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올린 中 '슈퍼위크', 인도·러시아·북한과 '反트럼프 연대' 결속 강화

印, 美 고율의 보복 관세에 中과 협력 강화 
오랜 국경 분쟁에도 7년 만에 협력 메시지
푸틴도 알래스카 회담 이후 시진핑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양국 간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두 국가는 국경 분쟁으로 오랜 기간 앙숙 관계로 지내왔지만, 미국이 중국과 인도를 상대로 고율 관세과 무역 압박을 강화하자 관계 개선의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SCO 정상회의와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슈퍼위크’를 통해 인도를 비롯해 북·중·러 삼각 연대를 드러내면서 반서방 세력의 결속을 국제사회에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인도와 중국은 적수 아닌 협력 파트너"

3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톈진 영빈관에서 SCO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를 만나 “양국 간 전략적 소통과 신뢰를 강화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는 적수가 아닌 협력 파트너로 상호 발전이라는 방향 속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인도와 중국은 파트너이지 적수가 아니라는 공동 인식을 확인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체로서 인도와 중국의 협력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국경 분쟁에 관해서도 양국 모두 협력의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지역 국경 분쟁으로 무력 충돌까지 빚으며 수년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시 주석은 "국경 문제가 양국의 관계를 정의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다자 협조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지키고, 세계 다극화와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함께 추동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번영에 공헌해야 한다”고 했다. 모디 총리도 “최근 국경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도는 중국과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양국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국경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모디, 이시바와 만나 10년의 협력 청사진 발표

이처럼 인도와 중국이 관계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압박과 공동 대응 필요성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가 2018년 SCO 정상회의 이후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 역시 미국 견제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인도와 5차례의 무역 협상을 벌였으나 진척이 없자, 지난 7월 30일 일방적으로 25%의 관세를 발표했다. 이어 1주일 뒤에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것에 대한 징벌적 조처로 추가 25% 관세를 발표하며 인도에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고문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강조하면서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면 내일이라도 25% 관세를 철회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도 모디 총리에 네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디 총리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협상 의지에도 불구하고, 키르티 바르단 싱 인도 외교장관은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는 에너지 안보”라며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면 어떤 나라로부터든 에너지를 계속 구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인도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해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미국의 압력에 대응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29일 모디 총리는 SCO 참석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국은 2008년 체결한 ‘안전보장 협력에 관한 공동선언’을 17년 만에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방위 장비 공동 개발과 군비 현대화, 사이버·우주·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 강화, 일본 자위대와 인도군의 공동 훈련 확대 등의 방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국은 경제 안보와 공급망 강화를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향후 10년 간의 협력 청사진을 담은 '공동 비전'을 발표했다. 일본은 인도에 10년간 10조 엔(약 94조5,0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추진하고, 양국은 5년간 인재 교류를 50만 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경제 안전보장 이니셔티브'를 설립해 반도체, 광물, 의약품, 정보통신 등 중점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 차원의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초점을 뒀다"고 해설했다.

열병식에는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사열

러시아도 반(反)트럼프 연대에 동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알래스카 회담’ 후 약 2주 만에 보란 듯이 시 주석과 나란히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카펫까지 깔아주는 파격 대우를 했지만, 휴전은커녕 중·러 간 무제한적인 파트너십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연구원은 “중·러 연대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맞서야 한다는 공통 인식에 기반한다”며 "중·러 밀착을 깨기 위한 트럼프의 시도가 오히려 양국의 밀착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반서방 세력의 결집은 중국 외교의 '슈퍼위크'를 통해 가시화할 전망이다. 올해 SCO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맞서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모디 총리를 비롯해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등 회원국 정상이 참석한 환영 만찬에서 “SCO가 글로벌사우스의 힘을 결집해 인류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톈진 선언’을 통해 향후 10년의 발전 전략을 비준하고, 유엔 창설 80주년 성명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를 겨냥한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3일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은 이번 '슈퍼위크'의 정점으로 꼽힌다. 이 자리에서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 사열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무역 의존도가 높아 그동안 한·미·일에 맞서 북·중·러 삼각 연대 구도로 비치는 것을 경계해 왔지만, 이번 행사에서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CNN은 "이번 슈퍼위크에 중국을 방문하는 해외 정상급 지도자는 30명이 넘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뒤흔들고 무역전쟁을 벌이는 시점에 중국은 안정적이고 강력한 대안적 지도자로 부상할 무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