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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공세에 다급한 K커머스 "정부 대책 하세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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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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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쇼핑앱 순위 2위 등극
정부, 연초부터 대책 마련 나섰지만 조사만 지속
“이대로 두면 공멸한다” 각종 규제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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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 공세가 계속되면서 연초부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넉 달이 지나도록 실태조사와 피해조사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C커머스의 불법·저가 교란으로부터 국내 유통산업 질서를 유지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기조지만, 업계는 정작 대응이 가능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변죽만 울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C커머스의 매서운 초저가 공세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공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C커머스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C커머스들이 국내 유통업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K커머스 업체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고물가 등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저렴한 상품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이 유입되면서 C커머스 앱 이용자 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의 한국인 사용자는 지난 2월 818만 명에서 3월 887만 명으로 8.4% 증가했다. 최근에는 11번가를 누르고 국내 쇼핑몰 앱 순위 2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취급 제품도 다양하다. 알리는 현재 화장품, 의류, 식품 등 다양한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 제품 판매 채널인 ‘K-베뉴’를 선보인 바도 있다. 유한킴벌리, 애경,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CJ제일제당 등이 현재 K-베뉴에 입점해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알리는 당분간 입점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하면서 품목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약 2,632억원 상당의 투자계획도 밝혔다. 국내 물류망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알리는 올해 축구장 25개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한국 판매자들의 수출 지원에도 1억 달러를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로만 시간 보내는 정부, 자율 규제 실효성 의문도

이에 정부는 C커머스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국내 영향을 심층 분석하기 위한 e커머스 실태조사 설계를 다음 달 말까지 진행한다.

또 지난달 알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행한 데 이어 테무를 상대로 서면조사에 착수,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 여부와 가품 판매, 거짓·과장광고 등을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C커머스 사업자를 상대로 경쟁사 현황, 서비스 유형·유통경로별 매출 현황, 고객·판매 파트너사 현황, 다른 유통경로로 전환·이동에 부과되는 제약조건·비용 등을 실태조사한다.

C커머스를 상대로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해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5월 7일까지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내 주소 및 영업소가 없는 해외 사업자라 하더라도 매출액, 이용자 수 등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 소비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대리인을 지정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무조정실은 공정위 실태조사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위, 관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해외직구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해외직구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위해물품 반입 차단 등 안전관리 강화 △소비자 불만·불편 사항 해소 △관련 업계 애로 해소 등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한국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제공 문제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에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실효성과 속도다. 현행법상 C커머스를 규제할 방법이 뚜렷이 없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으려면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속도라면 빨라야 상반기 중 정부의 종합대책 초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법 개정 등의 과정 감안하면 내년에야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위해 물품 등의 선제적 차단을 해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에 맡기는 점도 업계의 빈축을 사는 지점이다. 자율에 맡길 경우 뚜렷한 개선 없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알리가 '가품과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여전히 가품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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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초저가 비밀은 '세금과 규제'

국내 업체에만 부여되는 규제도 한시 빨리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토종 유통 업체 모두 공멸하고 말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같은 제품이라도 C커머스와 K커머스의 가격차가 상당한 이유는 세금과 인증·부담금 등 복잡한 규제 때문이다.

국내 판매자들은 중국에서 똑같은 물건을 수입할 때 통상 8% 안팎의 관세와 부가세 10%를 내고, 화장품이나 유아용품 등은 품질을 보증하는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을 받는 데 비용이 최소 100만원 이상 든다. 전자 제품은 전자파 인증,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도 납부해야 한다. 이런 비용들을 합하면 품목당 비용이 최대 500만원가량 들어간다. 해당 품목의 판매 물량이 1,000개일 경우 개당 5,000원의 비용 증가 요인이 되는 셈이다.

반면 직구 거래는 하루 150달러까지 무관세인 데다 KC인증도, 폐기물 부담금 납부도 필요 없다. 또한 중국은 아직 국제우편요금 체계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있어 매우 낮은 비용으로 해외 발송이 가능하다. 단돈 1,000~2,000원짜리 제품도 무료 배송이 가능한 이유다.

이밖에도 국내 제조·유통사들은 △상품 품질 및 안전(식품의약품안전처·국가기술표준원·한국소비자원) △불공정거래(공정거래위원회)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보호(중소벤처기업부) 등 사안별로 다양한 정부 기관에서 규제를 받지만 해외직구 업체들은 이런 규제에서 비켜나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C커머스와 불리한 경쟁을 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관세와 부가세, 안전인증 등 규제에서 자유로운 C커머스 저가 공세에 계속 시달리며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는 이미 C커머스 공세를 견디기 힘겨울 정도인데,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 없이 간담회만 하는 것은 다소 한가해 보인다”며 “단지 업계에 '중국 잠식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제스처만 취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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