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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분쟁 패소해 최신 애플워치 판매 중단한 애플 ITC 결정 최종 승인하는 바이든에 애플의 운명이 달렸다 분쟁의 씨앗은 혈중 산소 감지 센서, 마시모 기술 베꼈나
애플이 지난 10월 출시한 최신버전 애플워치 시리즈가 연말 소비 성수기를 앞두고 판매가 중단될 예정이다. 미국 의료기기 제조사인 마시모(Masimo)와의 특허 분쟁에서 패소한 데 따른 조치다. 애플은 이번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다.
애플워치, 연말 극성수기에 판매 중단 날벼락
18일(현지 시각) 애플은 성명서 발표를 통해 최신 버전의 애플워치 2종류의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온라인 스토어는 오는 21일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오는 24일부터 애플워치 시리즈9 모델과 울트라2의 판매가 중단된다.
이 같은 조치는 마시모가 애플에 제기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특허 분쟁에서 애플이 패배하면서 벌어졌다. 앞서 마시모는 지난 2013년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맥박 산소측정기를 출시한 후 애플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애플이 자사 스마트워치에 비침습성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추가해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구축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이듬해 벌어졌다. 마시모의 최고의료책임자와 마시모 계열사 최고기술책임자가 연달아 애플에 입사한 뒤 애플이 산소측정과 스마트워치와 관련된 특허를 출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생체 동맥 내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이 포함된 애플워치를 시장에 선보인 애플은 곧바로 마시모로부터 제소당했다. 당시 해당 제품을 접했던 조 키아니 마시모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우리 기술을 바탕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재 ITC의 판결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검토가 진행 중이다. 미국 대통령이 ITC 판결의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ITC의 명령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애플은 애플워치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은 “이번 결정은 이미 고객에게 판매된 애플워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혈중 산소포화도 탐지 기능이 없는 신규 SE 모델은 기존대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애플은 이번 ITC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다.
미국 '맥박 산소측정기 시장' 최강자 ‘마시모’
이번 애플과의 특허 분쟁에서 승소한 마시모는 수익성 높은 미국 내 틈새시장인 맥박 산소측정기 부문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미국 의료기기 제조사다. 마시모의 2020년 총매출액은 12억 달러(약 1조5,500억원), 순이익은 2억2,300만 달러(약 2,885억원)에 달한다. 2020년 기준 마시모의 의료기기 사업 총마진율은 65.8%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현재 마시모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인 ‘맥박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지난 1995년 처음 도입됐으며, 이후 2005년 ‘레인보우 맥박 산소포화도 측정’ 기술을 통해 혈액 성분에 대한 비침습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됐다. 환자의 피를 뽑지 않고도 총 헤모글로빈(SpHb®), 산소 함량((SpOC™),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SpCO®), 메트헤모글로빈(SpMet®), 맥파변동지수(Pleth Variability Index, PVi®) 등을 측정할 수 있어 임상은 물론 비임상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마시모는 정밀한 신체 통계를 필요로 하는 전문 운동선수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웨어러블 기기, 가수들이 노래할 때 성대에 영향을 미치는 수분 레벨 측정기 등의 응용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마시모 창업자 키아니는 샌디에이고대에 입학해 신호처리 권위자 프레드 해리스 교수의 제자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반도체 제조업체인 안샘일렉트로닉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시에 겸업으로 한 스타트업에서 100달러짜리 저가형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설계했다. 하지만 해당 측정기는 측정 중 환자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 실수로 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았다. 이에 키아니는 스타트업에 경보 빈도를 줄일 방법을 제안했지만 회사 측에서 거절하자 1989년 마시모를 설립하고, 환자가 손가락에 부착한 채 돌아다니거나 혈류가 적더라도 측정이 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개발해 냈다.
키아니는 곧바로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의료 시장에서는 여러 병원을 아우르는 공동구매조직(GPO)와 미국 대형 의료기기 제조사인 넬코어 간에 수익성 높은 독점 거래가 체결돼 있어 녹록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2002년 뉴욕타임스의 고발 보도로 반전됐다. 미 상원 사법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에 증인으로 소환된 키아니는 독과점 상황을 고발하고, 미국 의료 시장을 개척해 지금에 이를 수 있게 됐다.
애플의 기술 도용, 이번이 처음 아니다
한편 애플이 특허 분쟁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 사례로는 지난해 2월 애플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과의 특허 분쟁이 있다. 이는 칼텍이 지난 2016년 와이파이 칩 공급업체 브로드컴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칼텍은 “브로드컴의 칩셋이 IRA/LDPC 코드와 관련된 칼텍의 특허권을 도용했다”며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브로드컴을 고소했고, 이어 “브로드컴의 칩셋을 사용하고 있는 애플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애플이 고의로 특허를 침해한 여지가 있다"며 애플에도 고소장을 날렸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20년 열린 1심에서 로스앤젤레스 법원 배심원단이 칼텍의 손을 들어주며 애플과 브로드컴의 패배로 끝났다. 애플과 브로드컴은 곧바로 항소했지만 2022년 2월 미국의 특허 소송 전문 법원인 연방 순회항소법원마저 특허 침해가 있었다고 판결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현재 애플은 대학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오명과 함께 칼텍에 지급할 배상 금액 산정 재판을 앞둔 상태다.
애플은 지난 2019년 카이스트의 자회사인 KIP와 애플코리아가 벌였던 '핀펫' 반도체 특허권 분쟁에서도 패소해 KIP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ITC로부터 삼성전자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무선 통신체계에서 전송 형식 조합 지시자를 부호화·복호화하는 방법과 장치’와 관련된 특허를 침해한 혐의가 인정돼 아이폰4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를 명령받기도 했다.
이처럼 애플과 관련된 특허 침해 분쟁이 잦은 탓에 애플이 의도적으로 기술 도용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부르면, 그것은 죽음의 키스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애플이 교묘한 수법으로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과 인력을 도둑질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WSJ은 “그간 20여 개의 중소기업이 애플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벌였다”며 “애플은 그때마다 이들을 상대로 수백 개의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미국 지식재산권(IP) 조사 회사인 파텍시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특허심판위원회에 제기한 특허 무효화 소송 중 애플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애플은 이에 대해 “우리는 기술을 훔치지 않고 타사의 지적 재산을 존중한다”며 “오히려 타 사에서 우리의 기술을 모방하고 있으며, 법정에서 싸워 명명백백히 밝혀낼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