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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가장한 매매 그만”, 비주거용 부동산 상속·증여세 ‘시가’로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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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빌딩 등 주거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시가로 평가해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통상 비주거용 부동산의 실제 시세는 기준시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해당 부동산 보유자가 상속 또는 증여할 때 부담하는 세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감정평가 대상 비주거용 부동산 선정 기준을 포함한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꼬마빌딩 외에 대형 빌딩, 토지, 자산의 50% 이상이 부동산인 기업의 주식 등에도 공시지가나 기준시가 대신 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과세 형평성 위해 실제 가격 반영 필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에서는 세금 부과 대상 재산의 가격은 상속 및 증여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거래가 거의 없어 특정 부동산이 시장에서 매매되는 가격을 산정하기 어려운 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개별공시지가 또는 기준시가로 과세표준을 매겨 왔다. 하지만 이같은 공시가격은 실제 시장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경우가 많아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부동산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위치한 535개 꼬마빌딩에 대한 감정평가 진행한 결과 이들 부동산의 가치는 총 5조7,678억원으로 당초 신고가액(3조3,271억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해당 조사는 일부 납세자가 꼬마빌딩을 탈세에 악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국세청이 2020년부터 2022년에 걸쳐 3년 동안 감정평가를 진행한 결과다.

이번 개정된 상증세 사무처리규정에는 국세청 추정한 시가와 기준시가 차액이 10억원 이상 또는 추정시가 대비 차액이 10% 이상인 비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별도의 감정평가를 거쳐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자산총액의 50% 이상이 빌딩이나 토지 등 부동산인 법인의 주식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감정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2020년 1월 국세청이 밝힌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시가 평가 방침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국세청 관계자는 “주거용 부동산은 시가를 기준으로 과세 중이고, 상증세도 시가 기준 세금 부과가 원칙”이라고 강조하며 “비주거용 부동산의 감정평가는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서울연구원

실거래 없으면 감정평가해서 시세 산정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특정 물건이 거래되는 금액’을 의미하는 시가는 부동산에 적용될 경우 시가표준액과 시가인정액으로 구분된다. 이 중 국세청이 비주거용 부동산의 과세표준으로 제시한 기준은 시가인정액을 의미한다.

현행 상증법에서는 시가를 ‘정상적이고 독립된 시장에서 불특정다수인 간에 거래되는 시장가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가인정액의 산정은 실제 거래금액이 최우선이다. 다만 실거래가 없는 경우 해당 부동산의 취득 전 6개월, 취득 후 3개월 내에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수용가격, 공매가격, 경매가액 등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지방세의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등을 평가한 가액을 의미하는 시가표준액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기존 상증법은 취득한 재산의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만 보충적인 평가 방법으로 과세표준을 정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용 부동산과 달리 빌딩 등은 거래가 빈번하지 않은 탓에 보충적인 방법이 주된 과세표준으로 활용돼 왔다. 이같은 보충적 평가 방법에 해당하는 기준시가 등은 실제 부동산의 가치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어 일반 매매보다 증여를 취득 원인으로 했을 때 세금이 대폭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되곤 했다. 매매의 경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실제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부과한다.

사무용 부동산 임대료 인상 신호탄 되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이 턱없이 낮았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조치가 주거용 부동산과의 형평성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형빌딩의 경우 보유자의 대부분이 고액 자산가임에도 불구하고 비주거용 건물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과세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과 경기도의 3,000㎡(약 907평) 이상 대형빌딩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평균 52% 남짓에 불과했으며, 특히 개별 대형빌딩의 경우 시세반영률 편차가 적게는 38%에서 많게는 120%에 달해 조세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세전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금 부담이 커진 임대인들이 이를 보전하기 위해 매달 거두는 임대료를 인상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임차인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사무실 임대차 시장이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임대료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사무용 부동산의 평균 공실률은 전 분기 대비 0.2%p 하락한 2.1%를 기록했으며, 서울 강남 지역의 공실률은 0.9%에 불과했다. 여기에 신규 공급된 사무실들마저 빠른 속도로 소화되며 임대료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세금의 형평성을 위해 손본 규정이 엉뚱한 곳에 칼날을 드리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 역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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