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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떠나 실적 개선하는 화장품 제조 업체들
K뷰티, 한류 열풍 확산하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기
모델도 패키지도 바꾼다, 화장품 제조사의 '중국 지우기'
K뷰티 대표 기업들이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면서 속속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한류 열풍으로 K뷰티 제품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동남아시아·북미·일본 등 글로벌 뷰티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수요층 확대에 나선 결과다.
중국에서 입지 잃은 K뷰티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뷰티의 '대장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이달 들어 20.35% 급등했다. 지난 3월 기록한 저점과 비교하면 32.34% 상승한 수준이다. LG생활건강 주가도 지난 2월 기록한 저점 대비 25.17% 반등했다. 급격한 주가 회복의 배경에는 '탈중국(China Exodus)'이 있다.
이들 K-뷰티 종목들은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며 실적이 줄줄이 둔화한 바 있다. 중국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이 2021년 186억 달러(약 25조6,000억원)에서 2022년 167억 달러로 10%가량 급감한 결과다. 주가 역시 자연히 미끄러졌다. 특히 LG생활건강의 경우 2021년 주가가 최대 178만4,000원까지 상승하며 ‘황제주(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종목)’로 등극했지만, 실적 둔화 이후 주가가 최대 6분의 1가량 미끄러졌다.
중국 수출이 벽에 부딪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한 궈차오(国潮,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우선적으로 소비하는 '애국 소비' 경향) 열풍이 지목된다. 민족 정체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가 급증하며 궈차오 문화가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대다수 중국 소비자들은 중국 특유의 미학이 두드러지는 중국산 화장품을 찾기 시작했고, K뷰티는 중국 시장 내에서 입지를 잃게 됐다.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수출 다변화
K뷰티가 이같은 부진을 딛고 반등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수출 시장 다변화에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일평균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시장 수출액이 35%가량 급감했으며, 미국(82%), 베트남(44%), 일본(38%) 등지에서의 수출액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산 화장품이 중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화장품 수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2년 지난해 화장품 생산·수입·수출 실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당해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은 26% 감소했다. 중국의 빈자리는 베트남(수출액 3억8,000만 달러, 전년 대비 증가율 +23.4%), 대만(2억 달러, +21.1%), 태국(1억5,000만 달러, +13.2%), 필리핀(6,000만 달러, +44.4%)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채웠다.
K뷰티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비결로는 '한류 열풍'이 꼽힌다. K팝, K드라마 등 셀럽들을 앞세운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이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 역시 자연히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외로도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유사성, 국내 대형 화장품 브랜드들의 발 빠른 초기 시장 선점 역시 K-뷰티의 성공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공략도 본격화
시장에서는 차후 뷰티업계의 탈중국·글로벌화 경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다수 화장품 제조사가 중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 전반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출시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LG생활건강은 한방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The History of Whoo)’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용기에서 한자와 궁중 디자인을 제외했다. 한자의 빈자리는 후의 영문 표기인 ‘Whoo’가 채웠다. 중국 등 한자 문화권에 국한돼 있던 한방 화장품 수요층을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같은 해 아모레퍼시픽도 자체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용기 전면에서 한자 표기를 제외했다. 전속 모델도 2018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기용했던 배우 송혜교 대신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로 교체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 K팝, K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 기업의 일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는 추세다. 최근 클리오는 일본 화장품 시장 내 유통·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화장품 판매업체 '두원'을 인수했다. 두원은 2013년부터 클리오의 색조 화장품 브랜드 페리페라를 일본 시장에 공급한 업체다. 일본 화장품 제조판매업 허가를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 수입 대행업체 '키와미'도 클리오의 품에 안겼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헤라와 에스트라를 일본에 론칭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현지에서 오는 5월 31일까지 약 5주에 걸쳐 대형 프로모션 행사 '아모레퍼시픽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일본 주요 도시의 잡화점 '로프트' 매장 10곳에서 아모레퍼시픽의 11개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이 행사의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