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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오존 파괴 물질 감축 성공이 환경 문제 해결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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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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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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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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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 해결 위한 국제 협약, 전 세계적 협력 촉진에 난항
염화불화탄소 감축 성공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성공 요인 제시
강제력 있는 조항 포함해 산업 내 혁신과 협력 이끌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적 협력을 이끌어 내는 과업은 수십 년간 난항을 겪어 왔다. 이런 가운데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는 염화불화탄소(chlorofluorocarbons, CFC) 감축 목적으로 도입된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달성 가능하면서 경제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 체결을 통해 관련 산업 및 기술 분야에서 혁신과 협력을 촉진해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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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EPR

협력에 어려움 겪는 기후 협약, ‘오존층 파괴 물질 감축’ 사례 참고해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약은 세계적 협력을 도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이 ‘무임승차자’(free-rider) 문제와 경제적 구속력을 가진 조항 협상의 복잡성으로 수십 년간 공전해 온 것이 그 난이도를 증명하는데 아직까지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파리 기후 협약(Paris Accord)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1987년 염화불화탄소(CFC) 감축을 위해 체결된 ‘오존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The Montreal Protocol on Substances that Deplete the Ozone Layer)는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지구 오존층은 아직도 남극 오존층에 선명한 구멍이 보일 정도로 CFC로 인한 파괴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몬트리올 의정서 이후 뚜렷한 회복의 모습도 관측돼 글로벌 환경 보호 협력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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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오존층 구멍 (2023년 9월 21일 촬영)
주: 오존층(녹색)/출처=CEPR

몬트리올 의정서는 CFC가 오존층을 파괴해 유해 자외선이 지구 대기권을 투과하도록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1970년대 후반에 알려지면서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와 스프레이 등의 압축가스로 널리 사용되는 해당 물질의 단계적 감축을 위해 선진국 간 체결된 협약이다. 놀랍게도 이 협약은 시행 10년 만에 지구상 CFC 생산 및 소비의 80% 이상을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는데 단순히 정부 시책에만 의지한 것이 아닌 과학기술계의 혁신을 촉진한 결과였다.

협약은 서명국들의 CFC 감축 목표 및 일정에 대한 동의와 비참여국에 대한 통상 제재,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 제품에 대한 무역 금지 경고를 포함했는데 이러한 경제적 구속력은 몬트리올 의정서에 강제력과 신뢰성을 부여해 여타의 기후 협정과는 다른 차원의 성과를 가능하게 한다.

몬트리올 의정서, CFC 대체 물질 개발 위한 혁신 촉발

다만 이례적인 성공이라는 점에서 해당 성과가 혁신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CFC 대체재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측 협상단 대표로 협약에 참여했던 리처드 E. 베네딕(Richard E. Benedick)은 협약으로 인해 대체재 생산 연구 개발이 대폭 증가했다고 주장했지만, 대체재 개발을 위한 돌파구가 협약 이전 이미 마련되고 있었고 이 때문에 관련 산업계가 CFC 감축에 동의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몬트리올 의정서가 CFC 대체 물질과 기술의 혁신을 촉발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엄연히 존재한다.

유지니 두구아(Eugenie Dugoua) 런던 경제정치대학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조교수의 최근 연구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CFC 사용을 제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혁신을 유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혁신을 논의 중심에 두고, 달성 가능하면서 강제력을 가진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관련 업계와 연구자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의정서가 체결된 1987년 이전에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CFC 대체재 후보로 확인된 14개 분자 물질(molecules) 관련 특허나 과학 논문 발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들어 대체재가 이미 존재했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반면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 이후에는 CFC 대체 물질 관련 특허와 논문이 급속히 증가하는 가운데 오존층 파괴와 상관없는 유사 용도의 유해 대기 오염 물질(hazardous air pollutants, HAPs) 관련 내용은 증가하지 않아, 의정서가 연구 개발과 혁신은 물론 결과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까지 유도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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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C 대체 물질 언급 특허 및 논문 수 추이
주: CFC 대체 물질 언급 특허 및 논문 수 추이(Panel a), 연도(X축), 특허 및 논문 수(Y축), 특허(청색선), 논문(하늘색선),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 연도(1987)(적색 점선), CFC 대체 물질 특허 수 추이(Panel b), 특허 신청 연도(X축), 특허 수(Y축), CFC 대체 물질(청색선), HAPs(하늘색선)/출처=CEPR

대체재 개발과 실용화 위한 대규모 연구 개발 투자 유도

하지만 이론적으로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과는 직관에 반하는 결과로 분류된다. 게임 이론(game theory)에 따르면 협력이 비교적 용이하고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보상이 큰 협약이라야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CFC 대체재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의정서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을 반영한다. 그러나 의정서 체결 이후에야 상당수의 혁신 활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대체재가 이론상으로 존재했다고 해도 실용화를 위한 광범위한 연구 개발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시사한다.

1987년의 결과를 보면 의정서가 제시한 초기 CFC 감축 목표는 효율성 개선과 재사용(recovery), 재활용(recycling)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었지만, 냉장 및 냉방 분야 등에서의 대규모 감축을 위해서는 신규 분자 물질의 개발이 필요했다. 따라서 CFC 배출 단위당 감축에 소요되는 한계 감축 비용(marginal abatement cost)은 초기에 매우 점진적인 증가를 기록하다 대규모 연구 개발 투자에 따라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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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C 배출 한계 감축 비용 추이(1987년)
주: CFC 배출 감축량(%)(X축), 한계 감축 비용(Y축), 몬트리올 의정서 1998년 목표(50%)(점선)/출처=CEPR

경제적 제재 수단 마련하고 산업 내 혁신 이끌어야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공은 실행 가능한 중간 목표와 야심 찬 최종 목표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맞춘 것에도 기인한다. 중간 목표들은 환경 단체들이 원한 것만큼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관련 산업에 혁신의 동기를 부여하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통상 제재를 포함한 강제 수단은 업체들이 마음 놓고 연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신뢰성을 제공했다.

결국 몬트리올 의정서는 한 번의 목표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중간 목표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진화의 길을 택한 것이다. 달성 가능하게 설정된 중간 목표가 성취되자 관련 산업계는 1990년과 1992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와 CFC의 전면 금지와 대체 물질 항목 확대를 골자로 하는 부속 합의서를 통과시켰다. 실행 가능하면서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가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면서 원대한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을 가능하게 한 결과다.

이러한 성공 모델은 향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간 협상에 참고할 만한 귀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언급할 사항은 협약에 포함된 구속력 있는 강제 집행 조항이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물론 기후 변화 문제는 오존층 파괴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얽혀있지만 핵심 성공 요인은 그대로 적용된다. 통상과 환경 문제를 결합해 경제적 구속력을 부과하는 기후 협약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기후 변화 협상과 오존층 보호 협의의 차이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오존 문제가 화학 산업 중심의 단일 업계가 고민해야 할 기술적 문제였다면 기후 변화 문제는 사실상 글로벌 경제에 속한 대부분의 산업에 영향을 주는 대규모 이슈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관점에서 몬트리올 의정서는 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한 특정 산업 또는 기술 분야가 협력해 기술적 해결책을 찾아내야 했던 산업 내 협약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기후 협약은 세계 전 산업 분야가 연관돼 저탄소(decarbonisation)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범지구적 과제에 속하는데 여기서도 몬트리올 의정서와 같이 각각의 산업들이 자신들에 해당하는 문제로 범위를 좁혀 집중하도록 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특정 산업과 기술에 목표를 맞춘 기후 협약이 애매함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저탄소 기술 개발 투자를 촉진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실행 가능하면서 강제력 있는 목표를 통해 우선적이고 가장 필요한 산업 분야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단계적으로 목표를 늘려 원대한 최종 목표까지 접근하는 방식이 복잡다단한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편이다.

원문의 저자는 유지니 두구아(Eugenie Dugoua) 런던 경제정치대학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조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Global environmental cooperation and innov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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