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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교통] ② 뉴욕 혼잡통행료 도입 앞두고 소송 등 갈등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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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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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해튼 중심부로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 도입
뉴저지·롱아일랜드·코네티컷 등 외곽 자치구 4곳 반대 입장
기존 통행료, 주차비에 더해 출·퇴근 시 100달러 이상 지출

미국 뉴저지주가 미 연방도로청(FHA)을 상대로 뉴욕시가 추진하는 혼잡통행료 도입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뉴욕시의 혼잡통행료 도입을 승인한 FHA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뉴욕시는 교통 혼잡 개선과 대기오염 완화를 위해 혼잡통행료 징수한다는 계획을 FHA에 제출했고 지난 6월 FHA는 이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The Central Business District (CBD) Tolling Program
사진=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뉴저지주 소송 제기 "혼잡통행료로 우회하는 차량 늘어날 것"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필립 머피 뉴저지주지사, 뉴저지를 지역구로 하는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 조시 고타이머 하원의원은 뉴저지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서 원고는 "출·퇴근 등 업무상 맨해튼으로 이동하는 뉴저지주 거주자들에게 통행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며 "운전자들이 통행료를 부담하지 않으려고 우회할 경우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등 다른 지역의 교통량이 늘어나 해당 지역의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뉴욕시 교통국(Department Of Transportation, DOT)이 승인한 1,000 페이지 분량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우회하는 운전자로 인해 뉴저지주의 교통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FHA의 승인을 취소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머피 주지사를 포함한 원고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뉴저지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혼잡통행료 징수 계획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진 계획을 신속 승인한 FHA의 결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OT는 혼잡통행료 징수로 인해 뉴저지주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혼잡통행료는 결국 부과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뉴욕시의 완고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혼잡통행료와 관련해 뉴저지, 롱아일랜드, 코네티컷 등 뉴욕 외곽 자치구 4곳에서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조지워싱턴 대교의 뉴저지 방향에 위치한 포트 리(Fort Lee)는 버켄 카운티의 공무원을 대신해 지난달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통행료 징수 후 운전자들이 맨해튼 남부를 가로질러 브루클린이나 퀸즈로 진입하는 대신 혼잡통행료를 피하기 위해 뉴저지주 북부 지역으로 우회함으로 인해 버겐 카운티가 추가적인 배기가스 배출이 발생함으로써 소요되는 비용을 청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DOT는 통행료 부과로 인해 버겐 카운티의 차량 통행량의 증가는 1% 미만에 불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통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현재 뉴욕시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80%는 뉴저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저지 주에 거주하면서 조지워싱턴 브릿지를 건너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차량은 매일 27만6,000대, 연간 1억 대가 넘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미 맨해튼으로 진입하는 교량·터널 1회 통행료 17달러(약 2만2,000원)에 도심 주차료가 반나절에 40~60달러(약 5만2,000원~7만8,000원) 소요되는데 왕복 최대 40달러(약 5만 1,400원)의 혼잡통행료까지 더해지면 하루 100달러(약 13만원) 이상을 지출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치솟는 도심 물가로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는 만큼 혼잡통행료가 부과된다면 ‘출근 기피’ 문제가 더 악화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뉴욕시의 혼잡통행료 부과 방침에 반발한 뉴저지주의회에는 최근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에게 재택근무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스테이 인 저지(Stay-in-Jersey)’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환경단체 "통행료 징수, 차량 운행 줄여 대기오염 개선 효과"

반면 혼잡통행료 징수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는 시민 단체들은 혼잡통행료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은 통행료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인센티브 등 재정적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이 단체들은 우버, 리프트 등 이미 혼잡통행료를 지불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 기업들에 통행료과 유사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환경운동가들도 혼잡통행료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에 따르면 운송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큰 탄소 오염원으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29%를 차지한다. 이 중 자동차와 트럭이 배출하는 배기가스는 운송산업 전체 배출량의 81%를 차지한다. 운송물류 컨설팅 회사 인프라스트래티지(InfraStrategies)의 조슈아 샹크(Joshua Schank) 대표는 "혼잡통행료는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최고의 정책으로 가솔린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샹크 대표는 지난 2019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교육혁신 총괄책임자로 재직하면서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연구 결과에 대해 "배기가스 감축과 관련해 전기차 전환, 대중교통 확대 등의 정책은 그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전기와 에너지 집약적인 채굴과정을 통해 제조한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탄소배출과 관련이 깊고 대중교통 노선을 신설·확대할 경우 교통량을 줄이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도로가 덜 혼잡해지면 그만큼 개인차량 사용량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자동차 운행량을 줄이는 것이 지구 온난화와 배기가스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며 "혼잡통행료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뉴욕시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과 보행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몇 주 안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2003년부터 혼잡통행료를 도입한 런던의 사례를 보면 통행료를 부과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걷거나 대중교통, 자전거를 이용하는 런던 시민들이 늘어났고 차량의 탄소 배출량은 20% 감소했다.

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의 총괄수석 카터 루빈(Carter Rubin)은 "운전자들은 자신이 배출하는 탄소나 도로를 사용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차량 이용이 불가피한 것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운전을 선택한다"며 "그 결과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만성적인 교통 체증과 높은 배기가스 배출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을 때 차량 운행량이 늘어나는 것은 무료로 나눠주는 공짜 상품에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혼잡통행료 본격 시행되면 반대여론 수그러들 것"

다만 미국의 대도시 주민들은 개인차량을 운전해 이동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반발은 혼잡통행료 징수와 관련한 정치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정책연구기관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선임연구원인 에이디 토머(Adie Tomer)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에서 혼잡통행료 징수를 검토해 왔지만 도입을 추진하기까지는 신중한 입장"이라며 "실제 로스앤젤레스는 2018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혼잡통행료 도입과 관련한 연구를 1년 연기했다가 최근 다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맨해튼 주민 중 일부는 혼잡통행료가 부과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운전을 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택시 운전사들도 통행료를 부과로 승객이 줄어들면 생계의 위협이 된다며 완전 면제를 요규하고 있다. 뉴욕시 택시노동자연합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수천명의 운전자 가족들은 구제책이 보이지 않는 위기 수준의 빈곤으로 다시 끌려가게 된다"고 비난했다. 이에 뉴욕시는 "통행료로 1년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벌어들이면 이 수입을 노후화된 지하철 정비 등 도시의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과 학교 공기청정기 설치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달래고 있다.

전문가들 사잉에서는 실제 혼잡통행료가 시행되면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대 여론도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NRDC의 루빈 총괄수석은 "혼잡통행료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민들은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생활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뉴욕시의 운전자들은 일주일 내내 도심에서 일요일 아침과 같은 기분을 즐길 수 있고 배관공들은 이동시간을 절약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 선임연구원은 대기오염 완화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 벨기에 등 유럽 연구진에 따르면 교통 체증은 그 자체만으로 연료 소비가 20~45% 증가하고 이로 인해 탄소배출이 15%가량 증가한다"며 "혼잡통행료 하나로 꽤 많은 것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의 메리 바버(Mary Barber) 디렉터도 "뉴욕시의 혼잡통행료는 미국 최초로 도입한 정책으로 다른 도시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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