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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매출 없어도 美 진출 가능성에 몸값 상승, 스타트업 ‘확장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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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9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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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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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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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가능성·CEO 경험, 기업가치 좌우 
미국 시장 우위에 유럽 스타트업 조기 진출 확대 
높은 기업가치 유지하려면 현지 실행력 뒷받침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현재 실적과 함께 향후 사업을 얼마나 큰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특히 미국과 같은 대형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실제 진출에 앞서 투자 단계에서부터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다국적기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이후 해외로 사업을 확대한 기업은 실제 진출 수년 전부터 다른 기업보다 높은 주식수익률과 시장 위험 프리미엄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진출 경험이 기업가치 좌우

이러한 해외 진출 가능성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가 경영진의 경험이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지 규제에 대응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통망까지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을 이미 경험한 경영진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시행착오를 줄이고 해외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유리하다. 실제 기업금융 연구에서도 CEO의 해외 사업 경험과 기업의 해외 진출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과거 다른 기업을 국내기업에서 다국적기업으로 성장시킨 CEO가 경영하는 기업은, 다국적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약 5.2%포인트 높았다. CEO가 이전 직장에서 사업을 진출시킨 국가가 1곳 늘어날 때마다 그 가능성도 약 0.6%포인트씩 상승했다. 해외 사업 경험이 있는 CEO가 평균 10개국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진의 이력이 해외 진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같은 경험은 해외 진출에 필요한 비용과 위험을 줄이는 데 강점으로 작용한다. 현지 규제 대응과 인력 채용, 유통망 구축을 이미 경험한 경영자는 새로운 시장에서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현재 매출이나 제품 경쟁력과 함께 경영진의 이력을 주요 평가 요소로 살피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진출 계획을 제시한 창업자가 현지 매출을 확보하기 전부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 학력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미국 시장 진출 과정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 판단에 반영되는 것이다. 기존보다 10~20배 큰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성장 잠재력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특정 국가의 규제와 언어, 결제 환경에 맞춰 사업해 온 기업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한다.

주: 기준 경제에서 고역량 경영자가 다국적기업을 이끌 가능성은 46.6%로 국내기업(0.1%)보다 약 466배 높았다.

자금·시장 격차에 빨라지는 미국 진출

경영진의 해외 사업 경험에 대한 평가가 특히 두드러지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미국은 유럽보다 벤처투자 시장이 크고 거대한 단일 시장을 갖춰 유럽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과 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주요 진출지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충분한 성장 기반을 확보한 뒤 해외로 나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창업 초기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의 자금 조달 격차가 자리한다. 미국 초기 스타트업은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는 유럽 기업보다 7배 이상 많은 자금을 조달하며, 투자 시점에 따라 기업가치도 3~7배까지 차이가 난다. 회계 및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23년 말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3,000개를 넘어섰고, 기업가치 합계는 약 27조 달러(약 3경8,165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에 집중된 반면, 유럽 기업의 비중은 10%를 밑돌았다.

자금력뿐 아니라 시장 구조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 벤처캐피털 시장은 투자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 모두 유럽을 웃돈다. 미국이 하나의 소비·기업 시장을 형성한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27개국의 서로 다른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미국이 GDP의 약 3.5%로 유럽을 웃돈다. 유럽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미국 진출에 성공할 경우 더 많은 투자 자금과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 같은 시장 여건은 유럽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벤처캐피털 기업 인덱스벤처스(Index Ventures) 조사에 따르면 시드 또는 프리시드 단계에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유럽 스타트업의 비율은 64%로 5년 전 33%에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미국 진출이 일정 규모로 성장한 이후 검토하던 선택지에서 창업 초기부터 추진하는 성장 전략으로 바뀌는 흐름을 보여준다.

미국 시장 진출 방식은 기업의 사업 여건에 따라 달랐다. 독일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페르소니오(Personio)는 현지 사업 기반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전부터 투자자와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미국 진출을 추진했다. 덴마크 핀테크 기업 플레오(Pleo)는 1억5,000만 달러(약 2,120억원)가 넘는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한 뒤 엔지니어링 조직은 코펜하겐에 유지하면서 미국 사업에 무게를 실었다. 검색·추천 소프트웨어 기업 알고리아(Algolia)는 본사를 샌프란시스코로 이전해 미국 개발자 생태계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 그러나 미국 진출 시점에는 기업별 전략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Spotify)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10년을 기다리며 사업 기반을 다진 반면,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빠른 시장 진입을 택했다. 두 기업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거둔 만큼 진출 속도 자체보다 미국 시장에 맞는 전략과 이를 실행할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이 미국에서도 같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현지 시장에 대한 경영진의 대응 능력도 중요해진다.

미국 진출 전략은 기업의 조직과 거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유럽연합(EU) 스타트업의 약 10%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며 이 가운데 약 85%는 미국을 선택한다. 엔지니어링 조직은 유럽에 유지하면서 영업 조직과 경영진을 미국으로 옮기는 ‘기업 플립(corporate flip)’도 활용된다. 이는 유럽의 기술과 인력 기반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자본과 시장에 접근하려는 방식이다.

미국 진출 기대만큼 실행력도 중요

미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면, 이후에는 이를 실제 성과로 이어갈 역량이 요구된다. 투자자도 초기 기업을 평가할 때 현재 매출과 성장률에 더해 경영진이 미국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미국 자본이 유럽 스타트업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러한 요구도 한층 커졌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프란체스코 페르티카라리(Francesco Perticarari)에 따르면 미국 벤처캐피털은 유럽 고성장 기술 스타트업이 조달하는 자금의 약 42%를 차지한다.

이를 위해 영업 조직과 규제 대응 체계, 현지 인력 등 사업 확대에 필요한 기반을 단계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가 늦어질 경우 미국 시장의 성장 기회를 놓치는 데 이어 투자 단계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실제 성과로 뒷받침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제품과 영업 전략의 현지화도 필요하다. 미국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지 점검하고 현지 규제와 거래 관행에도 대비해야 한다. 관련 조사에서는 미국 기업 고객이 거래 여부를 결정할 때 신속한 대응 능력과 규제 준수 여부, 기존 고객 사례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주기와 구매 방식도 유럽과 차이가 있어 제품 설명을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시장에 맞게 영업 방식을 조정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주: 해외 이익에 25%를 과세할 경우 다국적기업의 38.7%가 생존한 반면 고액 CEO 보수에 과세할 경우 생존 비율은 48.0%로 높아졌다.

결국 미국 진출 가능성을 바탕으로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유지하려면 실제 사업 성과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해외 사업 경험을 갖춘 경영진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새로운 시장에서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을 평가할 때는 시장 규모와 현재 실적에 더해 경영진의 해외 사업 경험과 현지 실행 역량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Expansion Premium: Why Startups Are Priced for US Growth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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