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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은행 갈아타기 쉬워진 시대, 금리 경쟁 빨라지고 예금 이탈 위험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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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2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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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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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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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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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이동 쉬워지며 높아진 금리 민감도 
SNS·모바일 확산에 따른 뱅크런 위험 확대 
금융감독도 신속 대응체계로 전환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3년 3월 9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하루 만에 420억 달러(약 59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이튿날 오후에는 1,000억 달러(약 141조원)의 추가 인출이 예정돼 있었다. 금융 규제당국에 따르면 고객들이 48시간 동안 인출을 시도한 금액은 총 1,420억 달러(약 200조원)로 SVB 전체 예금의 약 81%에 달했다. 과거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던 대규모 뱅크런이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셈이다. 이처럼 빠른 예금 이탈은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자금 이동이 쉬워진 환경에서 비롯됐다. 모바일 앱을 통해 자금을 손쉽게 옮길 수 있게 되면서 거래 은행을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위기 상황에서 자금 이탈을 가속할 뿐 아니라 평상시에는 정책금리 변화가 예금금리에 전달되는 속도까지 높이고 있다.

낮아진 이동 비용에 민감해진 예금금리

전통적으로 통화정책은 대출금리를 중심으로 전달됐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조정하면 은행이 대출금리를 바꾸고 가계와 기업이 이에 맞춰 차입 규모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반면 예금은 거래 은행을 바꾸는 데 따른 번거로움과 기존 거래 관행 때문에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디지털 금융은 이러한 차이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2020년대 중반까지 미국 은행 지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정책금리가 100bp 오를 때 디지털은행의 소액 정기예금 금리는 96bp 상승한 반면 전통은행은 89bp 오르는 데 그쳤다. 디지털은행은 정책금리 변동분을 약 1년6개월 안에 예금금리에 대부분 반영했지만 지점 중심의 전통은행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렸다.

두 은행 간 차이는 예금 이동에 필요한 비용과 절차에서 비롯된다. 과거에는 거래 은행을 바꾸려면 직접 지점을 방문하고 급여 계좌와 각종 자동이체를 새로 설정해야 했다. 이제는 모바일 기기로 은행별 금리를 비교하고 당일 자금 이체까지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은 은행에서 자금을 빼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옮기기가 쉬워졌고 은행들도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조정이 예금금리까지 전달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주: 정책금리가 100bp 인상된 뒤 약 6분기 동안 디지털은행의 예금금리는 96bp 상승한 반면 전통은행은 89bp 오르는 데 그쳤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 약해지는 고객 충성도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16~2025년 영업한 170여 개 디지털은행을 분석한 결과, 2022~2023년 통화긴축기에 디지털은행의 가계 예금금리 상승폭이 전통은행 대비 약 38bp 컸다. 특히 자금을 쉽게 옮길 수 있는 요구불예금에서 격차가 두드러졌다. ECB는 디지털은행들이 수익성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예금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금융 정보의 확산은 예금자들의 움직임을 더욱 민감하게 만들고 있다. 10억 건 이상의 위치정보 기반 트윗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SNS 이용이 활발한 지역의 디지털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했고 정책금리와 예금금리 간 연동성도 높았다. 과거 은행 창구나 신문을 통해 접하던 금융 정보가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예금자들이 은행 간 금리 차이를 파악하고 자금을 옮기기 쉬워진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서 한층 뚜렷하다. 지난해 베트남 Z세대 디지털뱅킹 이용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예금 이동 비용이 낮아질수록 서비스 만족도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는 효과가 약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별도의 업계 조사에서도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 3명 중 1명이 최근 1년간 주거래 은행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은행을 바꾸는 부담까지 줄면서 기존 거래관계보다 금리와 금융 여건에 따라 자금을 움직이는 성향이 한층 뚜렷해졌다.

주: 디지털은행은 두 비교 기간 모두 중소형·대형 전통은행보다 높은 중위 저축예금 금리를 제공해 모바일 예금 유치를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빨라진 예금 이동, 커지는 금융안정 위험

문제는 평상시 예금금리 경쟁을 촉진하는 높은 이동성이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 위험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움직이던 자금이 위기 상황에서는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SVB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주요 고객이었던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자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은행의 위험 신호를 공유했고 SVB가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하자 유명 벤처투자자들의 경고도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후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인출이 잇따르면서 다음 영업일 SVB의 현금 잔액은 약 9억5,8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대규모 인출에 앞서 평상시에도 디지털 금융에서는 은행 간 예금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최근 연구는 더 높은 금리나 안전성을 찾아 예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디지털 뱅크 워크(Digital Bank Walk)'로 설명한다. 금리 경쟁이 이뤄지는 평상시에는 금융기관 간 자금 재배분에 그치지만, 시장 불안이 커지면 여러 예금자가 동시에 자금을 회수해 뱅크런으로 확대된다. 디지털 금융은 이처럼 평상시의 예금 이동과 위기 상황의 대규모 인출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보호예금은 위험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다. 2023년 미국 은행권 불안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보호예금 의존도가 높은 은행일수록 유동성 압박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손실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예금자들은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자금을 먼저 빼낼 유인이 크다. 여기에 낮은 예금 이동 비용과 SNS를 통한 빠른 정보 확산이 겹치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으로도 예금자들이 동시에 움직여 대규모 자금 유출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달라져야 할 감독 기준

그렇다고 금융거래에 다시 인위적인 장벽을 만드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은행 간 예금금리 경쟁은 저축자에게 더 높은 이자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데다 정책금리 변화가 예금금리에 신속하게 전달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금융거래의 편의성과 경쟁은 유지하되 이에 따라 커진 유동성 위험을 감독체계에 반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은행의 자금조달 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부터 넓혀야 한다. 비보호예금 규모뿐 아니라 고객들이 얼마나 쉽게 자금을 옮길 수 있는지, 온라인에서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규모의 비보호예금을 보유한 은행이라도 기술기업 창업자나 벤처투자자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고객이 집중된 경우 개인 저축자가 폭넓게 분산된 은행보다 예금이 동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감독 기준이 달라지는 만큼 위기 대응 속도도 높여야 한다. 과거 수 주에 걸쳐 진행되던 뱅크런을 기준으로 설계된 스트레스테스트와 유동성 규제만으로는 단시간만에 대규모 자금이 움직이는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긴급 유동성 지원체계의 신속한 가동과 SNS 위험 신호 및 예금 흐름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경보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디지털 금융은 예금 이동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이 작동하는 속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 평상시에는 예금금리 경쟁을 촉진하지만 금융시장에 불안이 커지면 같은 자금 이동성이 유동성 위험을 빠르게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금융감독도 이러한 양면성을 반영해 과거의 예금 인출 속도를 전제로 한 체계에서 벗어나 수 시간 안에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험을 포착하고 대응하는 체계로 재편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Deposit Switching Costs: Faster Rate Pass-Through, Faster Bank Run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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