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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정상화 펀드에 대출채권 진성 매각, 건전성 완화 등 착시 효과 누렸다
오하자산운용사는 OEM 펀드 운용, 상상인저축은행 부당 행위에 동조했나
저축은행 1분기 연체율 8.8%, PF 구조조정으로 부실채권 부담도 커져
상상인저축은행이 직접 투자자금을 넣은 펀드에 자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채권을 고가로 매각해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PF 연착륙 압박에 저축은행들이 정상화 펀드를 부실채권 '저수지'로 이용한단 지적이 많았는데, 그 실제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 PF 대출채권 꼼수 매각
금융감독원은 10일 상상인저축은행이 자신이 투자한 PF 정상화 펀드에 투자 금액 비율만큼 PF 대출채권을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6월 상상인저축은행은 오하자산운용사가 만든 2개 펀드에 각각 908억원, 585억원을 투자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해당 펀드에 대한 PF 대출채권 매각 비율과 정확히 일치하는 투자 비율이다. 진성 매각으로 부실한 PF 대출채권을 한순간 펀드수익 증권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로써 상상인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을 과다 인식하고 건전성이 완화하는 듯한 착시 효과를 거두는 등 부당 이익을 취했다.
당국은 오하자산운용사도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당 행위에 동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 펀드에 투자한 저축은행의 개별 확인을 받아 투자 대상 PF 대출채권을 최종 확정하는 등 'OEM 펀드'를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OEM 펀드는 투자자와의 이면계약에 따라 투자자로부터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상 불법으로 취급된다. 별도의 실사 없이 대출 취급 시점(최대 4년 전)의 감정평가 금액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PF 대출채권을 고가에 매입한 점도 지적됐다.
이에 금감원은 상상인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환입분에 대해 유가증권 손상차손을 인식하도록 지도하고 매각 자산을 저축은행 장부에 재계상하게 만들어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에 대한 착시 효과를 제거할 방침이다. 운용사의 OEM 펀드 운용 등 부당 행위에 대해선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진성 매각 우려하던 금융 당국, 이번 사태로 '현실화'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당 행위는 금융 당국이 PF 정상화 펀드의 적법성 여부를 따져보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앞서 지난 7월 금감원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가 조성한 PF 정상화 펀드를 본격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들 금융사가 정상화 펀드에 부실채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연체율을 왜곡하고 있단 의혹이 확산한 데 따른 조치다.
금감원은 여신금융협회나 여신전문금융회사와 협력해 조성된 PF 정상화 펀드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 펀드는 출자 회사 숫자나 투자 자산 등을 볼 때 진성 매각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없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문제가 된 건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계가 자체적으로 조성한 펀드들이다. 운용 업계를 중심으로 "소수의 금융사가 스스로 조성한 펀드에 자신들의 PF 채권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통상 진성 매각 이슈는 펀드 운용사가 자율적인 운용 권한을 갖고 있느냐로 판단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계가 조성한 펀드는 수익자가 자신의 PF 자산을 펀드에 넘기기 때문에 운용 의사결정 권한이 온전히 자산운용사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향후 PF 정상화 과정에서 편법이 횡행할 수 있고, 나아가 OEM 펀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전부터 우려되던 상황이 상상인저축은행으로 하여금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된 셈이다.
저축은행 업권 지표 악화, BIS 비율도 회사별 편차 커
이런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당 행위 발각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국의 감시 체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그러잖아도 여력이 낮아진 저축은행 업계에 추가적인 리스크가 덧붙게 됐단 의미다.
실제 저축은행 업계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 평균은 8.8%에 달했다. 지난해 말 6.6% 대비 2.2%p 오른 수준이다. 자산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PF·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이 10%를 초과한 곳도 8개사로, 지난해 말 3곳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부실채권 부담이 늘어난 것도 악재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해 손실 규모도 커진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 고위 임원은 "저축은행 업계 전반이 2분기에만 3,000억~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상황"이라며 "저축은행 업권은 상반기 총 5,000억~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의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분기 기준 14.7%로 법정 기준인 7%(자산 1조원 이상은 8%)에 이른다는 이유로 업권이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단 지적이 쏟아진다. BIS 비율을 전체 업계의 기준으로 삼기엔 회사별 편차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BIS 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0%(자산 1조원 이상은 11%)를 밑도는 저축은행은 전체의 4곳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