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춤한 틈 노렸다" 기아, 유럽 시장서 현지 맞춤형 모델 내놓으며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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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판매량 확대 성공한 기아, 현지 생산 늘린다 4분기에도 해치백 등 현지 선호도 높은 신차 출시 유럽서 가격 경쟁력 잃은 中 전기차 업체들, 현지 생산으로 '반격'

기아가 유럽 자동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관세 부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가운데, 유럽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차종을 앞세워 '빈틈'을 파고드는 양상이다.
기아의 유럽 시장 공략
14일(현지시각) 전기차 전문 매체 아레나 이브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기아는 향후 2년 동안 유럽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생산량을 3배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아의 유럽 생산 기지인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은 연간 약 32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초과 근무 시 이 수치는 35만 대까지 확대된다.
기아가 과감한 생산 확대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유럽 시장 내에서 현대차·기아 제품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22년 14만7,799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23년 14만1,868대, 2024년 11만9,710대 등 매년 감소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뒤집혔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9월 유럽 판매량은 12만6,0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7% 증가했다. 월평균 1만4,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현대차·기아는 올해 유럽에서 16만8,000대에 달하는 차량을 판매하며 3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판매량 증가세는 'EV3', '인스터' 등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견인했다. 유럽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크고 비싼 차량보다 품질과 실용성, 가성비를 고루 갖춘 차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탓이다. 지난해 10월 유럽 시장에서 출시된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는 올 들어 9월까지 3만8,207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 전기차 모델 판매 순위 6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EV3는 유럽(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 거리 605㎞를 확보해 실용성을 갖췄고, 각국 보조금 적용 시 4,00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유럽에서 출시된 현대차 인스터(한국명 캐스퍼 일렉트릭) 역시 3,0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올 들어 9월까지 1만9,104대의 누적 판매량을 올렸다.
4분기에도 '유럽 맞춤형 신차' 출시 예정
기아는 올해 4분기에도 신차 4종을 출시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기아 유럽 법인은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스토닉'과 준중형 해치백 'K4', 전기 해치백 'EV4', 전기 SUV 'EV5' 신차 4종의 주요 사양을 잇달아 공개한 바 있다. 기획 단계부터 유럽 고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신차 4종은 4분기 중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부터 순차적으로 판매를 본격화한다.
스토닉은 유럽에서 수요가 높은 B세그먼트(소형) CUV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과 전면 그릴 등에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했고, 파노라마 듀얼 디스플레이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동급 최고 사양을 제공한다. K4는 기아가 유럽에 처음 선보이는 신차로, 차체를 키워 C세그먼트(준중형)와 D세그먼트(중형) 수요를 동시에 공략하는 동시에 유럽인이 선호하는 해치백 형태로 설계했다.
C세그먼트에 해당하는 EV4는 기아가 유럽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최초의 전기차며, K4와 마찬가지로 해치백 모델이다. 패밀리 SUV를 지향하는 EV5는 전기 글로벌 모듈러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C세그먼트 SUV 차급에서 가장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췄다. 81.4㎾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최대 530㎞의 주행거리(AER)를 제공한다.

최대 경쟁 상대 中, 관세에 발목 잡혀
이처럼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대상 관세 부과가 있다. EU는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상계 관세를 매겨 왔다.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 정책으로 가격을 크게 낮춘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기존 10%였던 중국산 전기차 대상 관세율은 17.8~45.8%까지 인상됐다. 유럽 시장을 질주하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현지 시장에서 줄줄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현지 생산 물량을 속속 확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샤오펑(XPeng)은 오스트리아의 위탁 생산 전문 기업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와 손을 잡고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에서 G6와 G9 SUV 모델을 반조립(SKD) 방식으로 생산 중이며, 향후 세단·소형 SUV·하이브리드 모델 등으로 생산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샤오펑의 전략은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유럽 규제에 맞춘 생산 체계를 빠르게 확보하고,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량 진출 모델’로 평가된다.
비야디(BYD)는 유럽 시장을 장기 성장 거점으로 보고 직접 생산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오는 2028년까지 유럽 판매 차량 전량을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다. 단순 ‘관세 회피’를 넘어 유럽 시장 내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에는 BYD 헝가리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착수했으며, 내년에는 튀르키예에 조립 라인이 신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