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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연준] 트럼프發 독립성 논란 속 '작은 연준' 택한 워시, 중앙은행 개입 범위 줄이며 시장·정치권과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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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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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와 한 번 대화" 연준 독립성 침해 의혹 부인한 트럼프
워시 의장, 인준 전부터 독립적인 의사 결정 의지 드러내 와
워시 연준의 '작은 연준' 구상, 독립성 강화 출발점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지명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통해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워시 의장과의 대화는 경제 전반에 대한 자문 차원이었을 뿐, 연준의 금리 결정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워시 의장 역시 인준 이후 연준의 역할 축소에 집중하는 등 독자적인 정책 노선을 구축하며 정치권·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 독립성 의문 재차 부각

1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워시 의장과의 접촉 빈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며칠 전 그와 딱 한 번 짧게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그냥 대화였다”고 답했다. 이는 최근 백악관 고위 경제 참모가 내놓은 발언과 관련한 일종의 해명으로 읽힌다. 앞서 지난 7일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워시 의장이 경제에 관해 자주 대화한다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듣지는 않는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에게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도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워시 의장 인준 이후 그와 여러 차례 대화하며 경제 전망과 견해를 물었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두 사람의 대화를 아는 다른 관계자들은 "통화가 정기적이지 않으며 빈도도 높지 않다"고 귀띔했으며,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연준의 신뢰와 역량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을 조언을 구하는 여러 인사 중 한 명으로 활용할 뿐, 금리 인하를 직접 압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워시 의장도 독립적 판단 강조

워시 의장 역시 이전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관련 사안이 본격적으로 미국 정치권에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청문회부터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가 연준 의장이 되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였다. 의원들은 워시가 지명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리 인하를 약속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고, 워시는 “대통령은 나에게 금리 인하를 약속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며 “그런 요구도 없었고, 나 역시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대통령의 정치적 지시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도 부인했다. 공화당 존 케네디 상원의원이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냐”고 묻자, 워시는 “절대 아니다”라며 “연준 의장으로 인준된다면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의회의 의구심은 지난달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다시 부각됐다. 당시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워시가 인준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특히 대통령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려고 했는지를 추궁했다. 워시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백악관의 지시를 받아 통화정책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독립적으로 일할 사람을 선택했고, 나는 바로 그렇게 일할 계획”이라며 "지난 몇 주간 내가 내린 정책 결정이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정책 수행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적이 없었다"며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맡은 일을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워시 연준, 역할 축소가 목표

연준 자체의 크기와 역할을 줄이고자 하는 워시 의장의 정책 운용 기조는 이 같은 입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워시 의장은 4월 인준청문회에서 연준의 '미션 크리프(mission creep·임무 확대)'를 비판하며 연준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채권 매입은 정당화가 가능한 정책이었지만, 이후 대규모 자산 매입이 일상적인 정책 수단으로 굳어진 것은 문제라며 대차대조표 축소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도 "현재 6조7,000억 달러(약 9,500조원) 규모인 연준 대차대조표가 지나치게 크다는 기존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며 "금리 정책이 중앙은행의 주요 수단이 되기를 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제도 개편도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통화정책 운영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기 위한 5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으며, 이 가운데 별도 대차대조표 태스크포스가 지급준비금(ample-reserves) 체제, 자산 구성, 대안 체계 등을 뜯어보는 중이다. 커뮤니케이션 역시 독립된 개편 대상에 포함됐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금리 경로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예고할 경우, 시장의 기대가 족쇄로 작용해 신속한 정책 수정이 어려워진다고 본다. 실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시장에 정책 결정을 미리 알려주는 관행을 거부하고, 연준이 시장에 정보를 '떠먹여 주거나(spoon-feeding)' 결정을 사전에 예고하기보다 시장 스스로 경제 상황과 금리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표1. 워시 의장의 '작은 연준' 구상

개편 분야주요 구상
연준의 역할물가·통화정책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
대차대조표일상화된 대규모 자산 매입을 축소하고 금리 정책을 주요 수단으로 복원
소통 방식구체적인 금리 경로 예고, 정책 결정 사전 안내 등을 줄여 정책 유연성 확보
시장 역할연준의 신호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 상황 및 적정 금리 수준을 직접 판단
자료: 연방준비제도, 외신 종합

美 금융시장 영향은

이처럼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통화정책 정보가 줄어들면 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일 워시 의장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면서 채권 시장에 일종의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형성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뚜렷한 금리 방향성을 제공받지 못한 시장이 정책 불확실성을 반영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30년물 미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10년물 금리도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연준의 역할 축소는 투자자들이 경제의 기초 여건을 토대로 자산 가격을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책 결정의 책임은 연준이 지고, 가격 발견의 책임은 시장으로 자연히 분리되는 구조다. 대차대조표 축소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연준이 평상시에도 대규모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보유하면 중앙은행의 결정이 장기금리, 자산 가격, 정부의 차입 비용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대로 시장 개입을 위기 상황에 한정하고 평시에는 금리를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할 경우, 장기금리와 자산 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시장 본연의 가격 발견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

시장 불안감 해소 기대

이러한 변화는 연준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의 권한과 역할이 넓다는 것은 곧 대통령이나 의회가 연준의 결정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크다는 의미다. 연준이 단순 금리를 넘어 국채 매입 규모, 자산 구성, 금융시장 지원 등의 결정권까지 손에 쥐게 될 경우, 연준이 내리는 각각의 결정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충돌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준의 역할을 물가 안정과 통화정책이라는 좁은 범위에 묶어두면 외부 압력이 개입할 만한 접점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독립성 논란 역시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일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시장 전문가는 "중앙은행 총재가 대통령과 대화했는지 여부가 정책 신뢰성의 문제로 번질 정도라면, 독립성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접촉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를 최소화하는 것일 수 있다"며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연준이 명확한 물가 기준과 제한된 정책 수단 안에서 움직인다면 개인적인 소통이 실제 정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작아진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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