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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불확실성 시대 일본의 선택, 유럽 전략에 던지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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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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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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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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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공급 확대에 흔들리는 유럽 산업 
방위력·문화 경쟁력 키우며 영향력 넓힌 일본 
일본의 선제적 정책 전환, 유럽 전략에 시사점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중 경쟁이 심화하고 미국의 안보 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의 기존 성장·안보 전략도 한계에 직면했다. 이보다 앞서 경제적 위상 약화와 산업 경쟁력 저하를 경험한 일본은 최근 산업구조 재편과 방위력 강화, 외교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양측의 차이는 국방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일본은 3년 만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두 배로 높였지만, 유럽에서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정책 전환에 나선 반면 유럽은 회원국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단일 정부인 일본과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제적 영향력 약화라는 공통된 과제에 먼저 직면한 일본의 산업·안보·외교 정책은 향후 유럽의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중국발 공급 확대에 흔들리는 독일

산업 분야에서는 중국의 제조업 공급 확대가 유럽 시장을 압박하면서 독일의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와 기계, 화학 등 독일의 주력 산업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직접 노출되면서 산업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공급 과잉 우려를 부인한다. 중국 상무부는 2026년 7월 자국 제조업의 성장이 보조금이나 내수 부진이 아닌 혁신과 시장 경쟁의 결과라며 과잉생산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 지표에서는 불균형이 확인된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조2,000억 달러(약 1,693조원) 로 집계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소비 비중은 13%에 그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은 이러한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2027년 세계 철강 과잉생산 능력이 7억2,1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생산 물량이 해외시장으로 향하면서 독일 기업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독일의 대중국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3분의 1 감소했으며 같은 해 8월 산업생산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자동차 생산도 18.5% 급감했다. 유럽개혁센터(CER)는 이를 '두 번째 차이나 쇼크'로 규정한다. 약 20년 전 첫 번째 충격과 달리 이번에는 자동차와 기계, 화학 등 독일 경제를 지탱해 온 자본집약적 고임금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수출 급증으로 대외 무역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뒤 일부 낮아졌다. 반면 미국은 무역 의존도 변화가 크지 않아 대외 충격이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산업 재편 먼저 나선 일본

일본 역시 과거 대외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제조업 경쟁력이 흔들리는 상황을 경험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자 일본 제조업체들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고 고부가가치 분야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장기 저성장이 이어지는 등 상당한 대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기존 수출 구조를 유지하기보다 달라진 대외 여건을 받아들이고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 체질을 바꿨다.

반면 독일은 기존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을 대체할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중국의 수요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에도 관세와 보조금 등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 확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중국 수요 회복을 전제로 한 통상·산업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세계 무역은 2000~2010년 경제권별 분화가 가장 두드러졌으며 이후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일본은 일찍부터 주요 협력국을 중심으로 교역 관계를 재편했지만, 유럽은 아직 뚜렷한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방위력 높이고 동맹 다변화

산업 분야의 대응 차이는 안보에서도 이어진다. 일본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체 방위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여기에 호주와 필리핀, 인도 등으로 안보 협력 대상을 넓히며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우선 일본은 2022년 이후 GDP의 약 1% 수준이던 국방비를 2%대로 늘렸다. 2030년대 초까지 이를 3%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실화할 경우 일본의 국방예산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의 안보 협력 중심에는 여전히 미국이 있다. 유럽 일각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미국을 대체할 현실적인 안보 수단이 없다는 판단 아래 미·일 동맹 강화에 무게를 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GDP 대비 국방비 2% 달성 시점을 2년 앞당긴 것도 미국의 안보 공약이 장기간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유럽도 국방비 확대에는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회원국의 국방비는 2025년 실질 기준 약 20% 증가했다. 그러나 GDP 대비 3.5% 또는 5% 목표의 적정성과 회원국별 부담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 물론 단일 정부와 예산, 지휘체계를 갖춘 일본과 27개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EU의 정책 결정 구조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동시에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유럽의 신속한 안보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점도 드러낸다.

문화 영향력도 국가 자산으로

일본의 변화는 산업과 안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 분야에서도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만화, 음식, 디자인 등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유럽이 기존 문화유산의 보존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세기에는 프랑스가 영화와 패션, 음식 등을 앞세워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에는 일본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브랜드파이낸스의 '2026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일본은 세계 3위를 차지했다. 2025년 1~9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3,16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었다.

문화적 영향력은 관광이나 콘텐츠 산업을 넘어 외교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가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높아질수록 통상과 기술 협력 등에서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러한 문화의 영향력에 주목해 수십 년간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경제와 외교에 적극 활용해 왔다. 반면 유럽은 상당한 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고도 새로운 성장동력이나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기존 유산을 보존하는 데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 인구 감소와 재정 부담 속에서도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해외 영향력을 넓혀온 일본의 사례는 유럽 역시 보유한 문화적 자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의 선택이 유럽에 주는 시사점

물론 유럽이 일본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다. 일본은 합계출산율이 1.1명에 그칠 정도로 인구 감소가 심각하고 장기적인 재정 부담도 크다.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 역시 유럽 국가들과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산업과 안보, 문화 분야에서 일본이 취한 대응은 유럽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산업에서는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에서 벗어나 달라진 교역 환경에 맞춰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의 향후 역할에 대한 결론을 기다리기보다 자체 방위력을 높이고 협력국을 확대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문화 역시 기존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와 외교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유럽과 일본의 차이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유럽이 미국과 중국의 정책 변화가 명확해지기를 기다리는 사이 일본은 달라질 국제질서에 대비해 산업과 안보, 외교정책을 조정해 왔다. 유럽이 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도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에 앞서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urope as a Middle Power] What Brussels Could Still Learn From Tokyo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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