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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강 연 5,000만 톤 감산 발표, 韓 철강업계 숨통 틔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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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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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가개혁위원회 산업 구조조정 착수
연평균 수출량 1억 톤 중 절반가량 감산
美 등 주요국, 반덤핑 관세도 영향 미쳐
2025년 전문인민대표회의(NPC)에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철강 감산 등을 포함한 '2025년 경제계획'을 보고하고 있다/사진=전문인민대표회의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대규모 감산에 나선다. 중국은 2021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자국 내 철강 수요가 급감하자 재고 처리를 위해 수출 물량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헐값에 제품을 쏟아내다 보니 덤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EU 등 주요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자 중국 정부가 덤핑의 원인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국내 철강업계도 이번 감산 조치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위축·통상 마찰 등 해소 위해 감산 결정

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NPC)에서 철강 생산량을 감축해 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NDRC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철강 생산 감축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에 대해 탄소 중립·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경제 혁신을 촉진하고, 자원 최적화·과잉생산 해소 등을 위한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중국은 그동안 초과 생산된 물량을 저가로 글로벌 시장에 밀어내면서 주요국 철강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NDRC가 구체적인 감축량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연간 5,000만 톤(t)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한국 생산량(6,350만 톤)의 8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연간 생산량(10억510만 톤)과 비교하면 급진적인 감축은 아니지만 연간 수출량(1억1,106만 톤)의 절반에 달해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中 철강, 자발적 구조조정에 실패하며 '휘청'

중국 철강 산업의 위기는 2021년 시작됐다. 중국은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 정책을 통해 철강 산업의 공급 과잉 위기를 해소해 왔는데 당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위기가 본격화됐다. 철강 수요는 신규 건설과 직결되지만,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여력이 없었고 쌓여있는 막대한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2023년 중국 내 신규 건설 착공 건수가 2021년의 절반으로 줄었으며 2024년 상반기에는 24%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위축되면 공급을 줄여야 하지만, 중국의 철강 업체들은 생산량 감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의 지원 속에 가동한 신규 공장이 많았던 데다 경쟁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버티는 게 더 유리하다는 업계의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내수 시장에 재고량이 쌓이기 시작했다. 2024년 1~2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한 1억6,796만 톤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3월 기준 중국 21개 도시의 주요 5대 압연강재 재고량은 전월 대비 33% 증가한 1,422만 톤을 기록했다.

결국 중국 철강 업계가 내수 시장에 쌓인 재고를 저가로 밀어내면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었다. 예를 들어 열연 제품의 가격은 중국은 톤당 3,153위안(약 59만원)까지 하락했지만, 한국은 80만원, 미국은 690달러(약 92만 원), 일본은 10만7,000엔(약 101만 원)으로 가격의 차이가 크다. 저가 공세 속에 중국의 철강 수출량도 확대됐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 수출은 1억390만 톤으로 2015년 9,962만 톤 이후 9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량이 전년보다 22.7% 증가한 데 반해 수입량은 10.9% 감소한 결과다.

재고 누적 등 위기에 지난해부터 감산 움직임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중국 철강 업계의 상황은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고로 가동을 멈추지 않은 중국 내 제철소들이 철광석 주문을 늘린 덕분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철소들이 적자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항구에 쌓인 철광석 재고가 급격히 쌓였다. 업계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예상했지만, 7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 전회)에서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기대를 빗나갔다. 결국 중국 철강 소비의 3분의 1을 떠받치는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거란 희망이 사라지면서 철광석 가격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철강업계는 본격적인 감산 조치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중국 국무원이 '에너지 절약과 탄소 감축을 위한 최신 행동 계획'의 일환으로 철강 산업의 생산량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원은 "1억3,000만 톤의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석탄 소비를 엄격히 통제하겠다"며 "철강을 비롯해 석유화학, 비철금속, 건축 자재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산업에 대해서는 기계 가공, 주조, 합금철 생산 등과 관련해 신규 철강 생산능력 확대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저품질 봉형강류 재가동도 엄격하게 규제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신규 건설 중인 제철소의 경우 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생산방식을 도입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첫 3년 동안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역은 남은 2년 동안 신규 철강 생산능력 확대를 금지했다. 중국철강협회와 지역 차원의 생산량 감축도 추진됐다. 중국철강협회는 지난해 3월 철강 생산량 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시기 윈난성은 현지 철강 업체의 건설용 철강 생산량을 월평균 생산량의 40% 이상, 광둥성은 20~50% 감축해야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韓 철강주, 中 철강 감산 소식에 일제히 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 등 높아진 수출 장벽도 감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저가 중국산 철강의 공습이 거세지자, 각국은 관세 부과로 대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2일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철강 제품 3종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며, 베트남은 중국산 열연 제품에 19.38~27.8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 외에도 멕시코, 칠레, 캐나다 등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렸고 튀르키예 정부는 반덤핑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했다. 정부는 중국산 후판에 기업별로 27.91~38.02%를 부과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이 제기한 중국산 열연강판 덤핑 조사도 시작됐다. 정부 관계자는 "올 들어 급증하는 무역 규제에 중국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철강 감산이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기대감에 7일 국내 철강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포스코스틸리온이 17.46% 올랐고, 현대제철(8.7%), 포스코홀딩스(7.28%)를 비롯해 한국철강, 고려제강, 대한제강도 3% 안팎 상승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감산 결정이 단기적인 철강 시장의 추세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전망도 나온다. 중국 철강 업계가 생산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최근 위안화 약세와 맞물려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 무역 장벽이 낮은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초저가 공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더욱이 각국이 글로벌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반덤핑 제소(AD)의 경우 최종 관세 부과까지 약 1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전략에 제동이 걸리는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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