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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4수 실패’ SK엔무브 지분 재매입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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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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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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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고심 끝 IMM크레딧 잔여지분 매입 결정
SK엔무브 IPO 무산 따른 후속 조치
IMM 보유지분 매입 협상 중, 가치산정 핵심

SK이노베이션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크레딧앤솔루션(ICS)에 매각했던 자회사 SK엔무브 지분 30%를 약 9,000억원에 되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엔무브가 '중복 상장' 문제로 상장에 사실상 좌초하자,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는 쪽으로 우선순위를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IMM크레딧 보유 지분 30% 매입 가닥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ICS가 보유 중인 SK엔무브 지분 30%를 되사오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가는 9,000억에 소폭 못미치는 8,000억원대 후반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지분 매입 안건을 올린 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ICS에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2조7,500억원으로 평가됐다. 상장 전 투자유치(Pre IPO) 성격 거래인 만큼 ICS는 SK엔무브 상장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기로 했다. 5년 내 상장하되 내부수익률(IRR) 5.7% 이상이 돼야 한다는 적격상장(Q-IPO) 조건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해 ICS의 SK엔무브 지분 10%를 1,427억원을 주고 되사왔다. 대규모 배당으로 ICS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IRR 기준을 충족한 데 따른 것이다. 잔여 지분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SK엔무브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SK엔무브, 중복상장 논란에 네 번째 상장 도전도 실패

SK이노베이션이 지분을 되사오기로 한 것은 SK엔무브의 상장(IPO)에 실패하면서다. 지난 5월 상장예비심사 사전 협의 과정에서 SK엔무브의 '중복상장' 문제가 불거졌고, 한국거래소가 모회사 주주를 보호할 방안을 보강할 것을 요구했다. ICS 투자 회수를 위해 구주매출 중심의 공모 구조를 짠 것도 부담이 됐다. 결국 SK이노베이션과 SK엔무브 측은 문제를 넘어서기 쉽지 않다고 보고 끝내 상장을 철회했다.

약속한 적격상장 기한이 1년여 남아있긴 하지만 새 정부의 주주 보호 의지가 강한 만큼 다시 증시 입성을 타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ICS 측 지분을 되사오는 고민을 하게 됐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콜옵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ICS와 협의를 통해 거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결국 SK엔무브 기업가치를 어떻게 보느냐다. ICS는 투자 첫해는 배당을 받지 못했지만 2022~2024년 사이 6,000억원 수준의 배당을 수취했고, 작년 지분 10% 매각 대금도 받았다. 나머지 지분 30% 매각가에 회수 성적표가 달려 있다. 반대로 SK이노베이션으로선 직접 나서든 제3자를 앞세우든 최대한 싸게 사오는 것이 유리하다. 아직 구체적인 금액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선 ICS의 SK엔무브 지분 30% 거래 금액이 1조원 미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려면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서 금액 범위에 대한 승인이 먼저 나야 한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25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용호 총괄사장 체제 첫 대규모 의사결정

이번 결정은 그룹 내 구조조정 전문가인 장용호 총괄사장 체제 출범 이후 인수합병(M&A) 관련 첫 대규모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추형욱 대표이사, 장용호 총괄 사장 '투톱 체제'로 리더십을 교체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적자를 내는 등 최근 실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3.4% 급감한 3,155억원에 그쳤고, 올해 1분기에는 446억원 적자를 기록해 유동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인사는 SK그룹이 작년부터 활발하게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업구조 개편뿐 아니라 인적 쇄신을 통해서도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연말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핵심 계열사 CEO가 중도 퇴진하는 게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산하에 다수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 SK그룹의 핵심 중간 지주사다. 심지어 박상규 전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을 이끈 지 아직 1년 반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CEO와 총괄 사장을 분리했다. 기존에 박 사장이 홀로 해오던 역할을 두 사람이 나눠 맡도록 한 것이다. SK그룹이 지금을 얼마나 엄중한 시기로 보고 있는지, SK이노베이션의 위기 극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새 경영진은 계열사 상장보다 리스크 관리와 재무 안정성 회복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경영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SK지오센트릭, SK온 등 2026년 상장을 예고한 다른 자회사들의 IPO 로드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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