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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조짐 제주항공, 다음주부터 동계 운항량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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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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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후 대규모 운항 감축, 안전성 강화 시도
LCC의 비극, 참사가 드러낸 '속빈 강정'
이착륙 잦아 정비부실 우려, 인력도 태부족

제주항공이 국내선은 이르면 다음 주, 국제선은 셋째 주부터 운항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가 과도한 항공기 운항 스케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빗발친 데 따른 조치다.

“다음 주부터 국내선 운항 감축”

2일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5차 브리핑에서 “운항 안정성 강화를 위해 내년 3월까지 동계기간 운항량을 10~1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예약한 승객들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다른 항공사가 대체할 수 있는 노선이 있는 선에서 감축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며 “운항 빈도가 많은 노선 중심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사고기가 사고 전까지 48시간 동안 13차례 운항하는 등 운항 스케줄이 과도했다는 등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기준 보유 여객기 1대당 월평균 운송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길었고, 화물기를 포함한 전체 평균 기령(사용연수)도 14.4년으로 가장 오래됐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운항량 감축 조치에 대해 “과거에 무리하게 운항했기 때문에 축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직원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내부적 고민과 정비 여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존 예약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편으로 대체 가능한 노선, 타 항공사에서 자주 운항하는 노선 등을 선정 중”이라고 말했다. 정비사 수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정비사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했다.

항공권 취소 환불 줄이어, 현금 유출 심화

이번 운항 감축 결정에는 항공권 예약 취소 급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고객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하고 받은 선수금 규모는 약 2,606억원이다. 이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대 규모로 2위인 티웨이항공(1,843억원)보다 41.6% 많은 수준이다. 항공사의 선수금 중 대부분은 고객이 항공권 예약 시 미리 결제한 매표 대가 수금이 포함된다. 이는 항공사가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계약 부채로 인식되다가 고객이 항공권을 사용한 후 수익으로 전환된다. 항공사는 선수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 이후 항공권 환불 행렬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선수금이 되레 현금유출을 가중할 수 있다. 매출로 인식되지 않을 뿐 유동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금의 특성 탓에 환불도 보유 현금을 통해 진행할 수밖에 없어서다. 제주항공이 밝힌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제주항공 항공권 취소 건수는 약 6만8,000건이다. 대부분의 취소 건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가 벌어진 29일 오전 9시 이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참사 이후 제주항공이 조건 없는 환불을 밝혔기 때문에 현금유출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평소와 같이 취소 수수료가 존재하거나 바우처 대체 등의 조건이 붙으면 환불로 인한 현금유출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제주항공 전액 환불을 약속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까지 예약한 고객에 대해 전 노선에 취소 수수료도 면제한다고 공지했다.

더 큰 문제는 참사 이후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주항공과 모그룹인 애경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불매운동이 길어질 경우 환불로 인한 직접적인 현금유출에 따른 유동비율 감소는 물론 영업활동현금흐름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유동비율은 39.4로 이는 적정 수준 15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39억원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3,016억원) 대비 68.9% 줄었다.

참사가 부른 'LCC 포비아'

국내 LCC들은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저가항공사 전체에 대한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LCC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번 참사가 저가항공사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영업적인 측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참사 사고기인 B737-800의 약 98%가 LCC에서 사용 중이라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잦은 이착륙이 불가피한 LCC 특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비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소비자들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3년 말 기준 LCC 한 대당 정비 인력은 △제주항공 11.2명(42대) △티웨이항공 11.5명(30대) △진에어 10.1명(27대) △에어부산 8.2명(22대)이다. 16명을 웃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크게 못 미친다. 한 LCC 항공사 임원은 “안 그래도 경기 침체와 고환율,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항공 수요 감소를 걱정하던 마당에 초대형 악재가 더해졌다”며 “LCC도 안전하다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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