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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 제약 스타트업 연쇄 인수 “글로벌 바이오 왕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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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사 사이트원 인수
임상 2상 앞둔 Nav1.8 저해제 ‘STC-004’ 확보
“치료 접근성 높이고 의존성 낮출 것”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미국 바이오 기업 사이트원 테라퓨틱스(SiteOne Therapeutics)를 인수하며 진통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도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던 모픽을 인수한 바 있는 일라이 릴리는 임상 단계에 진입한 바이오텍을 통째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오피오이드계 약물 부작용 대체 기대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라이 릴리는 사이트원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사이트원은 통증과 기타 신경세포 과흥분성 질환 치료를 위한 나트륨 채널 저분자 억제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일라이 릴리는 사이트원이 개발 중인 비오피오이드 통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하게 됐다. 일라이 릴리는 사이트원에 계약금과 마일스톤 달성에 따른 지급금을 포함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에는 1일 1회 복용하는 통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STC-004'가 포함된다. STC-004는 나트륨 이온 통로 1.8(Nav1.8) 억제제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2상 시험 돌입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공개한 임상 1상 시험에서는 빠른 약물 흡수 효과와 양호한 내약성을 입증했다.

STC-004가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을 경우, 만성 통증을 겪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차세대 비마약성 진통제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마약성진통제의 중독성·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해당하는 가운데, 이번 인수는 향후 마약성 진통제의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일라이 릴리에서 신경과학 연구개발부를 맡고 있는 마크 민턴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만성 통증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중독 위험이 없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하다"며 "STC-004는 통증 관리의 혁신으로 전 세계 수많은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모픽'인수로 염증성 장질환 파이프라인 확보

이번 사이트원 인수는 일라이 릴리가 몇 년간 일관되게 펼쳐온 인수합병(M&A)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에도 면역학 기반 바이오 제약사 모픽(Morphic)을 32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모픽의 선도 프로그램은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를 위한 α4β7 인테그린의 선택적 경구용 저분자 억제제 MORF-057이다. MORF-057은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2상 임상시험 2건과 크론병에 대한 2상 1건에서 평가되고 있다.

Α4β7은 승인된 치료제 킨텔레스(Kynteles, 성분명 베돌리주맙)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 표적으로 검증됐다. 모픽에 따르면 MORF-057은 킨텔레스와 마찬가지로 혈류에서 주로 순환하는 T세포 표면의 Α4β7과 점막 혈관 아드레날린 세포 부착 분자 MAdCAM-1 사이의 상호작용을 차단해 혈류에서 장 점막 조직으로의 림프구 이동을 크게 줄이고 염증성 장질환과 관련된 염증을 피하도록 설계됐다. 이 외에도 모픽은 자가면역 질환과 폐고혈압, 섬유성 질환, 암 치료를 위한 전임상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일라이 릴리 시포트 연구센터/사진=일라이 릴리

비만약 최강자 뒤흔든 AI 전략

일라이 릴리는 단순한 신약 보완을 넘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왕좌도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가 2021년 비만 신약 ‘위고비’를 출시해 지난 3년 동안 시장 1위를 지켰는데, 후발 주자인 일라이 릴리가 ‘먹는 비만약’ 개발에서는 앞서가면서 조만간 1·2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일라이 릴리는 경구용 비만·당뇨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이 임상 3상 시험에서 9개월 복용에 몸무게가 평균 7.3㎏ 줄어드는 등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일라이 릴리 주가는 전날 대비 무려 14% 올랐고,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7% 빠졌다. 시장은 일라이 릴리가 앞으로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황은 반대였다. 당뇨·비만약 부문에서만큼은 노보 노디스크가 승기를 쥐고 있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둘 다 1923년부터 당뇨 치료용 인슐린을 판매해 왔지만, 이 분야 전문성은 노보 노디스크가 강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1978년 세계 최초로 대장균을 이용해 인간 인슐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1985년 세계 처음으로 펜 형태의 인슐린 주사제를 출시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또 2014년에는 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삭센다’를 출시했고, 2021년 비만 신약 ‘위고비’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작년 말부터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12월 차세대 비만 신약 ‘카그리세마’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으나, 그 결과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가 급락을 겪었다. 여기에 위고비가 계속해서 공급 부족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먹는 비만약이 임상에서 앞서가면서 노보 노디스크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놓는 방식인데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먹는 비만약은 알약 형태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더구나 먹는 약은 투약 비용도 낮을 뿐 아니라 복용 편의성도 뛰어나 비만약 수요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는 일라이 릴리가 먹는 비만약 개발에서 빠르고 우수한 임상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로 ‘개방적인 AI 전략’을 꼽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최근 2~3년 사이 AI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프로젝트 100여 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픈AI, 크리스탈 파이(XtalPi), 제네틱 립, 아톰와이즈 같은 외부 기업들과 잇따라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임상 설계부터 실시간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후보 약물 도출, ‘먹는 신약’의 경로를 찾는 것까지 AI로 빠르고 정확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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