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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흐름 역행하는 국내 AI 개발자들, '코딩 테스트 중심' 고용시장부터 변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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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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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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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 개발자 수요도 늘었지만, "역량 평가 효용은 글쎄"
'코딩 붐' 시절 못 버린 한국, 막상 글로벌 시장선 코딩 중요도↓
인력 채용에 '코딩 테스트' 강조하는 고용시장, 직무 연관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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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래 AI(인공지능) 직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딩을 배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AI 개발 직무에 진입하기 위해선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글로벌 AI 시장에선 코딩의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구시대적 인력 검증 시스템만을 고집하는 고용시장이 국내 AI 시장의 상장을 막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AI 붐'에 개발자 직군 수요↑, 하지만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챗GPT 출시를 기점으로 개발자 직군의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산업계에 'AI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채용 플랫폼 사람인과 개발자 플랫폼 점핏에 따르면 지난해 ‘챗봇’, ‘알고리즘’, ‘딥러닝’ 등 AI 연관 키워드가 포함된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각각 23.7%, 23.0%, 5.2% 늘었다. 

문제는 채용 과정에서 AI 개발자 역량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우수한 개발자를 가려내기 위해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실시한다. 개발자의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겠단 취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만으로 역량 있는 개발자를 가려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을 쏟아낸다.

통상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는 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테스트가 아닌 알고리즘 수학과 컴퓨터적 사고방식을 평가하는 테스트에 가깝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 관계없이 알고리즘 기법에 기반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출제된다는 점도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의 한계다. 결국 단순히 '기출 문제'만 많이 풀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테스트란 의미기 때문이다.

역량 평가의 기반이 되는 코딩 자격증에도 의문이 적지 않다. 근래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검증이 미흡한 자격증이 난무하고 있는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코딩 자격증은 지난달 말 기준 429개에 달하는데, 이 중 정부 공인 자격증은 단 한 개도 없다. 최근엔 민간 전문 자격 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초등학생이 취득할 수 있는 코딩 자격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사실상 '자격증 장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모양새다.

글로벌 중요도 낮아진 코딩, 국내선 여전히 '코딩 중심'

국내 AI 흐름의 중심이 여전히 코딩에 있단 것도 주요 지적 사항 중 하나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코딩은 이미 저문 해에 가깝다. AI 직무에서 코딩의 중요성이 크지 않단 의미다. 당장 미국 유수 명문대들만 봐도 AI 관련 전공 과목에서 코딩 교육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공학 명문 카네기멜런대학이 매년 외부에 공개하는 온라인 강좌에도 AI 및 데이터 과학 강의에 코딩 위주 강의는 하나도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언급한 '더 이상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벌써 도래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은 아직도 코딩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고려대학교는 올해 전교생 대상으로 필수 코딩교양 6학점(SW프로그래밍의기초·데이터과학과인공지능)을 도입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SW(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의기초 강의에선 파이썬을 다루고 데이터과학과인공지능 강의에선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의 기초를 배우게 된다. 프로그래밍 기본 소양 함양을 촉진하겠단 취지지만, 역시 코딩에 주안점이 있단 점에서 "대학들이 고용시장의 '코딩 붐' 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떨쳐내진 못했다.

이 같은 코딩교육 도입이 과기부의 SW중심대학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탓에 일각에선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시장 흐름을 역행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SW중심대학사업은 산업체 수요 기반의 SW교육과정 개편 및 SW 전공 정원 확대, SW 융합인력 양성 등 SW 전문인재 양성을 주도하겠단 목표 아래 2015년 처음 시행됐다.

해당 사업에 대해 과기부 측은 "2020년까지 6년간 총 2만5,095명의 SW전공인력과 1만5,642명의 융합인력을 배출은 AI·SW 전문인재 양성 핵심 사업"이라며 성과를 자찬하기도 했으나, 업계에선 "AI에 대한 '고급 인력'이 중시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천편일률적인 SW 사업에 과연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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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테스트 위주 역량 평가, "고용시장 안일함 타파해야"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IT 업계 고용시장에 만연한 "뭐가 됐든 코딩 테스트만 통과하면 그만"이란 인식부터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딩 테스트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효용을 갖지 못하는 시점에 코팅 테스트에만 매몰돼 있으면 업계 전반이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에서다.

고용시장이 AI 역량 평가에 코딩 테스트를 거듭 강조하면서 국내 관련 직무자들의 AI 식견이 지나치게 좁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코딩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입력에 따라 출력이 나오는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대부분 관련 플랫폼들이 미리 준비해 둔 테스트를 통과했는지 여부를 점수화해 결과로 알려준다. 구체적인 하나의 답이 꼭 정해져 있다 단언할 수 없는 AI 개발 직무가 코딩 테스트로 하여금 '정해진 정답'만을 찾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코딩 테스트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여러 문제를 풀도록 강제한다는 것도 문제다. 넉넉지 않은 시간 속에서 빠르게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개발자의 역량이 집중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최근엔 코딩 테스트가 선별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으로 전환되면서 더 어렵고, 복잡하고, 정교한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AI 채용 등용문과 실제 직무 사이의 상관관계가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시스템으로 인력을 검증하는 데 '중독'된 국내 기업의 안일함이 글로벌 흐름에 어긋나는 사회 풍조를 만들어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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