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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택시 부족으로 인한 ‘이동 난민’ 문제 심각 해법으로 떠오른 승차공유, 택시 업계 '결사 반대' 기시다 후미오 총리, 결국 조건부 절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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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에 노령화와 함께 찾아온 택시기사 부족 현상은 지방 교통 인프라 악화, 인바운드 관광 확대와 맞물리며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가용 운전자가 승객을 운송하는 서비스인 승차공유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로 인해 도입이 미뤄진 상황이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규제 완화를 통한 절충안을 내놨다. 오는 4월부터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수의 승차공유 서비스 운행을 허가하되, 기존 택시 회사에 운영·관리를 전적으로 위탁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정책은 택시회사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승차공유 규제의 효용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택시기사, 12년 사이 40% 급감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의 택시기사수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09년부터 2021년 사이 약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택시기사수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규모 퇴직이 지목된다. 2022년에는 60세 이상의 택시기사가 전체의 64%를 차지했는데, 젊은 기사들이 택시회사의 성과 기반 임금체계보다 일본의 대다수 업종이 따르는 연공서열제를 선호하며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과다경쟁 방지’로 시작해 오래도록 이어진 택시 규제 논쟁에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공식 집계된 택시 수요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을 선정해 택시의 수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후 해당 규제는 2002년경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시장 원리주의 정권하에서 해제됐지만, 요금 규제는 그대로 남았다. 택시 요금이 고정된 상태에서 공급이 급증하자 결과적으로 택시 기사의 매출은 급락했다. 이는 미흡한 규제 완화가 빚은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일본 정부는 택시 요금 규제를 해제하는 대신 종전의 택시 대수 규제를 부활시켰다. 이렇게 수요 증가, 공급 감소, 요금 동결 세 요소가 맞물리며 사태가 악화한 것이다.
2022년 들어 도쿄도 차원에서 15년 만에 19%의 택시 요금 인상을 시행했지만, 의미 있는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일본의 노동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집계된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일본 인구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5년에 비해 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사회 전반에 인력 부족을 불러왔다. 택시 업계보다도 심각한 기사 부족을 겪고 있는 트럭과 버스 등 운송 업계는 물론, 제조, 서비스 등 모든 산업 분야가 동시에 노동력 부족을 호소했다. 이같은 국가적 인력난은 택시 업계에 요금 인상 효과를 상쇄시킬 만큼의 공급 감소를 일으켰다.
승차공유 도입, 지자체는 "대환영" 택시 업계는 "못마땅"
택시기사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승차공유 서비스가 떠올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승차공유는 자가용 운전자들이 웹사이트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편리에 따라 자유롭게 일거리를 찾고 승객을 운송하는 새로운 서비스로, 택시에 비해 배차 대기 시간이 짧아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승차공유는 택시 업계 보호를 위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대중교통이 없는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 기구에 한해 서비스 운영이 가능한데, ‘이동 난민’ 구제를 위해 예외를 둔 것이다. 이동 난민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이동수단을 찾지 못해 발이 묶인 주민이나 관광객을 뜻한다.
그러나 ‘이동 난민’ 이슈로 골머리를 앓는 건 대중 교통이 없는 지방 소도시만이 아니다. 도심지와 관광 특화 지역들에서도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운행인력 부족 탓에 버스 노선이 감편·폐지되면서다. 이에 일본의 광역·기초 지자체장들이 중앙 정부에 승차공유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규제가 강하게 유지되면서 불법 택시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지자체가 이번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에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반면 일본의 택시회사와 택시 노동조합은 승차공유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승차공유가 일본 승객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승차공유 도입보다 택시 면허를 얻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단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시행돼야 한다 주장한다. 택시 업계의 이 같은 요구가 합리적이기는 하나, 계속되는 퇴직자의 수를 상쇄할 만큼의 장려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높다.
논란에 휩싸인 승차공유 정책, 택시회사에 시장 독점권 내줬다
이처럼 택시 업계와 지자체 양측의 상반되는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다가오는 4월부터 승차공유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단, 택시 공급망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존 택시회사들만이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수를 고용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식 승차공유’ 정책은 택시회사의 승차공유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택시 회사가 기존의 택시기사를 우선시 함에 따라 승차공유 서비스는 운용 가능한 택시가 없을 때만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70세 이상 택시기사 경우에는 택시 면허가 없는 운전수에 비해 오히려 높은 사고율이 나타나는 만큼, 전문 택시가 더 안전하다고 하기도 어려운 실정에 택시 회사 독점은 결과적으로 승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택시 회사가 운영 관리와 차량 배차를 도맡는 구조는 승차공유 기사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 보통의 승차공유는 등록된 가입자를 대상으로만 서비스하며 나이, 성별, 상호 평가 등의 신원정보가 배차 전에 미리 공유된다. 그런데 택시 회사의 공급망은 승차공유 기사에게 승객의 신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택시는 승차공유와 달리 상호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 회사에 승차공유 운영을 전적으로 위탁하는 기시다의 절충안은 규제 개혁을 위한 정치적 타협의 전형적 예시다. 바로 개혁안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기득권 그룹에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도입하는 것이다. 승차공유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이미 성장 중인 공유 경제의 일종이다. 서비스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승차공유 활성화가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개인 간 거래에 촉진제 역할을 하며 일본의 테크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기시다 정부의 정책에 따르면 승차공유 기사들은 최소 다섯 개의 기존 택시 회사들로 흩어지게 되고, 그 밖의 어떤 회사도 승차공유 기사들을 고용하거나 조직할 수 없게 된다. 애초에 테크 산업의 기대가 충족되기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승차공유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결국 기술 도입을 막음으로써 유사 택시 서비스 공급을 저지하려 하는 기존 택시 회사들로 인한 것이다. 기술 혁신에 대한 저항은 이와 같은 문제의 핵심일 뿐 아니라 현재 일본 사회 전반에 걸친 발전의 걸림돌이란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다만 승차공유 시장이 택시 회사 이외 기업에도 개방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발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6월 일반 기업의 승차공유 사업 참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를 통해 추가적 규제 완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기시다 정부가 정치적 압박에 대항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와 여당인 자민당이 최근 대형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되며 정치적 입지를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나오히로 야시로(Naohiro Yashiro) 도쿄 쇼와여성대학(Showa Women’s University) 국제 비즈니스 학부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Japan’s compromised ridesharing fuelled by government failure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