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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흑자전환에 탄력 받은 SK하이닉스, '삼성 1위' D램 시장 주도권 경쟁 강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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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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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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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역대 최대 매출 올린 SK하이닉스, 'AI 붐'에 낸드 호황 영향
결과적으로 '성공'한 솔리다임 인수, QLC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 노린다
D램 시장서도 주도권 잡나, 올해 설비투자 14조원까지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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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AI 서버에 활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D램 시장이 활성화된 영향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흑자를 견인한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낸드플래시였다. 시장에서 'SK의 실수'라는 지적이 쏟아지던 솔리다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SK하이닉스 흑자전환, 동력은 D램·낸드플래시

25일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올 1분기 매출은 12조4,296억원,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4.3%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D램에서 2조원 넘는 영업 흑자를 내고 낸드플래시 사업이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다. 이에 대해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강조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낸드플래시 사업이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솔리다임이 살아나기 시작한 게 흑자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다. 최근 AI 수요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기업용 SSD를 주력으로 내세운 솔리다임이 상승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김 CFO도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낸드는 수요 약세 환경에서도 기업용 SSD를 중심으로 프로덕트 믹스 개선과 예상보다 높은 가격 상승, 이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환입 등 효과로 흑자 전환했다”며 “2분기에도 우호적인 가격 환경과 회사의 경쟁력 있는 고용량 SSD 제품의 급격한 수요 환경이 예상되는 만큼 재고평가손실 환입 등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라도 흑자 기조는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의 시장 경쟁력 강화도 기대된다. 기술적으로 앞서나가던 솔리다임이 시장의 AI 수요 기조와 맞물리면서 호조세를 이어나갈 수 있으리란 시선에서다. 실제 기업용 SSD에 있어 솔리다임의 경쟁력은 특출나다. 일찍이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플래시 사업에 뛰어든 덕에 QLC 낸드 분야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QLC 낸드는 기본 저장 단위인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로, 비트 2개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레벨셀(MLC), 3비트를 저장하는 트리플레벨셀(TLC) 낸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고용량을 구현하는 게 쉽다. 생산원가 측면에서도 MLC나 TLC보다 QLC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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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M&A' 솔리다임도 부활 신호탄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에 대한 재평가도 속속 이뤄지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즉 솔리다임을 끌어들인 건 2020년 10월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손에 넣기 위해 90억 달러(약 12조4,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으나, 인수 이후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낸드 업황이 곤두박질치면서 2021~2023년 7조4,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주요 종속기업 중 순손실이 가장 큰 기업도 솔리다임이었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매출 3조110억원, 순손실 4조34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대비 매출은 35.9% 감소, 순손실은 21.3%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솔리다임 인수는 실패한 M&A라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인수 자금과 적자 가중으로 인해 SK하이닉스의 차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약 32조원으로, 전년 동기(약 24조원) 대비 8조원가량 증가했다.

SK하이닉스 기존 낸드사업부의 기술력이 부쩍 성장한 점도 솔리다임에 대한 부정평가를 키웠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기업용 SSD는 원천기술이 달라 독자적인 기술력 향상은 솔리다임의 인수 여부와 관계가 없다. 솔리다임의 존재감이 내부적으로도 희석된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새 기존 낸드사업부 기술력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 SK 내부에서도 굳이 솔리다임을 인수해야 했었나라는 회의론이 나온다"며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실패한 M&A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에도 긍정적인 요인은 있었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의 판도가 전면 개편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WD) 등 6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SK하이닉스가 인텔 사업부를 흡수하면서 5강 구도로 전환, 경쟁 강도가 약화했다. 그만큼 업황 회복 시점에 실적 반등 폭이 커진 것이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결과적으로 실패'한 M&A였지만, 올해 들어선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하며 '결과적으로 성공'한 M&A가 됐다"고 전했다.

D램에 몰두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업황 개선에 발맞춰 D램도 적기 공급해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공급을 늘려 2분기 D램 출하량을 전 분기 대비 10% 중반대 상승시키겠단 게 목표다. 더불어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기가비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고용량 서버 D램 시장도 주도한다.

이와 관련해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3E 12단 제품은 고객의 요청 일정에 맞춰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거쳐 내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HBM3E의 경우 현재의 진척도를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HBM3와 비슷한 수준의 수율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산능력 확대와 수익성 고도화를 위해 보수적 기조를 유지해 왔던 설비투자 눈높이도 다시 올려 잡는다. 지난 24일 충청북도 청주에 건설할 차세대 D램을 위한 신규 팹 M15X에 장기적으로 2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비투자를 6조원대까지 줄였지만, 올해는 14원가량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경쟁 구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D램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더 높아 실적 개선 수준이 SK하이닉스보다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업황 개선을 겪으며 서버용 D램 출하량이 60% 이상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룬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9억5,000만 달러(약 11조원)로, 이는 직전 분기 대비 51.4%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도 3분기 38.9%에서 4분기 45.5%로 높아졌다. 이에 반해 SK하이닉스는 직전 분기 대비 20.2% 증가한 55억6,000만 달러(약 7조7,000억원)의 D램 매출을 올렸음에도, 막상 점유율은 34.3%에서 31.8%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격차도 지난해 3분기 4.3%p에서 지난해 4분기 14%p도 부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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