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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임대료 부담, 유커 감소' 등 신라면세점의 위태로운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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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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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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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맞은 신라면세점, 공항 임대료 실적 반영
여행객 증가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급감
내국인 마케팅에 집중, 주류·패션 부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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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신라면세점/사진=호텔신라

신라면세점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유예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높은 임대료가 실적에 반영되면서다. 현재 임대료 측정 방식이 '여객당 임대료'로 변경됐음에도 외국인 객단가 하락으로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신라면세점은 '유료멤버십'과 '인터넷면세점'을 타개책으로 내국인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신라면세점, 인천공항 '임대료 유예 종료'에 돌파구 모색 돌입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현재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호텔신라 TR(면세) 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8,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80.6% 급감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호텔신라 TR 부문이 올해 2분기 실적을 전망하며 매출은 29% 증가하겠지만 영업이익은 73%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인천공항을 통과하는 여객 수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었다. 올해 4월 기준 인천공항 여객 수는 556만 명 수준으로 지난 2019년 대비 97%까지 회복됐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 DF1,3 구역의 면세점 운영 사업자로 낙찰됐고 같은 해 7월 매장을 오픈했다. 여행객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호텔신라 TR 부문의 영업본부에서 해외사업부가 사라지고 인천공항점 조직이 신설되기도 했다. 그만큼 신라면세점 입장에선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 직면했다. 공항면세점의 수익성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임대료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면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임대료 측정 방식을 기존 '고정 최소보장액(고정임대료)'에서 '여객당 임대료'으로 변경했다. 여객 수에 임대사업자들이 써낸 투찰 금액을 곱해 임대료를 선정하는 식이다.

신라면세점은 당시 DF1 구역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객당임대료를 8,987원으로 써냈다. 이는 최소 객당 임대료(5,000원)에 비해 79.7%나 높은 수치자, 같은 구역에 입찰한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의 7,388원, 롯데면세점의 6,738원도 훌쩍 상회한다. 현재 인천공항의 여객 수 증가세를 미뤄볼 때, 신라면세점은 향후 매달 300억원이 넘는 임대료 지출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 지표가 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객단가도 줄었다는 점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81.6% 늘었지만, 매출은 9,654억원에서 9,950억원으로 3.1% 증가에 그쳤다. 이로 인해 외국인 객단가는 220만원에서 125만원으로 43.2% 줄어들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의 월 매출은 6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가운데 면세업계는 임대료 마지노선을 약 40%로 잡고 있다. 임대료 비중이 40%를 넘어가면 사실상 적자사업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그런데 신라면세점의 경우엔 매출의 50%를 상회하는 금액을 임대료로 지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까지는 공항 면세점이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홍보 효과와 바잉파워(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를 가져갈 수 있었으나, 그것도 시내면세점 실적이 뒤를 받쳐줘야 가능하다는 게 면세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신라면세점은 내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내국인 관광객들은 중국인 관광객 다음으로 비중이 높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알짜 고객으로 통한다. 신라면세점의 타개책은 유료멤버십 도입과 인터넷면세점 확대 등이다. 신라면세점은 먼저 지난해 12월 상시 가입이 가능한 유료멤버십 '신라 앤 베이직(SHILLA & BASIC)'을 선보이고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달 국내 온라인 주류 플랫폼 '데일리샷'에 전용스토어를 오픈하며 인터넷면세점의 주류 상품 구성과 혜택도 강화하고 있다.

매출 부진 면세업계, ‘부가 카테고리’로 수익성 개선에 총력

이 같은 행보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에서도 포착된다. 국내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도 동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고객이었던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이 줄어드는 식의 해외여행 트렌드 변화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의 발길이 끊긴 점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업계 1위 롯데면세점도 신라면세점과 같이 주류 부문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대만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 제조사인 킹카그룹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지난해 12월 데일리샷과 제휴를 맺는 등 판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면세점들이 앞다퉈 주류에 집중하는 배경엔 면세 한도 상향이 있다. 관세청은 지난 2022년 9월 술 면세 한도를 1인당 1병(1ℓ·400달러 이하)에서 2병(2ℓ·400달러 이하)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관세청이 올해 추가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주류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 분야도 강화 중이다. 아미, 메종키츠네 등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를 이달 1일부터 온라인 채널에 정식 입점시킨 롯데면세점은 하반기 무렵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를 연결하는 B2B(기업 간 거래) 방식의 패션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글로벌 고객에게 K뷰티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기 위해 선출시를 시도하고 있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시내면세점인 무역센터점에도 연내 생로랑·발렌시아가·펜디 매장을 열고 명품 MD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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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떠난 롯데면세점이 진정한 승자

한편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부담으로 승자에 저주에 빠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이 사실상 승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2022년 입찰 탈락 후 지난해 6월 인천공항을 떠났다.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문을 연 지 22년여 만이다. 이후 롯데면세점은 해외, 시내, 온라인에 맞춘 전략을 중점으로 사업을 펼쳤다. 2022년 베트남 다낭시내점과 호주 시드니시내점을 오픈했고 지난해 6월엔 호주 멜버른공항점 운영을 시작, 같은 해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과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오픈했다. 롯데면세점은 세계 최대 공항인 창이공항에서 연간 5,000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몰 강화도 롯데면세점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면세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인천공항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됐다. 관세청은 코로나19로 면세업계가 타격을 받자 지난 2022년 9월 면세 주류 온라인 구매 허용을 포함한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면세 주류는 국세청 고시에 따라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공항 면세품 인도장이 아닌 면세점 주류 판매 영업장에서 상품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공항면세점에 사업장이 없으면 주류사업을 할 수가 없었다.

롯데면세점은 이 밖에도 전 세계 면세업계 최초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고 롯데인터넷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 개개인 취향에 맞춘 이벤트 정보, 혜택 등을 제공해 쇼핑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유료 멤버십을 통해 충성고객을 가두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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