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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트럼피즘,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낮추고 미국 성장세 견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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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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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년 세계 경제전망
세계 성장률 전망 3.2→3.0%로 하향 조정
"트럼프 2기 행정부서 인플레 발생 가능서 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내렸다. 주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펼쳐질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 등 더 강해진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이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을 여기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내년 세계 경제, '트럼피즘' 하에 둔화

14일 이시욱 KIEP 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5월 전망 대비 0.2%포인트 내려 3.0%로 제시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2%), IMF(3.2%) 등이 미국 대선 전 내놓은 성장률 전망보다 낮다. 정영식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미국 신(新)행정부 출범과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대내외 악재에 따른 중국 경제성장 충격, 통화정책 전환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실질부채 부담 증가 등이 추가적인 성장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KIEP는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공급망 대란과 전 세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 실장은 “미국의 대중 관세율 평균은 19.3%로 향후 단계적으로 상향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을 압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마찰 발생으로 세계 교역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중 관세율이 현행보다 더 높게 설정되고 동맹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수입 규제가 도입된다면 중국 및 주요국들의 보복 조치로 세계 교역이 급락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신흥국들은 금융불안과 함께 성장률이 하락하고,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경제만큼은 탄탄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KIEP는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0.4%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올해 2.8%, 내년에 2.1% 성장이 예상된다. KIEP는 미국 성장률 전망을 올린 이유로 트럼프 당선인의 대규모 감세 정책을 꼽았다. KIEP는 “트럼프 신행정부의 감세정책 시행 시기 및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정책 수정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감세정책이 빠르게 시행된다면 대체로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내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심 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KIEP가 주요국 중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곳은 미국 외에 인도(0.3%포인트), 베트남(0.3%포인트), 러시아(0.1%포인트) 등이 있다.

중국·독일 경제도 빨간불

반면 중국 성장률 전망은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IEP는 “트럼프 신행정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규제 조치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60% 관세 등 제재를 추가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 60%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로 지역도 경제 부진과 대미 무역 마찰 우려 등의 우려로 기존 1.6% 성장 전망을 1.3%로 낮췄다. 구체적으로 독일 0.8%, 프랑스 0.9%, 이탈리아 0.9%, 스페인 2.2% 등이다. 특히 독일의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제 중추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진 데다 수출 중심 구조 탓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 못지않게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다.

이에 독일 연방정부 자문기구인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도 13일(현지시간)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0.1%로, 내년은 0.9%에서 0.4%로 낮췄다. 위원회는 독일의 실질 GDP가 5년간 고작 0.1% 증가했다며 "제조업 약세와 지속적 성장 둔화는 독일 경제가 구조적, 순환적 역풍에 발목 잡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0.2%, 내년은 1.1%로 낮춰 잡았고,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트럼프 당선 이후 독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는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관세를 도입하면 독일의 미국 상대 수출이 최대 1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위스콘신주 유세 당시 관세 정책에 대해 연설하는 모습/사진=도널드 트럼프 유튜브

경제학자들 "트럼프, 인플레이션 유발할 수도"

이런 가운데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팽배한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매기고, 특히 중국 제품에는 60% 이상의 징벌적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미국 인구조사국은 광범위한 관세가 자동차, 의약품, 식음료, 가구, 가전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초당파적 조세정책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공약으로 2025년 세후 소득이 평균 1,800달러(약 252만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는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이 지불하는 만큼, 미국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부담을 낮추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건설업, 농업 등 이민자 인력이 많은 노동 시장에 충격을 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게 점쳐진다. 노동력이 부족하면 기업은 새로운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해야 하고, 이는 결국 비용 상승을 만회하기 위해 물가 인상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대량 이민자 추방은 궁극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과 건설 속도 둔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경제학자 웬디 에델버그는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노동 공급을 갑자기 줄이면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세율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기 부양책으로 간주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수요 증가에 따라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관세 계획에 대해 "연방 정책을 통해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인플레이션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새로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바꾸게 되는데, 이는 대출 비용 상승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전망이다. 이미 채권 시장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수익률이 급등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경제학자 베네타 디미트로바는 "정부 지출의 경로와 인플레이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경제가 이미 잠재성장률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정부 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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