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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바꾼 경제 지도” 美 공룡들, 뉴욕·캘리포니아 떠나 텍사스·플로리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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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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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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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고율세·규제 강화로 커진 월가 이탈 압력
텍사스·플로리다, 세제 우위·금융 인프라로 탈뉴욕 기업 흡수
기술·에너지·부동산까지 확장된 남부 기업벨트 

뉴욕에 집중돼 온 미국 금융 산업의 기능과 인력이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축으로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 댈러스는 금융·보험·부동산 고용 비중에서 뉴욕을 추월했고, 마이애미와 웨스트팜비치에는 헤지펀드와 자산관리사가 잇달아 거점을 마련했다. 지난 10년간 캘리포니아 기업을 대거 흡수해온 텍사스와 플로리다가 이제 월가의 자본과 고소득 인력까지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텍사스 금융권 고용 비중, 뉴욕 추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소송금지법 등 친기업 정책을 앞세운 텍사스가 글로벌 금융 기업과 인재를 대거 흡수하며 이른바 ‘야올 스트리트(Y’all Street·텍사스 남부 사투리인 ‘Y’all’과 ‘Wall Street’의 합성어)’ 시대를 열고 있다. 텍사스 사투리 인사말인 ‘하우디 야올?’에서 따온 말로, 월스트리트의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댈러스 지역 매체인 댈러스옵서버(Dallas Observer)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의 황소 목을 올가미로 감싼 이미지를 실으며 지역 관계자들이 실제 거리 이름까지 야올 스트리트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 지역을 관할하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20년 2월 이후 댈러스의 금융권 일자리는 23.2%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뉴욕시의 성장률(6%)을 압도하는 수치로, 시카고·보스턴·샌프란시스코 등의 금융 일자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6월 기준 댈러스의 금융·보험·부동산 산업 종사자는 31만7,000명으로, 전체 고용의 10.1%를 차지해 뉴욕시(9.9%)를 제쳤다.

골드만삭스부터 아폴로까지, 텍사스행 가속

‘금융 공룡’들의 거점 확장도 파죽지세다. 골드만삭스는 댈러스에 뉴욕 본사를 제외하고 미국 내 최대 규모인, 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업무 단지를 건설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로버트 카플란(Robert Kaplan) 전 댈러스 연은 총재를 영입해 사업 확장을 꾀하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도 텍사스주 내 임직원만 3만 명으로, 미국 전역 중 가장 많은 인력이 텍사스에 상주하고 있다. 미국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댈러스에 대형 업무시설을 건설 중이며, 웰스파고 역시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 인근의 고급 주택가인 라스콜리나스 지역에 대규모 업무 단지를 개장했다.

모건스탠리와 아폴로도 이전 대열에 합류했다. 모건스탠리는 댈러스 업타운에 총사업비 13억3,000만 달러(약 1조8,800억원) 규모의 업무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업이 확정되면 2035년까지 3,800개, 2039년까지 최대 4,800개의 일자리가 들어선다. 아폴로는 오스틴을 제2본사 역할을 맡을 전략 거점으로 선정하고 자산운용·퇴직연금·금융기술 부문의 신규 사업과 채용 인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아폴로 대변인은 이 결정이 "미래 채용 인재상과 기업 비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에 필요한 신규 인력 대부분은 제2 본사에서 채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자산관리사는 플로리다로 이동

텍사스가 대형 은행의 운영 조직과 기술 인력을 끌어들이는 사이, 같은 선벨트 지역인 플로리다는 헤지펀드와 자산관리 부문을 앞세워 ‘월스트리트 사우스(Wall Street South)’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2020년 맨해튼 미드타운에서 웨스트팜비치로 본사를 이전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블랙록도 웨스트팜비치에 위성 사무소를 열고 고위 경영진과 수십 명의 직원을 배치했다. 시타델과 시타델증권은 2022년 마이애미로 글로벌 본사를 옮긴 뒤 브리켈에 약 500명의 인력을 집결시켰다. 켄 그리핀 창업자는 54층·연면적 170만 제곱피트 규모의 영구 본사 건립을 추진하며 마이애미에 장기 투자 의지를 굳혔다.

은행권에서도 핵심 사업부의 플로리다행이 본격화했다. 웰스파고는 올해 1월 자산관리 부문 본사를 웨스트팜비치로 이전하고 원 플래글러 빌딩에 5만 제곱피트(약 1,406평) 규모의 사무실을 임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년도 매출 160억 달러(약 22조6,320억원)로 그룹 전체 매출의 5분의 1을 책임진 해당 부문은 연말까지 고위 임원 약 100명을 현지에 배치할 예정이다. 웰스파고의 결정에는 플로리다로 이동한 고액자산가와 초고액자산가를 현지에서 선점하려는 전략이 반영됐다. 시타델과 엘리엇이 운용 자본과 경영진을 먼저 옮긴 데 이어 대형 은행의 자산관리 본부까지 합류하면서, 마이애미와 웨스트팜비치를 잇는 ‘월스트리트 사우스’의 금융 집적도 한층 높아졌다.

표1. 뉴욕주·뉴욕시 법인세 과세 현황

구분세율·적용 기준핵심 내용
뉴욕주 법인 프랜차이즈세7.25%연간 사업소득 500만 달러 초과 기업 대상
세율 인상 및 적용 기한6.5% → 7.25%2021년 인상, 2029년 말까지 적용 연장
뉴욕시 금융법인 사업세8.85%뉴욕시에서 영업하는 금융법인에 부과
광역교통지구 할증세별도 부과뉴욕 광역교통지구 내 기업에 추가 적용
주·시·광역교통지구 합산 최고세율17.44%공제 구조를 반영한 명목 세율로 미국 최고 수준
연방 법인세21%주·시·광역교통지구 세금과 별도로 부담
자료: 뉴욕주정부·뉴욕시 세제 및 2026∼2027회계연도 뉴욕주 예산 자료 종합

‘사회주의자’ 맘다니 시장 당선에 충격받은 월가

이 같은 탈뉴욕에 속도를 붙인 촉매는 지난해 11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당선이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맘다니 시장은 연소득 100만 달러(약 14억1,450만원) 초과분에 뉴욕시 소득세율 2%포인트를 추가하고 대기업 세율을 높여 공공서비스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직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잇따라 협력 의사를 밝혔으나 금융권의 경계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맘다니 시장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출신 리나 칸을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기용하면서 세제와 규제 방향을 둘러싼 우려도 커졌다.

백만장자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안은 주정부·주의회 승인 절차에 묶였지만, 월가는 향후 세부담 확대 가능성을 주요 경영 변수로 반영했다. 이미 뉴욕의 법인세 부담은 미국 최고 수준에 달한다. 뉴욕주는 2021년 연간 사업소득 500만 달러(약 71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의 법인 프랜차이즈세율을 6.5%에서 7.25%로 인상했고,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지난 5월 확정한 2026∼2027회계연도 예산에서 해당 세율의 적용 기한을 2029년 말까지 연장했다. 뉴욕시에서 영업하는 금융법인에는 8.85%의 시 사업법인세와 광역교통지구 할증세도 부과된다. 공제 구조를 반영한 주·시·광역교통지구 명목 합산 최고세율은 17.44%로 미국에서 가장 높으며, 21%의 연방 법인세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플로리다의 월가 쟁탈전

이러한 뉴욕의 고율 세제는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축으로 한 월가 쟁탈전에 불을 붙였다. 팜비치카운티 기업개발위원회는 맘다니 시장 당선 이틀 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뉴욕과의 결별을 연상시키는 광고와 월스트리트 사우스 문구를 내걸었다. 개인소득세가 없는 세제 환경과 마이애미·웨스트팜비치에 형성된 헤지펀드·자산관리 생태계를 함께 부각해 텍사스로 향하는 금융사와 고액자산가를 플로리다로 끌어오겠다는 포석이었다. 기업개발위원회 측은 맘다니 시장 당선 이후 기업 이전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보카라톤의 스콧 싱어 시장도 뉴욕 기업인들에게 사무실 운영비를 약 30% 절감할 수 있고 주·지방 개인소득세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며 직접 구애했다. 싱어 시장은 40여 개 상장사가 자리 잡은 기업 생태계와 낮은 재산세, 주요 대학·국제공항 접근성도 추가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플로리다상공회의소는 이달 타임스스퀘어 광고에서 맘다니 시장을 플로리다의 ‘올해의 경제개발 공로자’로 지칭하며 뉴욕의 증세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뉴욕의 증세와 규제 강화가 플로리다의 기업·자산가 유치에 기여했다는 점을 풍자한 광고로, 맘다니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기업 유치 홍보에 직접 활용한 셈이다.

텍사스도 월가 구애, 세제·거래 인프라 총동원

텍사스의 구애는 세제와 금융 인프라를 앞세워 한층 공세적으로 전개됐다. 텍사스기업협회(TAB)는 지난해 7월 ‘뉴욕 탈출’이라는 제목의 공개 기고문을 내고 월가 금융사들에 ‘월스트리트에서 야올 스트리트로 옮길 때’라며 본사 이전을 촉구했다. 같은 해 11월 텍사스 유권자들은 주·지방정부가 특정 증권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거래소 등 시장 운영자에게 관련 직업세를 매기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을 승인해 금융사 유치에 필요한 세제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달 댈러스에서 거래를 시작한 텍사스증권거래소(TXSE)까지 가세하는 등 세제 우위와 자체 거래 인프라를 결합한 월가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욕의 주·시 중첩 과세와 대조적으로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그간 개인과 기업의 고정 세부담을 낮추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 왔다. 텍사스는 개인소득세와 전통적인 법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기업에는 매출에서 인건비·매출원가 등을 공제한 마진을 기준으로 프랜차이즈세를 매긴다. 2026년 신고분부터 연환산 총수입 265만 달러 이하 기업은 세금 납부 의무가 없으며, 일반 세율은 0.75%, 소매·도매업은 0.375%로 책정됐다. 플로리다도 개인소득세가 없고 법인소득세율은 5.5%로 뉴욕의 주·시 합산 세율보다 현저히 낮다. 두 주정부는 신속한 인허가와 기업 이전 보조금, 고용·설비투자 연계 세액공제를 병행하며 본사 이전에 수반되는 비용과 행정 부담을 줄이고 있다.

텍사스 이전 기업 절반, 캘리포니아서 이동

텍사스와 플로리다가 뉴욕 기업 유치에 공세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캘리포니아 기업을 끌어들인 경험이 자리한다. 텍사스주 감사원이 주 경제개발관광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2024년 텍사스로 본사를 옮긴 기업 314곳 가운데 절반인 157곳이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했다. 이들 기업이 창출한 신규 일자리는 3,475개에 달했다. 전체 이전 기업의 도착지는 댈러스·포트워스권 154곳, 오스틴권 97곳, 휴스턴권 41곳 순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의 조사에서 낮은 세금과 투자 인센티브를 포함한 기업환경이 본사 이전의 가장 빈번한 이유로 지목됐으며, 인력 확보와 부동산 비용, 고객·공급망 접근성도 주요인으로 꼽혔다.

대형 기업들의 이동은 기술·금융·부동산·에너지 업종으로 확산했다. CBRE는 2020년 로스앤젤레스 본사를 댈러스로 이전했고,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는 같은 해 산호세에서 휴스턴 인근 스프링으로 경영 본부를 옮겼다. 테슬라는 2021년 팰로앨토 본사를 오스틴 기가팩토리로 이전했으며, 미 석유 기업 셰브런도 2024년 샌라몬 본사를 휴스턴으로 옮긴 뒤 올해 법무·정보기술·사이버보안·엔지니어링 인력 약 180명을 추가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리얼터닷컴은 지난해 산타클라라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기고 현지를 최우선 채용 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플로리다에는 자본운용과 소프트웨어, 양자컴퓨팅 기업이 잇달아 들어왔다. 글로벌 투자회사 콜로니캐피털은 202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보카라톤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같은 해 사명을 디지털브리지(DigitalBridge)로 변경했다. 2024년에는 기업용 경영계획 소프트웨어업체 애너플랜(Anaplan)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글로벌 본사를 마이애미로 옮겼다. 올해 들어서는 양자컴퓨팅 기업 디웨이브(D-Wave)가 이전 대열에 합류했다. 디웨이브는 지난 1월 팰로앨토 본사와 미국 내 핵심 연구개발 거점을 연말까지 보카라톤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새 거점에는 연구·시험·기술지원 조직이 집결하며, 플로리다애틀랜틱대 보카라톤 캠퍼스에는 차세대 양자컴퓨터 ‘어드밴티지2’가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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