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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까지 내주며 따낸 '3조원 수출' 증발한다? 폴란드 새 정부 등장에 방산 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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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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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정권 교체된 폴란드, "전임 정부 일부 계약 파기해야" 폭탄선언
수출입은행 쥐어짜고 시중은행 손 빌리고, 겨우 따낸 '2차 계약' 침몰 위기
'3조원 날아갈까' 안절부절못하는 시장, 폴란드 '비위 맞추기'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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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새 연립정부가 13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한 가운데, 전임 정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체결한 26억 달러 규모(약 3조3,700억원) 무기 수출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임 정부가 과반 의석을 잃은 뒤 해당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 것이다. 방산 업계의 긴장감이 빠르게 고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거래의 '주도권'을 뺏겼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권교체 후 폴란드 '계약 재검토' 시사

폴란드와 우리나라의 방산 계약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했다.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경계한 폴란드가 2023년 국방 관련 예산을 2배 이상 증액, 무기의 현대화를 도모하고 나서면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다연장로켓(MLRS) 천무 △FA-50 경공격 등 폴란드에 대량의 무기를 수출했다.

지난해 12월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 등 초도 물량이 폴란드에 도착한 이후에는 속도감 있게 '2차 계약'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날드 투스크 신임 총리가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상황이 급변했다. 폴란드 하원의장이자 야권 연합 '폴란드 2050'을 이끄는 시몬 홀로브니아는 총선이 치러진 10월 15일 이후, 즉 집권당이 과반 의석을 잃은 뒤에 서명한 모든 계약은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차 계약이 바로 이 시기(지난 12월 5일) 체결됐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폴란드의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내정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도 지난 9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과 체결한 방산·군비 계약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직접 발언했다. 코시니아크-카미시는 꾸준히 자국의 무기 산업 투자를 강조해 온 인물이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국내 방산 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2015년 폴란드가 정권 교체 뒤 기존 무기 계약을 취소한 전례를 연상하는 이들도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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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계약품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중은행까지 나서서 '폴란드 대출 지원'했는데

업계에서는 해당 계약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거래의 바탕에 우리나라의 맹목적인 '금융 지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은 방산 분야와 같은 대규모 거래 성사를 위해 구매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민간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 수출입은행의 방산 지원 여력이 한계에 부딪혔고, 올 상반기 체결될 예정이었던 계약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에 결국 지난 11월 시중은행이 대출 지원에 힘을 보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신디케이트론(금융단 공동 중장기 대출)’ 방식을 통해 폴란드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무기 수출 사업을 돕기로 했다. 연내 수출이 시급한 물량을 위해 약 3조~4조원을 우선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이는 지난 5일 체결된 2차 계약 수출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은행들은 이후 단계적으로 총 1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폴란드 정부가 우리나라 측에 요청한 지원(24조원)의 40% 수준이다. 모자란 금액은 차후 정부 차원에서 수출입은행법을 개정,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확대해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먹구구식' 금융 지원이 무모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건설·플랜트·방산 등 거액의 수주 사업에서 수출입은행이 대출을 지원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시중은행까지 힘을 보태며 예산을 '쥐어짜야' 하는 현 상황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A/S 서비스해드릴게요" 韓, 을로 전락?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폴란드와의 거래에서 '아쉬운 입장'이라는 점이다. 차후 계약 파기를 막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폴란드에 수출한 경공격기 FA-50의 정비 등 후속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WZL-2, WCBKT 등 현지 방산업체 2곳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WZL-2는 항공기 후속 지원 분야 전문업체며, WCBKT는 지원 장비 전문업체로, KAI는 WZL-2와 군수 유지·보수·정비(MRO) 체계를 구축하고 성과기반군수지원(PBL) 체계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PBL은 군수 MRO의 한 형태로, 전문업체가 계약 품목에 대한 군수지원 업무를 전담해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금 또는 벌과금을 받는 제도다. 즉 사실상 폴란드 수출 방산품을 위한 일종의 '애프터서비스(A/S)'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손까지 빌린 수출 계약이 파기 직전까지 내몰리자, 국내에는 본격적인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당장 거래 성립 여부조차 불투명할뿐더러, 계약이 문제없이 이행된다고 해도 차후 '대출 상환'을 안절부절 기다려야 하는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 사태가 정부·여당의 총선 여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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