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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대만 지원 중단 가능성 “현실로 다가와”
‘대만 국방 예산 증액’, ‘미국 무역적자 해소’ 요구 확률 높아
트럼프 집권 상관없이 미국의 ‘고립주의 정서’ 대응 필요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미국이 대만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당사국인 대만과 우방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위협하에 놓인 자주국으로서 대만은 중요 안보 파트너인 미국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는데, ‘고립주의’(isolationism)와 ‘보호주의’(protectionism)로 대표되는 트럼프식 대외 정책이 대만의 자주성과 안보에 깊은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내 전반적 정서가 더 깊은 고립주의를 향해 가는 모습도 대만의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대만 개입 중단’ 위험 현실화
트럼프 집권 시기 미국-대만 관계는 탄탄대로로 보였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증가를 비롯해 미 해군의 대만 해협(Taiwan Strait) 순찰 빈도가 늘었고, 미 고위급 인사들의 잦은 대만 방문은 양국의 관계 강화를 입증하는 듯했다. ‘이보다 더 좋은 적이 없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한 차이잉원(Tsai Ing-wen) 당시 대만 총통과 같이 대만 국민들도 트럼프를 대만 이익의 확고한 수호자로 여겼다. 이에 대만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Joe Biden) 현 미국 대통령보다 트럼프를 선호한 유일한 인도태평양 국가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이 침공당하면 미국이 개입할 것임을 네 차례나 공언하는가 하면, 2022년 이후 9억 달러(약 1조2,400억원)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제공해 대만의 든든한 지원군임을 입증했지만, 트럼프는 대만을 미국 반도체 산업 침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미국의 지원으로 대만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는 발언을 하는 등 부정적이고 모호한 태도로 돌변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대한 우려는 대만 내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선언 직후인 올해 7월 조사에서 대만 국민들은 트럼프의 집권이 대만에 대한 개입 축소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면서 바이든에 대한 선호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실제 대만 국민들의 우려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표현되는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대만의 방위 전략과 대미 경제 문제에 복잡성을 더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방위비 증강’, ‘미국 무역적자 개선’ 요구 가능성
우선 대만의 방위비 증강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대만의 방위비 지출이 10년 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5%에 이르렀음에도 트럼프는 GDP의 10%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대로 하려면 대만은 국가 지출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야 할 정도로 엄청난 재정적, 경제적 부담을 수용해야 한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에는 미국의 대만 군사 원조에 관한 부정적 견해가 숨겨져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속적인 군사 지원에 대해 트럼프가 ‘대만이 주는 게 하나도 없다’고 언급한 사실이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따라서 트럼프는 대만이 보조금이 아닌 자기 돈으로 미국 군사 장비를 사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사 원조를 중단하거나 대폭 삭감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으로서는 군사비 예산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미국 지원의 지속적인 의존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실 대만은 반도체 생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10대 교역국에 포함될 정도로 양자 간 교역에서도 중요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당국과의 무역수지에만 초점을 맞춰 미국의 무역적자 자체를 불평등한 무역 관계로 규정하는 경향을 보여온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의 지난해 대만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약 65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대만의 무역 흑자를 줄이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미국 상품 수입 물량 증가 및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율 인하 등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다만 반도체 분야만큼은 적어도 바이든 정책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시행한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530억 달러(약 72조6,000억원) 예산 중 TSMC 애리조나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에 66억 달러(약 9조원)를 배정했는데, 트럼프가 승리하면 규제 완화와 승인 절차 간소화를 통해 법 시행 속도를 더욱 신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만이 미국 반도체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트럼프의 그간 언급을 고려할 때 방심은 금물이다.
‘국방 예산 증액’, ‘미국과 공동 무기 개발’, ‘일본과 협력 강화’ 등 자구책 필요
그런가 하면 트럼프의 두 번째 집권은 대만에 더 깊은 지정학적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바이든의 모토를 따라 대만은 자국이 처한 상황을 민주 정권과 독재 정권의 대결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중국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로 여겼다. 대만 정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신들을 투사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트럼프의 세계관에는 ‘이념 투쟁’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우방국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미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 우선주의’만 존재할 뿐이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이 "대만이 우크라이나 얘기만 하는 것은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본인들의 처지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유럽 걱정만 하지 말고 중국의 위협을 현실로 느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원들은 미국이 유럽이 아닌 중국 문제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자신들의 견해를 대만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대만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없이 안보 역량을 강화하려는 자발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만이 스스로의 국가 방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방위 예산을 GDP의 10%까지 올리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나 5%를 기준으로 해마다 증액한다는 목표 정도만 해도 대만이 스스로의 방위를 위해 더 큰 부담을 감수하려는 태도로 비쳐 미국 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의 지지까지 끌어낼 수 있다.
또한 대만은 미국과의 방위 협력에 있어 드론을 포함한 무기 체계의 공동 개발 및 생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기술과 방위 산업에서의 협력 지원을 공언한 바 있으며 트럼프 역시 미국 제조업과 국방력 증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대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는 양국 관계를 돈독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미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안정화에 높은 관심을 보유한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일본과의 협력 강화는 미국의 대만 문제 개입 중단 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든든한 지역 내 후원군을 얻게 되는 것으로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추진해야 한다.
‘중국 영향력 증대’와 ‘미국 고립주의 정서’ 사이 살길 찾아야
트럼프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중국이 그의 수사법을 더 이상 대만 방어에 공을 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하게 되면 군사력은 물론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통해 대만을 손안에 쥐고 흔들려 할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해쳐 한국, 일본 등의 우방국들조차 국가 안보 문제에서 미국의 지원 의지를 불확실성과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대만은 점점 더 공격적으로 치닫는 중국의 팽창과 미국 내의 고립주의, 보호주의 정서 사이에서 자국의 안전과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냉혹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다만 이는 다른 수많은 우방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 대한 의견이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나 수많은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속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점점 더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미국 내 정세까지 감안한다면 미국의 지원은 더 이상 ‘당연지사’도 아니다.
원문의 저자는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대외관계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Would Trump abandon Taiwa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