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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자에 민간 자본까지" 테크업계에 자금 몰아주는 中, 자본시장서는 개방·통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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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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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반도체·AI 부문 민간 자금 유입 적극 유도
금융 시장 장벽 낮추고 '위안화 국제화' 행보에도 박차
외국인 中 채권 보유액·위안화 거래 비중은 여전히 미진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장 자본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국가 차원에서 제도·금전적 지원을 단행하는 것을 넘어, 주식 및 채권을 통해 민간 자금을 전략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밖에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의 시장 접근 및 위안화 활용 범위를 넓히며 금융 시장의 외연 확대에도 힘을 쏟는 추세지만, 자본 유출·금융 불안을 막기 위한 통제 장치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 자금 빨아들이는 中 테크업계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테크 기업들이 2024년 이후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2,170억 달러(약 306조1,87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보조금, 세제 혜택, 정부 투자 등을 중심축 삼아 전략 산업을 육성하던 중국이 주식, 채권 등 민간 자본을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다.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 입성한 CXMT의 주가는 거래 시작 후 수 시간 만에 500% 넘게 치솟았고, 시가총액 역시 수년간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를 지켜 온 공상은행을 단숨에 밀어냈다.

중국은 CXMT의 상장을 앞두고 국가 차원의 설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에만 적용하는 ‘사전 심사’ 제도를 최초로 동원해 최대 수년이 소요되는 심사 절차를 8개월 만에 마무리하고,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추가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지난달 기술주 급락 사태 당시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시장에 개입해 신뢰 회복에 나선 배경에도 CXMT 지원이라는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사격을 발판 삼아 CXMT는 26조 달러(약 3경6,686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중국 가계 저축을 비롯한 민간 자금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정부 직접 투자 활기도 여전

테크업계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과의 AI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조 위안(약 419조4,600억원)을 투입해 전국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하고 통합 컴퓨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등 관계 기관이 마련한 구상에는 지역별로 흩어진 AI 컴퓨팅 자원을 하나로 묶고, 화웨이 등 자국 업체의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프라 자립도를 제고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정부는 관련 구상을 국가 차원의 인프라 사업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NDRC는 전국 일체형 컴퓨팅 네트워크를 제15차 5개년 계획의 주요 프로젝트에 포함했으며,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중앙 노드를 중심으로 지역·산업별 노드를 연결하는 '1+M+N' 체계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 인프라 확충도 이어지는 추세다.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중국의 AI 컴퓨팅 용량은 2,185 초당 엑사플롭스(EFLOPS)에 달했고, 1만 개 이상의 AI 가속기를 갖춘 대형 컴퓨팅 시설 역시 52곳으로 늘었다. 내몽골, 간쑤 등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中의 금융 시장 운용 기조

중국 정부는 금융 시장의 진입 장벽도 점진적으로 낮추는 중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금융 시장 개방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개방 속도와 범위를 철저히 통제해 왔다. 2018년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최 전후로는 외국인 지분 제한의 점진적 폐지·외국 금융사의 시장 진입 요건 완화 등 개방 확대 조치가 이어졌지만, 금융 리스크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감독도 함께 심화했다. 감독 강화를 맡은 기관은 2023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3기 체제 출범 직후 신설된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증권업을 제외한 금융기관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높아진 금융 시장의 대외 개방 수준에 발맞춰 정부가 직접 자산 유출과 시스템 리스크 통제에 나선 것이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출범 첫해 금융사에 부과된 벌금 총액은 78억3,800만 위안(약 1조6,400억원)으로 전년의 약 3배 수준까지 늘었다. 이 같은 이중적 정책이 등장한 것은 중국이 금융 시장 개방을 ‘경제 주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중국은 장기간 미국 등 주요국 대비 금융산업 경쟁력이 낮았다"며 "시장을 급격히 개방할 경우 위안화 자산이 해외로 대거 유출되고, 극단적인 상황에는 자산 가격 급락이나 금융위기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는 입장이었다"고 짚었다.

해외 자본 유입 통로 넓어져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방어적 기조에도 점차 금이 가고 있다. 경기 둔화와 외국인 투자 감소로 해외 자본 유치 필요성이 부각된 데다, 중국 정부가 자본 이동·금융 리스크 통제 수단을 상당 부분 구축하면서 개방 여력이 커진 결과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중국 국가외환관리청(SAFE)은 지난 6월 자본시장 개방 전략을 기존의 개별 투자 채널 확대에서 국제 기준에 맞춘 ‘제도적 개방’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국인의 증권 발행·거래 시장 접근 규정을 국제 기준에 맞추며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해외직접투자(ODI)와 외채 관련 외환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국내기관투자자(QDII) 쿼터를 추가로 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금융 시장 개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인민은행(PBOC)은 6월 상하이 자유무역구에서 중국공상은행·중국은행 등 6개 대형은행의 역외 위안화 외환거래를 허용했고, 해외 중앙은행과 국제기구·국부펀드가 중국 국채 등을 담보로 PBOC에서 직접 위안화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본토 투자자의 홍콩 채권 투자에 활용되는 제도인 ‘남향 채권퉁’ 연간 한도를 5,000억 위안(약 104조8,400억원)에서 8,000억 위안(약 167조7,400억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표1.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 확대 흐름

분야주요 조치
자본시장 제도외국인의 증권 발행·거래 규정을 국제 기준에 맞춰 조정, 해외 금융기관 참여 확대
기업 외환업무해외직접투자·외채 절차 간소화 및 적격국내기관투자자 쿼터 추가 배정
역외 위안화 거래상하이 자유무역구 6개 대형은행에 역외 위안화 외환거래 허용
위안화 유동성해외 중앙은행·국제기구·국부펀드가 중국 국채 등을 담보로 PBOC에서 위안화를 직접 조달하도록 허용
채권통중국 본토 투자자의 홍콩 채권 투자 한도 확대
판다본드해외 기관의 위안화 채권 발행 절차 간소화, 자금 사용처 확대
자료: 중국 국가외환관리청, 중국인민은행

실질적 정책 성과 불투명

중국은 해외 기관이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로 발행하는 ‘판다본드’ 시장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판다본드 발행액은 1,600억 위안(약 33조5,480억원)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낮은 금리로 조달 비용이 낮아진 데다, 발행 절차 간소화·자금 사용처 확대 등 제도 개선이 맞물리면서 발행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도 판다본드 발행과 거래를 더욱 활성화하고, 해외 기관의 위안화 조달 수요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만 이러한 중국 정부의 행보가 본격적인 시장 개방 및 위안화 영향력 확대로 직결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무역 결제와 해외 대출을 통해 위안화 사용을 크게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위안화를 글로벌 투자·준비자산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개방된 자본계정과 깊고 유동적인 금융 시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외국인의 중국 채권 보유액은 2024년 4조5,000억 위안(약 944조2,800억원)에서 최근 3조2,000억 위안(약 671조4,880억원)로 오히려 감소했다. 위안화 국제화 전략도 비슷한 한계를 드러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지난해 8.8% 수준이었다. 이는 2013년 2% 대비 눈에 띄게 성장한 수치지만, 중국이 세계 경제·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서도 올해 1분기 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위안화 비중은 1.99%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달러화의 비중은 57.13%, 유로화의 비중은 20.0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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