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중국의 자국 산업 보조금, 장기 통상 갈등의 불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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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조금 지원, 배터리·태양광 생산능력이 중국에 집중 EU·미국, 고율 관세와 상계 조사로 공급망 편중에 대응 사전 심사제·다자 규율로 구조적 위험 관리 필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 주요국의 통상 갈등은 단순한 관세 분쟁을 넘어 공급망 편중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정 국가에 생산능력이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불균형이 구조적 위험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최근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공급망 쏠림을 해결하지 않는 한 보복 조치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세계 배터리셀의 80%, 태양광 제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기차 수출에서도 40%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불공정 논란을 넘어 공급망 불안의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2023년 중국산 태양광 모듈 현물가격은 공급능력이 수요보다 빠르게 늘며 절반 가까이 하락했고, 2025년 예정된 배터리 설비만으로도 예상 수요의 두세 배를 초과할 전망이다. 이런 과잉은 국제 통상에서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불공정 논란을 넘어선 공급망 리스크
보조금은 오랫동안 ‘불공정 행위’로 간주돼 제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최근의 보복성 조치는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에 대한 대응에 가깝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셀, 웨이퍼 등 핵심 공정에 보조금을 집중하자, 수입국은 자국 산업 피해를 넘어 교통·에너지 인프라와 기후 정책 전체가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나 공급 차질에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EU의 확정 관세, 미국의 전기차·태양광 관세 인상은 이런 편중을 완화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다. 청정 기술 무역을 막으려는 조치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멈춰 있는 상황에서 각국은 상계관세, 반덤핑, 현지 조달 규정, 다자간 잠정상소중재(MPIA) 같은 수단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집중과 과잉이 불러온 무역 충돌
중국의 생산 집중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셀의 80%를 생산했고, 양극재와 음극재 대부분을 차지했다. 태양광 제조 단계에서도 80% 이상을 장악했다. 블룸버그NEF는 2025년 말까지 발표된 리튬이온 셀 설비만으로도 세계 수요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의 통상정책도 이에 맞춰 움직였다. EU는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전기차와 태양광 핵심 부품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고율 관세를 확정했다. WTO는 2024년 상반기 상계 조사 개시 건수가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보조금은 제품 차원에서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였으며, 원재료와 중간재 보조금은 최종 제품 수출 확대로 이어졌다. 기업 차원에서는 보조금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이에 대응한 보복 관세가 효과의 실제 매출 증가분의 약 25%를 상쇄했다. WTO 통계에 따르면 상계 조사 개시는 2020년 56건에서 줄었다가 2024년 상반기 35건으로 반등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각국이 단기 대응보다 장기간 방어 수단을 선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 (a) 연도별 글로벌 AD/CVD 조사 건수, (b) 중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조사 비중, (c) 중국 대상 조사 중 관세 부과로 이어진 비중/AD 조사(빨간 점선), CVD 조사(파란 점선), 전체 합계(초록 점선)
보조금이 보복으로 이어지는 경로
규모 보조금은 자본과 투입 비용을 낮추고, 생산능력을 내수 수요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이 경우 수출 없이는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렵고, 가격은 보조금이 반영된 평균비용 수준까지 하락한다. 이는 반덤핑·상계관세 제도의 피해 기준을 촉발한다.
통상 마찰이 단기간 분쟁을 넘어 장기간 방어 조치로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웨이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특정 국가에서 수출 제한이나 물류 차질이 생기면 다른 나라의 운송, 전력, 탈탄소 계획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국가별 구제 조치, 현지 조달 규정, MPIA 같은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집중 현상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2024년 기준 주요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상위 3개 생산자가 평균 86%를 차지했고, 중국은 전 세계 청정기술 신규 공장 투자액의 75%를 흡수하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보복을 불가피한 위험 관리 수단으로 만든다.

주: (a) 중국 수출기업 전체, (b) 대기업 그룹, (c) 중소기업 그룹/보조금 수혜 기업(빨간 점선), 비보조금 기업(파란 점선)
사전 심사로 위험 줄이는 제도
문제가 공급망 쏠림이라면 사후적으로 관세를 높이기보다 보조금 단계에서 이를 관리해야 한다. ‘보조금 사전 심사제’를 통해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핵심 소재 분야의 대규모 보조금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도록 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생산능력 영향 평가를 실시해 보조금 집행 후 시장 점유율, 생산능력 대비 수요 비율, 주요 교역국의 수입 의존도를 공개한다.
둘째, 예상 수출이 특정 교역국의 임계치를 넘으면 추가 부담금을 부과한다. 이 부담금은 별도 계정에 적립해 공급망 다변화나 전력망 보강에 활용하고, 집중도가 완화되면 환급한다.
안정적인 시장 접근을 위해 상호주의 경매 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다. 투명성과 개방성이 입증된 수출국 기업에는 관세할당(TRQ)이나 상호인정 혜택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주요국은 표준 양식을 채택하고 연간 대시보드를 공개하며, 분쟁은 MPIA로 넘길 수 있다. 발동과 종료 조건이 사전에 공개되면 기업과 정부는 투자 계획을 예측 가능하게 세울 수 있고, 교역 파트너도 임의적 관세 대신 합리적인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 감사인의 데이터 검증이 필요하다. 결과는 WTO 보조금 규정에 따라 통보해야 하고, 최빈개도국에는 면제와 기술 지원을 제공해 자체 대시보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 관련 핵심 프로젝트는 집중 완화 효과가 입증되면 부담금을 줄여 적용할 수 있다.
값싼 수출과 보호주의 논란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값싼 중국산 청정 기술 제품이 기후 대응에 도움이 되는데 왜 차단하느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2024년 중국은 대규모 청정에너지 제품을 수출했고, 낮은 가격이 보급 확대에 기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후 목표 달성이 특정 국가의 생산 집중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공급망 다변화는 보급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오히려 전체 계획이 특정 차질로 중단될 위험을 줄인다.
둘째, 보복이 단순한 보호주의에 불과하고 다른 나라들도 보조금을 준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산업 보조금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고 무역 제한 조치도 늘었다. 그러나 해법은 일부 국가의 자제가 아니라, 모두가 공통 규율을 갖추는 것이다. 투명한 생산능력 평가, 보조금 연계 장치, 예측 가능한 접근 규칙을 다자 틀 안에서 합의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낮은 가격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편중 위험을 줄이고, 장기간 이어지는 보복의 악순환도 예방할 수 있다.
보복의 이면, 공급망 편중이 문제
무역 보복은 증상일 뿐이고, 근본 원인은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망 구조다. 이를 관리하지 않는 한 보복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규모와 학습 효과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정치의 불안정을 키우는 편중 구조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공급망 쏠림에 비용을 매기면 논의는 예측 가능해지고 관리도 쉬워진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icing Dependence: Turning Retaliatory Protection into Rules for the Age of Scale Subsidie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