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딥파이낸셜
  • [딥파이낸셜] 불황에도 늘어나는 노동공급, 가계 소득 압박이 만든 변화

[딥파이낸셜] 불황에도 늘어나는 노동공급, 가계 소득 압박이 만든 변화

Picture

Member for

1 year 9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경기침체기 소득 압박에 가계 노동공급 확대 
통화긴축 효과와 가계 자기보험 구분 필요 
재정·제도 여건 고려한 노동시장 지표 해석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은 고용과 근로시간을 줄이지만 가계에서는 반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소득이 감소하거나 고용 불안이 커지면, 다른 가족 구성원이 취업하거나 기존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늘려 부족한 소득을 메우기 때문이다. 2024년 미국 인구동태조사(CPS)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남편이 실직한 달 기혼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확률은 평소보다 약 60% 높아졌다. 최근 통화긴축 이후 일부 계층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경우 노동공급 증가가 금리 인상 자체에서 비롯됐는지, 금리 상승으로 악화된 가계 형편에 대응한 결과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통화긴축에도 늘어난 노동공급

최근 미국 노동시장 연구에서는 통화긴축 이후 전체 근로시간과 소득이 줄어든 반면,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오히려 증가했다. 정책금리가 100bp 인상된 지 1년 뒤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약 0.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저임금 근로자가 경기 위축기에 일을 늘리는 배경에는 취약한 가계 재정이 자리한다. 상대적으로 저축이 적고 신용 이용에도 제약이 커 소득 감소를 감당할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를 추가로 줄이기 힘든 상황에서는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게 된다.

가족 구성원의 취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이른바 ‘부가노동자(Added Worker) 효과’다. 2024년 연구에서는 배우자의 실직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이 경기침체기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약 0.93%포인트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의 주 소득원이 일자리를 잃으면 다른 구성원이 취업에 나서면서 줄어든 소득을 보완하는 구조다. 이러한 노동공급 증가는 통화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직이나 임금 감소 등으로 가계소득이 줄어들 때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가계의 노동공급 변화를 촉발하는 여러 충격 가운데 하나이며, 실제 대응은 소득 감소와 재정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주: 통화긴축 이후 저임금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늘린 반면, 나머지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감소했다.

통화정책 효과 가려내기 어려운 노동시장

문제는 경기 둔화기에 노동수요와 공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채용을 줄이고 임금 인상에 소극적으로 돌아서지만,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가계는 구직을 늘리거나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노동수요가 줄어드는 동시에 일부 계층에서는 노동공급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와 같이 실제 고용과 근로시간, 임금에는 두 요인이 함께 반영되는 만큼 각각의 영향을 분리해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발표 전후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이러한 관계를 더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예상하지 못한 금리 인상 이후 미취업자의 구직 활동은 늘었고 노동시장을 떠나는 사람은 줄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노동공급 증가가 없었다면, 긴축 이후 고용 감소폭이 실제의 약 두 배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노동공급 증가를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연구에서는 긴축 이후 취업 기회가 줄면서 근로자들이 기존 일자리에 머물고 구직자들도 노동시장을 떠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업의 채용이 위축되는 일반적인 경기 둔화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긴축 이후 노동공급 증가는 통화정책뿐 아니라 악화된 고용 여건에 대한 가계의 대응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주: 금리 상승 이후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큰 가구일수록 취업을 늘리고 추가 일자리를 구했다.

제도 따라 달라지는 노동공급

통화정책과 무관한 소득 충격에서도 가계가 노동공급을 늘린다는 점은 유럽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EU 24개국과 영국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남성 배우자가 실직한 뒤 여성의 노동공급이 증가했다. 다만 증가폭은 국가마다 차이를 보였다. 같은 실직 충격을 받아도 세금과 사회안전망 등 각국의 제도에 따라 가계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추가 근로에 따른 부담과 보상에서 비롯된다. 세금은 일을 늘렸을 때 실제로 얻는 소득에 영향을 주고, 보육 여건은 추가 근로가 가능한지를 좌우한다. 실업급여가 충분하면 배우자가 곧바로 구직에 나설 필요성도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가계의 부채 구조까지 더해지면 금리 변화에 대한 대응은 더욱 달라진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와 상환 방식에 따라 금리 인상이 월 상환액에 반영되는 속도와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호주의 긴축 과정은 가계 부채에 따른 이러한 차이를 보여준다. 2022년 5월 이후 정책금리가 4.25%포인트 오르자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큰 가구를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330만 가구를 분석한 결과,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클수록 취업하거나 추가 일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임금이 감소하지 않더라도 금리 상승으로 매달 갚아야 할 돈이 늘면서 추가 소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반대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이용하면 금리가 올라도 당장 상환액이 크게 늘지 않는다. 저축이 충분한 가계는 늘어난 부담을 일정 기간 감당한다. 반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고 여유자금이 부족한 가계는 추가 근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같은 금리 인상이라도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가계의 부채와 저축, 각국의 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용지표와 가계 현실의 괴리

이러한 차이는 노동시장 지표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실질임금 회복이 반드시 함께 나타나지는 않았다. 2024년 1분기 OECD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은 2019년 말 대비 1.3%포인트 높았고 38개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에서 상승했다. 반면 임금 자료가 집계된 35개국 중 16개국의 실질임금은 여전히 2019년 말 수준을 밑돌았다.

이러한 흐름은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이나 낮은 이직률을 노동시장 호조의 신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질소득이 줄고 가계 부담이 커지면 근로자는 소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추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이직을 미루고 기존 일자리에 머무르는 선택도 같은 맥락에서 나타난다. 겉으로는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더라도 그 배경에는 가계의 소득 압박이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통화정책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평가할 때는 고용률이나 경제활동참가율과 함께 가계의 재정 상황을 살펴야 한다. 실질임금과 취업 가능성, 부채 상환 부담, 배우자의 고용 여부, 저축, 보육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금리 인상 이후 노동공급이 늘어난 경로가 명확해진다. 이는 통화정책이 직접 노동공급을 변화시켰는지, 금리 인상 이후 악화된 소득과 가계 재정이 추가 근로로 이어졌는지를 구분하는 작업이다.

금리 인상은 가계소득을 줄이고 부채 부담을 키우는 여러 충격 가운데 하나다. 노동공급 증가를 통화정책의 영향으로만 해석하기보다 경기침체기에 줄어든 소득을 보완하려는 ‘가계의 자기보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통화정책이 계층과 가구별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책 대응에도 반영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Labor Supply During Downturns: The Missing Causality Test in Monetary Transmiss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1 year 9 month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