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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중앙은행 예치금리 2.75%로↓ 연준은 트럼프 인하 압박에도 금리 동결 한은 "경기 나빠도 강달러 등에 추가인하 어려워"
유로존 20개국의 통합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이 중앙은행 예치금리 등 정책금리 3종을 모두 0.25% 포인트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CB, 4번째 금리 인하
30일(이하 현지시간)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올해 첫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예금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기준금리를 연 3.15%에서 2.90%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고 밝혔다. 한계대출금리도 연 3.40%에서 3.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ECB는 지난해 6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리며 1년 11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뒤 7월 한 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9월부터 이날까지 네 차례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 총 125bp(1bp=0.01%포인트)를 내렸다.
ECB의 금리 인하는 유로존의 물가가 차츰 안정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나왔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0%로 집계됐다. 유로존 '빅2'로 꼽히는 독일은 -0.2%, 프랑스는 -0.1%를 각각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일반은행이 여유자금을 소비자 및 기업에 대출하지 않고 ECB에 예치할 때 주는 중앙은행 예치(데포)금리는 2.75%로 낮아졌다. 인플레이션 시기 핵심 기준금리인 이 데포금리는 지난해 인하 개시 직전 4.0%였다. 다른 정책금리인 중앙은행 대출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2.90% 및 3.10%로 낮아졌다.
연준 FOMC는 금리 동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며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준은 지난 28~29일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금리를 현행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이어졌던 금리 인하 기조가 멈췄다. 연준은 성명에서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노동시장 상황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만장일치로 이뤄진 연준의 결정은 시장의 예상대로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하 속도를 천천히 해야 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최근까지도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해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연준 의원들과 전문가들의 발언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이 연준의 금리 동결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기구(OPEC)에 유가 인하를 요청할 것이고, 유가가 내려오면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이 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시사하며,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많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은도 2월 낮춘 뒤 속도 조절 가능성
연준이 금리 인하를 멈추면서 한국은행도 향후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계엄 사태로 소비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을 반영해 한 차례 금리를 내리더라도 이후 연속 인하를 결정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가 줄어들면 그만큼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미국과의 격차 확대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내내 걱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월 인하 이후 한은이 연내 단 한 차례만 추가로 더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FOMC 회의에 앞서 "미국 물가 지표가 기존 전망보다 좋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의 관계도 매끄럽지 않은 만큼 연준은 1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한은이 연준 결정을 계속 의식할 텐데, 연준의 점도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나 한은 모두 올해 많아야 두 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책,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국내 정치 상황 호전에 따른 원달러 환율 진정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한은은 올해 2월을 포함해 상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를 0.50%p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