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경영 정상화 시급 MG손해보험, ‘고용승계’ 외치는 노조 제동에 매각 무산 위기
Picture

Member for

3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매각 전 임점실사 노조 방해로 무산
노조 “영업비밀 침해 등 법적 문제” 항변
고통분담 없는 고용승계 주장, 공감 힘들어

MG손해보험 매각이 ‘노조 리스크’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5번의 시도 끝에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노동조합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이후 절차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매각 주체인 예금보험공사는 노조를 향해 법적 조치를 시사하며 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메리츠화재가 인수전에서 물러날 경우 새로운 원매자를 찾기까지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는 이번 매각전의 향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간 임점 실사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G손보를 둘러싼 갈등은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예보는 세 차례에 걸쳐 공개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이후 2024년 8월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두 차례의 시도 끝에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됐다.

문제는 실사 과정에서 터졌다. 예보는 지난달 9일 진행한 MG손보 임점 실사에서 노조가 현장에 난입해 집기와 비품, PC 등을 이동시키면서 작업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예보 관계자는 “대표관리인의 허락 후 실사단과 MG손보 임점 실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노조가 이를 저지했다”며 “실사단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예보는 ‘MG손보 매각 관련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만약 이번에 매각이 안 될 경우 청산‧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조 측에 실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실사 방해가 지속될 경우 노조에 대해 업무방해, 출입금지 방해 가처분 등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예보 관계자는 “약 3년 동안의 매각 과정에서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고 짚으며 “또 다른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산 또는 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124만 명에 달하는 보험계약자가 직접적인 피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예보 측의 지적대로 매각이 지연되는 동안 MG손보 경영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2023년 말 76.9%에서 지난해 9월 말 43.4%까지 떨어지면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한참 밑돌았다.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회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건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MG손보 경영 정상화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새로운 원매자를 찾는 게 매우 어렵다는 예보 측의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매각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면 2~3개월 이내에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5월께 매각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매각이 무산될 경우, 재매각 또는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산·파산 등 정리 방식에 대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G손해보험 본사 전경/사진=MG손해보험

“고용 문제 별도 협의” 메리츠 vs. 노조 “믿을 수 없어”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의 우협 선정 전부터 매각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메리츠화재 특혜 논란에 예보는 물론 금융당국 또한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은 메리츠화재를 대상으로 진행한 종합검사 결과 발표 지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협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검사결과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메리츠화재 우협 선정 후에는 서울 중구 예보 건물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MG 노조 측은 “금융당국과 예보가 탄핵정국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일방적으로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고 주장하며 “우협 지정 철회와 금감원, 예보에서 파견된 관리인 교체 및 징계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의 방해로 실사가 무산됐다는 예보의 주장에도 반박했다.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경영 관련 민감한 정보와 직원의 개인정보, 계약자 기초자료까지 원했기 때문에 이를 막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예보에 대해 어떠한 업무방해 행위도 없음을 자신할 수 있으니 법적 검토만 하지 말고 신속하게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며 “사실 확인은 예보 안전경영실 직원의 보디캠 영상을 보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주요 쟁점인 고용 불안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간 MG손보 노조는 이번 매각이 인수합병(M&A)이 아닌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차후 MG손보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 왔다. 메리츠 화재는 MG손보 실사 종료 후 고용 문제를 별도 협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배영진 MG손보 노조 지부장은 “메리츠화재는 과거 노조를 없앤 전력이 있다”고 짚으며 “노조까지 떠안으면서 굳이 우리(MG손보) 직원들을 고용승계하진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노조는 강경 노선 유지, 설계사는 “보험계약자 보호”

결국 노조는 예보에 매각 실사가 영업비밀 침해 등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예보는 법률 검토 후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노조가 실사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러는 사이에도 서로를 향한 양측의 비난은 거세지며 해결점에서 멀어지고 있다. 현재 예보는 MG손보 노조가 농성을 위해 자사 앞에 설치한 컨테이너가 불법 임시건물이라며 가건물 철거이행소송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MG손보 구성원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복리후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의하면 MG손보 직원들은 지난 2023년 미사용 연차수당으로 1인당 평균 500만원 이상을 받았다. 일부 직원은 1,000만 원 이상을 수령해 가기도 했다. 내부 규정상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연차휴가 일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직원 평균 급여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매각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도 꾸준히 늘었다. MG손보 사업보고서를 보면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021년 7,240만원에서 2022년 7,430만원, 2023년 7,74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복지 포인트의 경우 손보 업계 1위인 삼성화재(연간 1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MG손보 노조가 회사 재무건전성 악화에 고통을 분담해도 모자랄 판에 고용 승계만을 외치며 매각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고 결국 MG손보가 청산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험사가 청산되면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상 5,000만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상품의 특성상 해약환급금은 사업비 등이 공제되는 탓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으로 구성된 MG손보 영업가족협의회는 “청산만은 막아달라”며 MG손보의 조속한 정상화, 즉 메리츠화재로의 인수를 지지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Picture

Member for

3 months 2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