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전공의 빠진 '여야의정협의체', 의정 갈등 장기화 우려 증폭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한덕수 총리, 협의체에 환자단체 참여 "필요시 논의"
환자단체연합회 "참여 의사 밝힌 적 없다"
전공의들, 당사자 빠진 협의체 논의 무의미 '평가절하'
사진=대한의사협회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협의체에 환자단체를 추가하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작 환자단체와는 별다른 논의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협의체는 야당과 의사단체, 전공의단체 등이 불참하면서 개문발차한 상태인데, 협의체 구성 후에도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환자단체를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쪽 '여야의정협의체' 출범

16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의료에 있어서 여러 가지 상황이 환자분들에게 굉장히 많은 고통을 드린 건 저희가 너무나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환자들께서 말씀하시는 사항들이 있다. 여야의정협의체에서 환자분들을 모실 것이냐 하는 문제는 필요하면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말씀하시는 어려움 등은 정부가 일종의 공익을 대표하는 분야로서 저희가 환자들의 말씀을 잘 듣고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선 여야의정협의체니까 야당과 의료계가 좀 더 많이 들어오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의료 개혁과 의정 갈등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는 지난 11일 야당과 전공의 단체 등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우선 출범한 상태다. 협의체에는 정부 측 한 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름을 올렸고, 여당에서는 3선의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 의원이 합류한다. 의료계에서는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 9명이 참여했다. 출범식에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참석해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의정 갈등 사태의 핵심 주체인 전공의들은 물론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교수단체들은 정부가 올해 입시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는 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도 전공의 대표가 빠졌다는 이유로 참여를 보류한 상태다.

지난 6월 13일 환자단체연합회를 비롯한 92개 환자단체가 국회 앞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환자단체연합회

"정부여당, 비판 피하려 시늉만 한다"

이에 한 총리의 이번 발언을 두고 정부가 의정 갈등 이후 약 10개월간 의료 공백 사태로 의료계에 끌려다니더니 생뚱맞게 환자단체를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환자단체연합회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환단연 관계자는 "협의체는 의료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자리라 맞지 않다고 문제제기를 해 왔다"며 "우리가 거길 왜 들어가냐"고 반박했다. 의료계를 달래기 위한 자리에 넣어달라고 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우리는 전문가 단체가 아니고 당사자 단체로서 목소리를 낼 수는 있다"며 "국민 목소리를 담는 취지라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도 모두 포함시키는 게 맞지 환자단체만 참여하는 것은 우리가 요구한 사항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환단연 측에서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협의체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의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월 출범한 의개특위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중증·필수의료 수가 현실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의료개혁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의개특위에는 수요자단체로 환단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으나, 역시 공급자단체의 핵심 당사자인 의협이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은 여전히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개특위는 협의체 출범과는 무관하게 특위대로 전문적 논의를 이어 나갈 것 이란 입장이다.

이를 두고 환단연은 "의개특위에서 논의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기로 결정한 사안마저 협의체에서 다시 논의한다면 의개특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의료계가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정책이 의료계가 포함된 정치권에서 다시 논의되면 공회전만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다. 즉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관계 설정'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의료공백 사태의 직접적 가해자는 의료계뿐 아니라 정부도 해당된다”며 "진작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을 이러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야당도 협의체를 향해 “시늉만 하며 비판을 피하려는 정부여당 속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종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협의체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의료대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협의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의협과 전공의 단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전공의의 핵심 요구인 2025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철저히 도외시하고 있고, 야당을 향한 협의체 참여 요청 역시 당일 아침에 공문 한 장 달랑 보낸 것이 전부"라며 "이런 태도가 의료대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냐"고 반문했다.

임현택 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3월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협 회장 선거 결선 개표에서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대한의사협회

장기 영향이 '뇌관' 될 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여당이 약속한 올해 내 합의도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의사 단체의 대응마저 더욱 강경해진 형국이다. 취임 반년 만에 탄핵된 임현택 전 의협회장의 말로가 이를 방증한다. 표면적 이유는 임 전 회장이 '막말'로 협회 품위를 손상했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규모 의대 증원 정책 발표를 기점으로 벌어진 의정 갈등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더 컸다. 의사를 포괄하는 법정단체 대표임에도 의료대란의 핵심 당사자인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는 물론, 동맹휴학을 진행 중인 의과대학 학생 대표들과도 갈등을 빚어 의료계 내부의 대표성조차 획득하지 못했다는 질타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의료대란의 진짜 뇌관은 현재의 불편이 아닌 장기적 영향 속에 숨어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일차적으로는 대학병원의 수련 과정에서 이탈한 전공의들이 문제다. 이로 인해 신규 전문의 공급이 최소 1년 이상 멈춰 서게 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35년까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70세 이상 의사는 3만2,000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전문의 숫자는 의료대란이 지속되는 기간 내내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단, 이들 인력은 의료대란이 마무리되면 벌충할 수라도 있다. 장기적으로 가장 문제를 일으킬 부분은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다. 동맹휴학이 장기화하다 못해 1년을 꼬박 채우게 됨에 따라 남자 의대생들이 일반병으로 입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의대생들은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입대하거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에 입대하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만, 이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입대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인력을 충당하는 유일한 인재풀이 남성 의사들이라서다. 그런데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전에 일반병으로 복무를 마치면 그만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로 복무할 의사가 줄어들게 된다. 수백 명이 공중보건의사 1인에게 의존하는 도서·산간 등 의료취약지역은 총체적 의료 공백 위험에 놓인 셈이다.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의료계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의제는 올해인 '2025년 의대 증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증원을 물리기엔 정부가 이미 실기(失機)를 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양측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협상 카드를 찾는 것이 의료대란을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 입을 모은다. 처음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끌어낸 것이 급격한 증원 정책이었던 만큼, 최소한 복귀를 저울질하는 이들이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의료대란의 종식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의료계에 뒤따르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전공의 대표는 협의체 출범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올해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거나 전공의들의 7개 요구안 모두를 수용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왜 전공의 제안을 따라야 하는지를 협의체에 나와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전문 직업인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공박하는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