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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글로벌 OTT 시장 ‘계정 공유 단속’ 흐름에 동참했다. OTT 업계 전반에 찬바람이 불어닥치자,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요금제 인상, 계정 공유 단속 등에서 활로를 찾는 양상이다. 미 외신 버라이어티지는 지난 2일 디즈니+가 올해 11월부터 캐나다의 가구 외 계정 공유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연말부터 계정 공유 단속이 시작된다.
수익성 확보 위한 '넷플릭스 벤치마킹' 전략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지난 8월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이미 계정 공유 단속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현재 계정 공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유료 구독자가 친구 및 가족과 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최선의 옵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연말에는 계정 공유에 대한 추가 약관이 포함된 가입자 약관을 업데이트할 것이며, 2024년에는 수익 창출을 위한 전략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디즈니+의 계정 공유 단속 방식은 넷플릭스와 거의 흡사하다. 앞으로 디즈니+ 계정은 계정 소유자와 같은 가구 내에 거주하는 사람만 공유할 수 있으며, 가족 이외 사람들과 계정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일정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만약 계정 사용 분석을 통해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 구독 해지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디즈니+의 수익성 확보 기조는 계정 단속이 아닌 요금제 변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월트디즈니는 이번 달부터 미국에서 디즈니+, 훌루, ESPN+의 독립형 프리미엄 등급 가격을 인상한다. 이달 12일부터 △디즈니+ 프리미엄(광고 없음)은 3달러 오른 월 13.99달러(약 1만9,036원) △광고 없는 훌루는 3달러 오른 월 17.99달러(약 2만4,478원) △ESPN+는 1달러 오른 월 10.99달러(약 1만4,954원)로 각각 이용 요금이 인상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단속' 효과 톡톡히 봤다
OTT업계 계정 공유 단속의 시발점은 넷플릭스였다. 기존 넷플릭스 이용약관은 한 가구 내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 한해 계정 공유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넷플릭스 이용자는 4명의 인원을 모아 프리미엄 멤버십을 결제, 각자 월 약 4,000원을 내고 계정을 공유해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다수의 이용자가 이 같은 ‘넷플릭스 4인 파티(계정을 공유하는 모임)’로 플랫폼에 유입되는 것에 대해 한동안 넷플릭스 측도 이를 묵인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돌연 넷플릭스는 가구 외 구성원과 계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추가 요금을 납부하라며 '계정 공유 정책'을 본격화했다. OTT 시장 성장세가 꺾이며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자,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시장 일각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왔다.
하지만 지난 7월 넷플릭스는 실적보고서를 통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2023년 2분기에만 589만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이용자는 2억3,83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했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지지부진하던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진 것이다.
실적 역시 개선됐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81억800만 달러(약 10조3,700억원)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18억3,000만 달러(약 2조3,100억원)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실적 발표 인터뷰를 통해 "(계정 공유 금지를) 전체 매출액 90%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넓힐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새 계정 공유 정책과 광고 요금제 도입 등에 맞춰 매출 성장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성장 정체를 넘어설 수단으로 계정 공유 단속 정책을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정 공유 단속, 디즈니+의 '탈출 카드' 될 수 있을까
위기에 빠진 디즈니+는 이 같은 넷플릭스의 '선방' 사례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23년 2분기 디즈니스트리밍 사업부는 약 6,736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용자 감소로 인해 콘텐츠 확보를 위해 쏟아부은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다. 같은 기간 디즈니+의 구독자 수는 1,160만 명 급감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본사인 월트디즈니마저 실적 악화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다. 지난 3월 전 월트디즈니는 세계 직원의 3.6%에 해당하는 7,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곳곳에서 악재가 쏟아지는 가운데, 콘텐츠 계정 공유 금지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디즈니+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