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네이버클라우드, 유뱅크 컨소시엄 합류 금융위, 오는 3월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 자본력 확보, 탄핵 정국 등 막판 변수
금융위원회가 최소 1개 이상의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인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탄핵정국 속 관가의 국정 추진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제4인터넷은행 추진엔 힘을 더 싣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는 마땅한 혁신금융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제4인터넷은행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길 바라고 있다.
금융위 "혁신금융 대안 없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4인터넷은행 인가 신청 접수를 앞둔 금융위는 올해 최소 1개 이상 인가를 내부 목표로 삼았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국민이 피부로 변화를 느끼면서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혁신금융에 대해 고민이 많다”며 “이를 고려하면 현재로선 신규 인터넷은행이 최선의 선택지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최소 1곳은 인가하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제4인터넷은행 인가 가닥을 잡은 건 국내 혁신금융 성장 동력이 멈춘 상태기 때문이다. 핀테크는 간편결제·간편송금 이후 오랜 기간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환대출 플랫폼과 보험비교추천 플랫폼이 출시됐으나 이마저도 금융위의 주도 아래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지난 몇 년 새 급부상한 가상자산의 경우에도 시세변동이 큰 데다 투자금이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않아 금융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결국 금융위는 ‘시장 혼란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든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카드가 제4인터넷은행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렇다 할 혁신금융 카드가 없다 보니 정국 소용돌이와 무관하게 인터넷은행 설립에 힘을 싣기로 한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가 추진되냐’는 질문에 “여러 정치적 불안이 있을 수 있지만 흔들림 없이 일정대로 간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도 참전, '자금 조달력·운영 역량' 관건
제4인터넷은행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도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는 계열사인 네이버클라우드를 통해 유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한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시니어,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김성준 렌딧 대표가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고, 현대해상(손해보험), 트래블월렛(외화송금결제), 루닛(의료AI), 삼쩜삼(세금환급), 현대백화점(유통)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IBK기업은행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클라우드는 IT 기술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노년층, 외국인 등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외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반의 은행앱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예컨대 음성 명령만으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체 개발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 등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클라우드의 합류로 유뱅크는 목표 달성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참여로 제4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건은 자본력과 운영 역량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시중은행 참여가 유일하게 확정된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이다.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우리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상태다. 시중은행의 참여가 확정되거나 검토 중인 곳은 더존뱅크(신한은행), 유뱅크(IBK기업은행) 등이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금융의 경우 연체율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충분한 자본력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특례법상 최저자본금(250억원)보다 훨씬 많은 2,500억~3,000억원의 초기 자본금으로 출범하고도 수차례 자본 확충을 해야 했다. 앞서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의 초기 자본금은 2,500억원, 카카오뱅크는 3,000억원이었다.
조기 대선 시나리오 등은 변수
다만 제4인터넷은행 추진 일정이 탄핵 정국 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제4인터넷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은행권 경쟁 강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탄핵이 현실화 될 경우 새 정부가 제4인터넷은행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달 중 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면 향후 2~3개월간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할 경우 두 달 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4~5월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4인터넷은행 승인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단, 중소상공인과 지방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 활성화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만큼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후 정국 불안이 확대되면서 일정이 밀려날 가능성도 제기됐고, 현재도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은행에 대한 당국의 강한 의지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4인터넷은행 출범으로 은행권 내 경쟁 활성화, 원활한 금융공급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시장 상황을 계속 살펴보고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