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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대응' 외면하는 주요국들, 화석연료 시대 돌아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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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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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사기다" 트럼프, JTEP서도 발 빼
각국 은행들, 기후 변화 대응 연합체 줄줄이 탈퇴
화석연료에 투자금 쏟아붓는 韓, 흐름 따라갈까

미국이 화석 에너지 사용 감축을 위한 기후금융 협약인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에서 탈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친환경'과 거리를 두던 미국이 재차 기후 변화 대응에서 힘을 뺀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을 넘어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美, JETP 탈퇴

6일(이하 현지시간) 남아공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남아공 정부는 2월 28일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JETP 탈퇴 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며 "대통령실의 담당 부서는 미국의 결정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JETP는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EU 등 선진국이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남아공 JETP에 5,600만 달러(약 810억원)의 보조금 지급과 10억 달러(약 1조4,400억원) 규모 잠재적 투자를 약속했었다.

미국의 JETP 탈퇴는 기후 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1기 행정부 때부터 기후 변화가 '사기(hoax)'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기후 관련 프로그램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했으며, 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과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같은 미국 국내 기상 및 과학 기관의 예산과 인력도 대폭 줄였다.

무너지는 NZBA

미국 금융권도 트럼프 대통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웰스파고·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 은행 5곳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은행 연합체 ‘넷제로(탄소중립) 은행연합(NZBA)’에서 발을 뺐으며, 지난 1월에는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까지 등을 돌렸다. 이로써 미 주요 대형은행 6곳이 모두 NZBA에서 탈퇴하게 됐다.

NZBA 탈퇴 움직임은 미국 외 국가에서도 관측된다. 지난 1월 몬트리올은행을 시작으로 TD은행, 캐나다 국립은행, 캐나다 제국상업은행, 스코샤은행 등 캐나다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연합에서 이탈했다. 이달 4일에는 일본의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SMFG)이 NZBA에서 탈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형 금융지주사인 SMFG가 이탈함에 따라 여타 일본 금융사들도 뒤를 이어 연합에서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NZBA에 가입한 일본 금융사는 총 6개사다.

EU 금융권에서도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현 상황에 정통한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유럽의 주요 대출 기관 다수가 NZBA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여타 서방국 대비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유럽 은행마저 발을 뺄 경우, NZBA는 사실상 해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韓도 '친환경 지대' 아냐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수많은 국가가 기후 연합에서 탈퇴하는 것은 결국 화석 연료 때문"이라며 "최근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는 화석연료로의 '복귀'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화석 연료 투자 규모가 막대한 국가인 만큼, 차후 NZBA 등에서 발을 빼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적 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 중인 나라(2020~2022년도 기준)다. 특히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해외 화석연료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는 행보를 보였다. 수출입은행의 신규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액은 14조3,218억원(2017~2020년)에서 20조3,537억원(2021~2024년)으로 40%가량 폭증했다.

이에 국제 사회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오늘의 화석상’ 1위의 불명예가 한국에 돌아오기도 했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이상 기후·환경운동 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COP 기간 중 하루에 한 번꼴로 기후 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불명예 상이다. 한국은 지난 2023년 3위를 기록하며 처음 수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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