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뉴스가 바꾸는 물가 전망, 정치적 중립층 더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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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보도 증가할수록 향후 물가 전망 상승 정치적 중립층에서 언론 영향 가장 뚜렷 보도 논조보다 빈도가 기대 형성 좌우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가 변동성이 커질수록 향후 물가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는 중요한 경제 변수로 부상한다. 물가 전망에 따라 소비와 저축 등 가계의 경제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의 물가 경험만으로 향후 흐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뉴스 등 외부 정보가 물가 전망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최근 튀르키예 가구를 추적한 연구는 이러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4년 초 약 65%에서 5월 75%에 육박한 뒤 12월 약 44%로 낮아졌다. 연구 결과, 인플레이션 관련 보도가 늘어난 달에는 해당 채널을 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다음 달 물가상승률을 더 높게 전망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 성향과 거주 지역, 개인이 실제로 경험한 물가 수준 등을 반영한 뒤에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인플레이션 충격에 높아진 정보 의존
반복적인 정보가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광고와 정치 선전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물가 전망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계는 중앙은행의 발표를 직접 확인하기보다 뉴스를 통해 경제 상황을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적인 시기에는 언론 보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지난 약 20년간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2% 안팎에서 유지되면서 향후 물가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면서,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일정 수준에 안착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20~2024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거치며 흔들렸다. 물가가 평소 수준을 크게 벗어나면서 과거의 흐름이나 개인의 경험만으로 향후 물가를 판단하기 어려워졌고, 뉴스 등 외부 정보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호주중앙은행(RBA)이 2024년 소개한 연구에서도 고물가 시기에 미래지향적인 정보를 활용해 물가를 전망하는 가계와 노동조합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전망에 나타난 언론 효과
올해 코치대학교(Koç University) 연구진은 튀르키예 가구 패널조사와 황금시간대 뉴스 대본 분석, 무작위 정보 실험을 결합해 이를 분석했다. 선호 채널의 인플레이션 언급 빈도가 1표준편차 증가하면, 시청자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약 0.1 표준편차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의 영향은 향후 물가 전망에서 두드러졌다. 과거 물가에 대한 인식은 실제 구매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돼 보도량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앞으로의 물가에 대한 전망은 인플레이션 보도가 늘어날수록 높아졌다.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미래 물가를 전망하는 과정에서 뉴스가 주요 판단 근거로 활용된 셈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중립 채널 시청자는 인플레이션 보도량이 늘어날수록 향후 물가 전망을 크게 높인 반면, 정파적 채널 시청자에게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친정부 성향 시청자는 자신이 신뢰하는 출처의 정보에 주로 반응했다. 야권 성향 시청자는 평소 인플레이션 보도에 자주 노출된 탓에 추가 보도가 기대를 바꾸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유사한 흐름은 미국에서도 관찰됐다.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조사에서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025년 1월 약 3.3%에서 몇 달 사이 4.5%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관세와 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소비자의 향후 물가 전망도 빠르게 높아졌다.

튀르키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보도의 논조보다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자주 다뤘는지가 기대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내용뿐 아니라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보도도 인플레이션을 반복적으로 언급할 경우, 향후 물가 전망에 영향을 줬다. 보도의 긍정·부정 여부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주제에 얼마나 자주 노출됐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물가 전망의 변화는 정치적 판단으로도 이어졌다. 튀르키예 연구에서는 정치적 중립층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집권 세력을 지지할 가능성이 약 5% 낮아졌다. 이는 언론 보도가 향후 물가에 대한 전망을 바꾸고 이러한 변화가 다시 정치적 지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통화정책 소통의 새로운 과제
인플레이션 기대가 보도량과 정보 출처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는 중앙은행의 소통 전략에도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그동안 중앙은행은 공식 발표를 중심으로 물가 전망과 정책 방향을 전달해 왔다. 그러나 이용하는 매체와 신뢰하는 정보원이 다양해진 상황에서는 같은 메시지도 전달 경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 당국은 대중의 정보 이용 방식까지 고려해 소통 경로를 다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플레이션은 보도의 논조뿐 아니라 다루는 빈도 자체가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반대로 관련 정보를 축소하는 방식 모두 경계해야 한다. 물가 흐름과 경제 지표를 꾸준히 전달하면서 자극적인 해석을 자제하는 보도 방식이 요구된다. 가계도 향후 물가를 전망할 때 반복적으로 접하는 뉴스가 자신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이슈에 대한 보도가 집중되면 실제 경제 지표보다 향후 물가를 높게 예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의 물가상승률은 2024년 정점을 지난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된다고 해서 한 번 흔들린 기대가 곧바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물가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해 신뢰를 쌓고, 언론이 물가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과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기대를 다시 형성하려면 실제 물가 안정과 이를 전달하는 정보 환경이 함께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Hear It Enough, and It Becomes Real: Rethinking How Inflation Expectations Actually Form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