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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도 낮춰라" 美, 中 태양광 소재 관세 인상 '슈퍼 301조' 앞세워 중국 정부 보조금 지급 견제 전기차·반도체·철강 등에도 대규모 관세 부과
미국이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관련 소재에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보복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 中에 재차 '관세 폭탄'
1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텅스텐 제품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인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모듈의 기초 원자재이며, 태양광 웨이퍼는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이다. 텅스텐은 실리콘 웨이퍼를 절단하는 데 사용되며 무기, 컴퓨터 칩 등에도 활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계획은 자국 친환경 태양광 에너지 산업을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새로운 관세는 에너지 안보와 기술에서 중요한 소재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미국의 불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통상무역법 301조 근거한 조치
이번 관세 인상은 수개월 전부터 예고돼 온 조치다. 지난 9월 USTR은 통상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기술 이전, 지적재산권, 혁신과 관련한 중국의 행위, 정책, 관행을 조사한 결과에 따라 기존의 관세 인상 조치를 일부 수정하고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한다고 고시했다. 당시 USTR이 제시한 관세율은 △폴리실리콘, 실리콘 웨이퍼 50% △미가공 텅스텐 및 텅스텐바, 플레이트, 막대, 시트, 호일 등 텅스텐 가공품 25% 등이다. 당시 고시됐던 관세율이 이번 관세 부과 방안에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관세 인상 조치의 근거가 된 통상무역법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안보 법률이다. 무역법 301조는 1988년 미국 의회가 종합무역법안을 제정하면서 한층 강화되었고, 강화된 규정은 '슈퍼 301조'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통상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내세웠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이 '불공정 무역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중국 정부가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을 장악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장벽
미국의 이 같은 시각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대중국 관세 인상 사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5월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통상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올해 안에 기존(25%)의 4배인 100%로 인상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백악관은 자동차·가전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구형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50%로 인상하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0~7.5%에서 25%로,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및 주요 광물은 7.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당시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지식재산권 절도 및 기술 강탈 등 불공정하고 비(非)시장적인 관행을 유지해 왔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최첨단 기술과 기반 시설, 에너지 분야에 필요한 핵심 제품의 90% 가까이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위협하고, 미국의 공급망과 경제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며 “중국으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관세 인상)를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당 관세 인상 조치는 지난 9월 27일부터 점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