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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기업 '주가 급락'하자, VC 펀딩 6년 만에 최저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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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빌리티 기업 VC 펀딩 61억 달러로 지난해 실적에 크게 못 미쳐
전기차·자율주행자 기업, 전환사채 발행·리콜·추돌사고 등 악재 이어져
연이은 기업 주가 하락에 앞으로 몇 년간 신규 투자 유치하기 어려울 듯

최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전동스쿠터, 배달로봇 등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모빌리티 기술 기업에 대한 VC(벤처캐피탈)의 총 거래량은 191건으로 61억 달러(약 7조9,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 422건, 216억 달러(약 28조8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US VC deal activity in mobility tech
모빌리티 부문 VC 거래 현황(2023.11.14. 기준), 주: 거래량(네이비), 거래건수(옐로우), 당해년 거래량(민트),
당해년 거래건수(오렌지)/출처=PitchBook

리비안·니콜라 등 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 전망 악화

조나단 거르킨크(Jonathan Geurkink) 피치북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부문의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한때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리비안(Rivian)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9.65% 하락했다.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은 미 증권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2021년 11월 기업공개(IPO)와 비교하면 83% 떨어진 수치다.

전기·수소 세미트럭 제조기업인 니콜라(Nikola)도 2020년 3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우회상장 이후 9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8월 배터리팩 화재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트럭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면서 실적도 악화됐다. 올해 3분기 순손실은 전년 동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4억2,600만 달러(약 540억원)를 기록했다.

거르킨크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제조는 앱이나 클라우드 개발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테슬라의 성공 이후 리비안, 니콜라 등 많은 전기차 기업들이 등장했지만 이들 역시 자동차 산업을 혁신이 쉽지 않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감소한 데는 중국산 전기차 산업의 급속한 성장세도 영향을 미쳤다. 거르킨크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의 주요 부품과 공급망을 독점해 왔다"며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미국의 전기차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배터리 등 수익성있는 유망기술 선별해 투자해야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도 완성차 제조기업을 비롯해 관련 부품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 제조업체 투심플(TuSimple)의 주가는 2021년 IPO 이후 98% 하락했고, 아르고AI(Argo AI)는 새로운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지난해 폐업했다. 아르고AI는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브라이언 세일스키와 우버 자율주행팀을 담당한 피터 랜더가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지난 2020년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26억 달러(약 3조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한때 자율주행 부문의 선두 주자로 손꼽힌 바 있다. 이밖에 GM 산하의 자율주행차 기업 크루즈(Cruise)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와 보행자 간의 추돌사고가 발생한 후 로봇택시 950대를 리콜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기업들이 연이어 저조한 실적을 내자 앞으로 몇 년간 이 부문 VC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거르킨크 애널리스트는 "최근 모빌티리 부문에서 VC 펀딩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이미 여러 건의 대형 투자를 통해 모빌리티 시장에 자금이 투입된 데다 일부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현재 확보한 자금이 수익성있는 유망 기술에 투입될 수 있도록 투자처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 전기차 기업들에 대한 VC 투자 라운드가 거의 사라진 데 반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주목받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레드우드 머터리얼즈(Redwood Materials)와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는 투자 라운드를 열고 각각 9억9,700만 달러(약 1조1,800억원)와 4억6,000만 달러(약 52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와 관련해 거르킨크 애널리스트는 기술의 쓰임새, 대기업과의 협력, 특화된 서비스 등을 고려한 모빌리티 기술 투자의 벤키마킹 사례로 자율주행 스타트업 가틱(Gatik)을 제시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가틱은 월마트와 협력해 매장과 유통센터 사이를 운행하는 자율주행 전동스쿠터를 개발했고 지난해 시리즈 C 라운드를 통해 15억9,000만 달러(약 2조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81억 달러(약 105조원)로, 전년도 시리즈 B 라운드에서의 기업가치 30억7,000만 달러(약 39조8,000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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