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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 vs 0.25%p 인하 새해 첫 금통위 앞두고 의견 ‘팽팽’ 고환율 우려에 고심 깊어지는 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3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현재 상충 지표인 환율과 내수를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경기 하방 우려를 고려해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최근 환율이 다시 1,400원 후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동결 관측도 만만치 않다.
금통위, 새해 첫 통화정책 방향 제시
16일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를 갖고 새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 3.0%인 금리를 추가 인하할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통화·무역정책과 국내 정치 상황 불확실성 등으로 경계감이 있으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통화정책 추가 완화 근거로 성장 모멘텀 약화와 정치 위기로 인한 내수 하방 리스크를 꼽았다. 미국향 수출이 기술제품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말에는 전체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에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봤다.
금융위기 來 첫 3연속 인하 가능성
한은도 올해 기준금리를 더 낮추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0·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췄는데 추가 금리인하 방침을 공식화 한 것이다.
당시 한은은 ‘경기 하강’ 우려를 강조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 증대와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통상 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내년 통화 정책은 경기 대응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으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에 내란 쇼크까지 덮치면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점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이 성장 하방 요인이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내란 사태 여파와 긴축적인 내년도 예산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서는 “향후 금리인하 속도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물가와 성장 흐름 및 금융 안정 상황의 변화, 그리고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하강 속도에 빠를 경우 당장 올해 1·2월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수준이 1%대로 안정된 상황에서 현 기준금리 수준(3.00%)은 여전히 ‘긴축적’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라며 “최소한 중립금리 수준(2.5%)까지 낮춰 간다는 게 기조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에 금리 인하 고민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낮추면 작년 10월·11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인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한은이 사실상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시국’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동결을 점치는 분석도 적지 않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2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60%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 달 전보다 동결 의견 비중이 줄고 기준금리 인하 의견은 늘었다. 지난달에는 기준금리 동결이 83% 수준이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경기침체 우려로, 내수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예상이 직전 조사에 비해 증가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60~1,470원대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를 가중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기축통화국도 아닌 한국의 금리 인하가 더 높은 금리를 찾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초래해 환율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금리 인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미국 국내 물가가 다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공개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신정부 출범 이후 물가 상승을 우려하며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시점”이라고 일제히 지적했다. 이 와중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져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으면 최근과 같은 비상사태에서 운신의 폭이 확대됐을 것이라고 지적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당초 작년 5월부터 한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작년 8월에도 충분히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는데 동결하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