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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백기사' 자처한 증권사들, SSG닷컴 풋옵션 리스크 벗었지만 "이마트 적자 등 그룹 위기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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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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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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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풋옵션 사태에 흔들리는 신세계, '백기사' 등장에 리스크 해소
신세계그룹 내부 역량 부족 가시화, 이마트 적자 등 내부 문제도 산적
유통업계 부진 장기화 수순, "풋옵션 리스크 해소에 안도해선 안 돼"
Shinsegae NH KB TE 20240619

증권사 연합이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SSG닷컴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사태에 신세계 측 백기사로 나선 셈이다. 이로써 신세계그룹은 풋옵션 리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지만, 당장의 신뢰도 하락 문제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풋옵션 사태로 내부 역량 부족 문제가 가시화한 탓이다.

SSG닷컴 FI 지분 인수 나선 증권사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 인수를 추진 중에 있다. 인수 규모는 약 1조원으로 SSG닷컴이 5년 전 약 1조1,000억원을 투자 유치할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 3조3,000억원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어피너티파트너스는 지분 가치로 1조5,000억원 수준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신세계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장에선 SSG닷컴 지분 인수가 대출과 같은 구조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분을 인수하고 이자를 받되 인수로 인한 위험은 신세계그룹이 부담하는 식이다. SSG닷컴이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단 점이 반영된 결과다. 이외 총주식스와프(TRS) 계약을 통한 계약과 풋옵션 설정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RS란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 등 기초자산을 대신 매입하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파생금융거래 기법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증권사들은 신세계그룹이 설립할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빌려주고 연 6~7%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취할 수 있다. 명목상 수수료지만, 사실상 이자를 받는 대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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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옥죄던 '풋옵션 리스크'

앞서 신세계그룹은 FI들과 풋옵션 행사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풋옵션 조건 충족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다. 신세계그룹 측은 목표 총매출요건(GMV) 달성 여부에 대해 이미 성공했단 입장이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쓱닷컴의 GMV는 이미 2021년 5조7,174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5조7,000억원을 넘겼다. 문제는 이 액수에 상품권으로 인한 중복 계상이 포함돼 있단 점이다. 쓱닷컴에서 상품권을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1차 거래액, 해당 상품권으로 SSG닷컴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 발생하는 2차 거래액이 모두 GMV에 포함됐단 의미다. 이에 FI 측은 "실질적 GMV는 풋옵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FI가 가진 SSG닷컴 지분 전량을 연말까지 제3자에 되팔아주는 방식으로 투자금 1조원을 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풋옵션 효력도 소멸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결과적으로 신세계그룹이 풋옵션 리스크를 벗어낸 셈이지만, 위험부담은 여전히 남았다. 연말까지 제3의 FI를 찾지 못할 경우 신세계그룹이 30%의 지분을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지분 매각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SSG닷컴에 1조원을 투자할 곳은 거의 없을 것이란 시선이었다. 결국 SSG닷컴에 투자 가치가 없단 의미다. 실제 기업가치도 낮다. 지난해 GMV 2조8,000억원을 기록한 컬리의 시가총액은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6,500억원가량인데, SSG닷컴은 GMV 배수가 컬리의 0.23배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 FI들의 지분 가치는 4,000억원가량이란 계산이 나온다. 투자 유치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 3조3,00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제3의 FI를 끌어들이기엔 유인책이 부족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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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는 벗었지만, "그룹 위기는 여전"

신세계그룹을 뜨겁게 달궜던 풋옵션 사태는 증권가 연합이 백기사로 나서면서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신세계그룹의 신뢰도 하락 문제는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부 문제의 해결을 외부에 맡김으로써 내부 역량이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낸 탓이다. 여기엔 풋옵션 외 위기상황이 겹친 영향도 있다. 대표적인 게 이마트의 영업손실이다. 지난해 이마트는 연결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는데, 이는 이마트 분리 이후 사상 첫 적자다. 연결 매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긴 했으나, 이마저 쿠팡에 밀리면서 신세계그룹의 경쟁력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

이렇다 보니 신세계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경영 효율을 제고해 전사적인 비용 절감을 이루겠단 취지다. 신세계그룹은 우선 내달 1일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병할 예정이다. 비교적 비슷한 사업군인 대형마트와 SSM을 엮어 시너지를 내겠단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를 합병하면 매입 규모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통합 물류를 통해 운영도 효율화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론 편의점 자회사 이마트24와의 합병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단 점이다. 이마트 주가 하락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마트는 일부 점포의 영업시간을 늘리는 등 본업 경쟁력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가 하락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19일 기준 이마트의 주가는 5만6,900원으로, 2011년 상장 이래 최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재무적 위기로 신사업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점도 불안 요소다. 유통업계가 부진에 빠지면서 각 기업이 신사업 전개를 도모하는 사이 신세계그룹만 홀로 정체돼 있단 의미기 때문이다. 당장의 풋옵션 리스크 해소에 안도해선 안 된단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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