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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1년 새 2,500곳 이상 문 닫아
조달 금리 부담 및 연체율 상승의 여파
저신용자들,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도
저신용 서민들이 마지막 대출 보루로 찾던 대부업체들이 영업을 축소하면서 1년 새 대부업체 수와 이용자 수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비용이 늘어난 데다 연체율도 올라 마진이 줄어들자 대부업체들이 줄폐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은 물론 대부업까지 영업을 줄이면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닫는 대부업체 급증
16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부업과 대부중개업을 하는 전체 대부업체는 올해 4월 말 기준 8,473개다. 이는 전년 동기 1만970개 대비 1년 새 2,500개 넘게 급감한 숫자다. 대부업체는 지난 2018년 9,136개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월 말에는 1만1,024개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이후 문 닫는 대부업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부업체들이 영업을 줄이고 있는 이유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며 대부업체의 자금 조달비용이 올라갔지만 경기악화로 취약차주가 늘어 이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져 연체율이 올라 마진이 거의 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예 영업을 중단하거나 신규 대출을 하지 않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고, 대출을 내어주는 곳들도 부동산 등의 담보가 확실한 물건만 취급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5개 대부업체의 차입금리는 2022년 1월 5.74%에서 지난해 9월 7.33%로 올랐다. 연체율의 경우 같은 기간 7.2%에서 13.4%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그 결과 대부업체의 신규대출액은 같은기간 3,846억원에서 834억원으로 급감했고, 신규 이용자 수도 3만1,065명에서 1만1,253명으로 감소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 자금조달 비용이 많이 들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쌓아두면 법정 최고금리 안에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신규 영업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 관리만 하고, 여력 있는 곳들도 담보가 있는 대출만 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크고 시선도 부담, 은행들 대부업체에 돈 빌려주기 주저
여기엔 정부의 이중적 잣대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에도 대부업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은 이중적이다. 본래 대부업법 제정의 취지는 불법 사금융의 양성화였다. 1금융인 은행과 2금융인 저축은행, 여신전문회사, 상호금융과 구분되는 대부업은 신용점수 하위 10%의 저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이다. 하지만 산업을 키우기보다 단속과 관리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금감원이 올 초 조직개편을 하면서 대부업 감독·검사팀을 민생침해대응총괄국에 넣은 것이 단적인 예다. 부서에는 민생침해대응팀과 불법사금융대응팀도 소속돼 있다. 금감원은 한 때 대부업 검사실을 별도의 부서로 운영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민생침해' 부서에 몰아넣고 산업의 본질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민생금융 부문을 확대 개편하는 과정에서 부서 명칭이 바뀌었을뿐 팀 편재 등은 종전과 동일하며,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보호라는 감독 목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부업권에서는 우수대부업자 제도가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에서 자금을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으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2월부터 KB국민은행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우수대부업체 전용 대출 상품을 운용 중이다. 1,000억원 한도로 출시된 해당 상품의 금리는 4~5%로, 대부업체 평균 조달금리보다(7~8%) 3%P가량 낮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대부금융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우수대부업체 자금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두 곳 은행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은행권에서는 대부업체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리스크가 너무 커 산정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기업대출 담당자는 "신청이 들어오면 일반 법인 평가 절차와 동일하게 한도와 금리를 책정한다"라며 "대부업체 금리가 7~8%로 잡히는 것은 신용등급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지난 2월 금융당국이 평균보다 낮은 금리로 대부업체에 지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권은 일제히 어렵다는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막판에 국민은행이 상생 차원에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자처했지만 아직 약 10%가량만 집행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길 막힌 서민들, 기댈 곳은 불법 사금융뿐
문제는 최근 서민금융 창구인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사들이 여신영업을 줄이는 가운데 대부업체들까지 사라지고 있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들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 이용자들의 10.6∼23.1%가 불법 사금융에 유입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2022년에만 3만9,000~7만1,000명으로 추정했다. 해당 추정치는 2021년 추정치에서 최소 2,000명, 최대 3만4,000명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른 실제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1만3,751건으로 전년 대비 무려 26%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차주들이 유입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이유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라며 “높아진 조달금리를 감안하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의 경우 연 20% 이하로는 택도 없어 취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정해져 있기에 민간 중금리 대출 한도를 더 높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우선 비교적 낮은 금리로 은행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우수 대부업 제도 또는 법정 최고 이자율 유연화 등 조치로 제도권 최후의 수단인 대부업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