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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재정 위기 ‘심각’에도 눈 돌린 채 “지방시대”만 외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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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등 재정 악화 호소 지자체 잇따라
긴축 위해 법도 원칙도 뒷전인 정부
지방 자립 외치다 파산, 일본 전철 밟을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장·민생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행정안전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243곳 중 상당수가 세수 부족으로 각종 현안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4곳은 지방채 발행을 검토 중일 정도로 심각한 재정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2024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세수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운 지자체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실질적으로 가용재원으로 커버할 수 없는 곳이 6곳 정도, 지방채를 발행할 정도인 형편인 곳은 4곳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들 지자체와 추가 가용 재원을 발굴하고 세출 구조조정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여러 다각적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포괄지방채 허용 검토

지자체 재정 위기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5월에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지역 국회의원 4명과 만나 “재정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수원시와 관련해 국비 확보를 위해 힘써 달라고 부탁했고, 10월에는 의정부시와 양주시 등이 재정 악화를 호소했다. 특히 의정부시는 재정 악화로 공무원들에게 지급할 월급마저 부족하다고 전해져 놀라움을 안겼다.

이처럼 심각한 재정위기의 원인으로는 법인 지방소득세 감소와 정부로부터 나눠 받는 보통교부세 축소가 꼽힌다. 수원시의 경우 법인 지방소득세 중 삼성전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5% 줄면서 내년도 법인 지방소득세의 급감이 확실시되고 있다.

양주시는 올해 삭감해야 할 보통교부세 약 29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더 큰 감액을 예상하고 있다. 지방 세입에서 정부 재원은 국고보조금 31.1%, 지방교부세 12.7% 등 그 비중이 상당하다. 전국적으로 올해 지방교부세는 최대 4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행안부는 지난 9월 세입 여건이 양호할 때 적립해 뒀다가 추후 활용하는 비상금 성격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사용가능 비율 상한을 폐지하고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의 용도를 제한하지 않는 포괄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2024년 지방재정 운용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말뿐인 ‘지방시대’, 자립 아닌 고립?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앞으로는 ‘지방시대’를 외치면서 실상은 재정 긴축의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59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기획재정부는 가장 먼저 지방교부세 및 교육재정교부금 23조원을 삭감하며 긴축에 들어갔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올해 세수 결손은 2년 뒤인 2025년 지방교부세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정부가 법과 원칙을 위배하면서까지 긴축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결손과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의 피해를 고스란히 지자체가 떠안게 되면서 각 지자체는 경상 경비 절감 등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추진 중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각종 사업에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나아가 교육예산, 복지 및 문화 사업 축소까지 검토하는 등 지역경제 전반에 암운이 깃들고 있다.

단계적 재정 분권, 되돌리기에도 먼 길

이처럼 지자체의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뚜렷한 해소 방안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역대 정부가 균형 발전을 국정 과제로 삼으며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거나 지방교부세율과 지방 교육재정 교부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한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는 ‘연방 국가 수준의 재정 분권화’를 기치로 내걸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2에서 7:3으로 조정했다. 부가가치세 중 지방세 몫인 지방소비세율을 두 배로 늘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세원의 지방 이전이 정치권 입장에서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의 차이가 없고 지자체의 독자적 재원이 늘어나는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중앙 정부 입장에서는 지출 관리와 재원 마련의 책임 부담을 덜어낼 수 있어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 일본은 일찌감치 이같은 전철을 밟았다. 정치권이 재정 개혁의 책임을 회피하며 모든 재원 마련과 지출 관리를 지자체의 몫으로 돌렸고, 세입의 상당 부분을 특정 산업에 의지하는 지자체는 해당 산업의 타격이 곧바로 지자체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석탄 산업의 쇠퇴가 지자체의 파산으로 이어진 홋카이도 유바리시,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지하철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재정 파탄이 거론되고 있는 교토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세입보다 세출이 많으면 비용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만큼 긴축 재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이 지자체의 핵심 현안 사업과 민생 경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효율적인 예산 편성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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