업계 평균 ROA도 -0.16%로 전년 동기(1.52%) 대비 0.65%p 하락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한신평은 저축은행업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대출 공급이 감소했고, 올해도 조달 비용 증가와 높은 대손비용 부담 등으로 대출 공급 감소가 지속하고 있다”면서 “업계 전반 수익성과 건전성 저하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보다 크게 늘어
저축은행 전반의 연체율도 심각한 상황이다. 6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말 3.31%에서 올해 상반기 6.35%로 3.04%p 크게 늘었다. 총여신 연체율도 5.33%로 지난해 말(3.41%)과 비교해 1.92%p 상승하며 급등했다.
전체 79곳 중 37개 저축은행이 5% 이상의 연체율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는 이번 달을 기점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신평은 “대출금리가 만기 연장 시 9∼11%로 약 2배로 상승하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이 가중됐고, 2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 수가 증가하면서 향후에도 (저축은행의) 사업성이 상당히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의 약 76%가 다중채무자, 개인신용 평점 기준 하위 20%에 해당하는 비중이 40∼50%로 열악한 신용도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적자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상반기에만 96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918억원 감소한 수치로, 예대금리차 축소로 이자이익이 줄고 신용 손실에 대비한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하반기에도 ‘수익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을 듯
업계 불안에도 금융 당국과 저축은행업계는 하반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9월 위기설’ 진화에 나서고 있다. 먼저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 상반기 영업 실적을 발표에서 "저축은행의 손실 규모가 올해 2분기 들어 축소되고, 연체율도 연체채권 정리를 상·매각하며 상승 폭이 둔화했다"며 “하반기 저축은행 영업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업계도 같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수신금리 경쟁 이후 발생한 적자가 정상화 수순을 밟으면서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지만 유동성 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함께 세심한 모니터링을 통해 연체율 및 부실채권 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시중은행보다 정기예금 금리를 1~2%p가량 높게 책정해 자금을 조달해 온 저축은행은 올해 가산금리 수준을 낮춰 이자 부담을 덜어내는 전략으로 건전성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들이 4%대 예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12개월 만기 기준)는 지난 4월 3.51%를 기록한 이후 5월 3.59%, 6월 3.76%, 7월 3.81%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844조9,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9,86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이후 두 달 연속 10조원을 돌파하면서 전형적인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자 저축은행들도 이에 맞춰 예금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소극적인 모습이다. 다만 곳곳에 자금 상환 압박과 부실 위기가 상존한 만큼 자금조달을 위해 수익성 악화에도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