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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2구역·성수1~4구역 재건축 계획 확정 시설 개방 조건으로 최고 높이 250m로 상향 주변 스카이라인·한강 접근성 높이는데 주력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와 신흥 부촌으로 부상한 성동구 성수동 인근이 최고 70층 높이의 아파트로 재건축·재개발된다. 기존 한강변 최고 아파트 높이를 뛰어 넘어 여의도 63빌딩과 맞먹는 높이다. 서울에서 세번째로 높은 아파트로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한강에서 보는 경관, 주변 아파트와의 조화 등을 고려해 통경축 확보, 텐트형·물결형 스카이라인 조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 '압구정 2구역 정비계획안' 통과
26일 서울시는 지난 25일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를 열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를 최고 70층, 2,600가구의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압구정 2구역(신현대아파트)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압구정2구역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 일대 재건축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심의 결과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압구정동 일대에선 현대·미성·한양 아파트 등 1만여 가구가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2~5구역은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는데 2구역의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준공돼 올해로 42년째를 맞은 2구역의 경우 현재 12~13층 1,924 가구에서 12개 동, 2,606가구로 재건축된다. 공공주택 321가구도 포함한다. 용적률은 300% 이하로 최고 250m 높이까지 지을 수 있다. 최고 높이 내에서 조합이 층수를 계획하면, 향후 건축심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층수가 결정된다.
최대 높이 250m, 65~70층 아파트 추진
이번에 확정된 최고 높이 250m는 조합이 제안한 높이 264m보다는 낮지만 63빌딩(249m) 수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에서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264m·69층),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256m·69층)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아파트가 된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한 층 높이가 3~3.3m임을 감안하면 조합이 계획한 70층 재건축도 가능한 높이다. 압구정 아파트지구 내 단지들이 모두 초고층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압구정2구역 조합은 최고 높이 65~70층 아파트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모든 동을 250m 높이로 짓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한강을 비롯해 주변 단지와 어우러지기 위해 전체적으로 텐트 모양의 스카이라인을 계획했다. 초고층 단지가 한강을 완전히 가리지 않도록 유연한 높이를 적용해 강남·북을 잇는 동호대교의 남단 논현로 주변은 20~39층으로 낮게 지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단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폭 8m 공공보행로를 만들어 통경축(通經軸·개방감을 주는 열린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공동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열린 단지'로 재건축하기로 하면서 70층을 허용했다. 너비 8m의 공공보행통로를 계획해 압구정동을 찾는 누구나 이 길을 가로질러 한강공원에 갈 수 있게 하고, 담장도 설치하지 않는다.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돌봄센터, 수영장, 다목적체육관 등 주민시설도 개방하기로 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압구정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동 인근도 초고층 아파트로 재개발
이날 수권분과소위는 압구정2구역과 함께 성수전략정비구역(1~4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변경안 및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이에 따라 성수1~4구역도 압구정2구역과 같이 층수 제한 없이 최고 높이 250m, 용적률 300%의 아파트로 재개발된다. 2011년 정비계획보다 획지 면적을 5만㎡ 확대하고, 순 부담률은 8% 축소했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가구 수는 기존 계획보다 14% 늘렸다.
이번 심의를 통과한 계획은 성수동 특유의 문화·휴식·조망을 즐길 수 있는 단지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성수 한강변에 위치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한강데크공원'을 조성한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내려 한강데크공원으로 갈 수 있도록 단지를 가로지르는 공공보행로도 계획됐다. 성수 일대 활력을 단지로 불어넣기 위해 단지 주변의 뚝섬로와 성수이로변에 근린생활시설과 공공시설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한강에서의 경관을 고려해 '리듬감 있는 물결 형태'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구역별 경계로 갈수록 낮아지는 '점층형 경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한강을 가로막지 않도록 단지 중간에 시야가 열린 통경축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강변북로로 한강과 단절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 길이의 수변문화공원을 조성해 한강으로의 접근성을 개선했다"며 "해당 공원이 시민 생활권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수변친화 도시로서의 매력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건축 재개로 압구정 아파트가격 들썩
한편 압구정2구역과 성수1~4구역에 대한 재건축 심의 통과를 계기로 일대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압구정3~5구역의 경우 정비계획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거쳤거나 현재 진행 중인 단계로 일제히 초고층을 선택한 압구정 재건축조합들은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나머지 압구정 3개 구역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심의를 하는 절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6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에 따라붙는 공사비 증가, 공사기간 연장, 분담금 증가 등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한 단지만 초고층으로 올라가면 나머지 단지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다 같이 초고층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평당 2억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단지의 경우 높이 올릴수록 아파트 가격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일대 아파트 가격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압구정은 이미 우리나라 최고 부촌으로 평가받지만 재건축 사업이 다소 지연된 사이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한 반포 일대가 근래 가격 상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이 완성될 경우 반포 신축 아파트와도 연식이 10년 이상 차이가 나며 무게중심이 다시 압구정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압구정2구역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지난달 이 아파트 전용면적 183㎡는 81억5000만원에 신고가로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동일 면적의 올해 초 매매거래(67억5000만원)와 비교해 14억원이 오른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는 미래 가치가 확실하고, 전국구 단지로 입지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현금을 다량으로 보유한 부유층이 대출 규제에 관계없이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