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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 기업 관세 매겨 美에 공장짓게 하자"
삼성·TSMC 혜택받는 美 반도체법 정면 비판
트럼프 당선 시 국내 반도체 기업 타격 불가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를 유인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정면 비판했다. 이들 기업에 보조금 대신 관세를 부과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반도체기업에 왜 돈 주나"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전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Joe Rogan)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부자 기업들이 와서 돈을 빌려서 여기에 반도체 기업을 설립하도록 수십억 달러를 대는 데 그들은 어차피 우리한테 좋은 기업들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보조금을 주지 말고 고율 관세를 매겨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유치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센트도 줄 필요가 없었다”며 “관세율이 아주 높으면 우리가 아무것도 줄 필요가 없이 그들 스스로 미국에 와서 반도체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게다가 이들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한 기업들"이라며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그게 지금 대만에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TSMC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대만이 엄청나게 잘하고 있는데, 그건 오로지 우리의 멍청한 정치인들 때문"이라며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잃었고 이제 우리가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반도체 공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기 돈을 미국에서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부정적 영향
바이든 행정부에서 2022년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제정된 반도체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3조1,2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새로 건설한 반도체 공장에 대해 반도체법 보조금으로 64억 달러(약 8조7,600억원)를,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예정된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위해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를 지원받는다. 이런 가운데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아직 할당되지 않은 보조금이 남아 있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회수하려 들 수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큰 위협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법에 의거해 미국 투자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지만 반도체법이 축소되거나 보조금 지원 조항이 기존에 비해 국내 기업에 비우호적으로 결정되면 자금 압박 등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중국 투자 엄격히 제한하는 반도체법, 폐지 시 견제 무력화될 수도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반도체법이 폐지될 경우 대중국 견제 조치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도체법이 미국 진출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사업 재조정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어서다.
반도체법의 시행규칙인 이른바 '가드레일 규칙(Guardrail Rule)'에 따르면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지급 시점부터 10년간 중국 등 ‘해외우려국가’ 내 반도체시설의 생산시설은 5% 이하(일정 사양 이하의 구형 반도체 생산시설은 기존시설에 대해서는 10% 미만)의 확장만 허용되며, 이를 어기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다.
미국은 또 개별 기업에 대한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과는 별개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미 자국 기업에 대해서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에도 비슷한 수준의 통제를 요구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한국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법을 폐지하고 고율 관세로만 대중국 압박을 이어갈 경우 중국을 글로법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