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통제에서 가격 인상→내수 확장까지, 中 ‘희토류 무기화’ 가속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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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독점국으로 ‘가격 통제력’ 과시
반도체·배터리 원가 상승 경고음
중국 광산업계 흑자 전환 줄 이어

중국이 희토류 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 내부적으로는 주요 광산업체들이 급격한 가격 상승에 힘입어 잇달아 흑자로 돌아서며 낙관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희토류를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묶은 중국의 전략을 단기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산업 주도권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밀수출 단속’ 명분으로 수출 제한 강화
14일(현지시각)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북방희토그룹과 내몽고포두철강연합은 올 4분기 희토류 정광 거래 가격을 세전 톤(t)당 2만6,205위안(약 3,676달러·525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3분기 대비 37% 인상된 수준으로, 2023년 4분기와 비교하면 누적 상승률이 56%를 넘어선다. 이번 실적 발표는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제품의 새 수출 제한 조치를 공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와 사실상 ‘가격 통제력’을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은 지난 7월에도 자국 광산기업 베이팡시투와 바오강강롄을 통해 3분기 정광 거래 가격을 t당 1만9,109위안(약 2,681달러·380만원)으로 인상하며 전년 대비 14% 넘게 끌어올렸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핵심 광물의 대미 밀수출 단속을 공식화하며 “불법 환적과 우회 수출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희토류 수출 통제 단속을 강화한 데 이어 가격까지 직접 인상하면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미·중 갈등이 놓여 있다. 미국은 태국과 멕시코 등 제삼국을 거쳐 중국산 희토류를 우회 수입해 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국의 중국산 안티모니 산화물 수입량은 3,834t으로 지난 3년치 합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5월 직접 단속에 나서며 “민·군 겸용 핵심 광물의 무단 유출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희토류 단가를 대폭 올린 것은 가격 통제와 공급망 통제를 동시에 압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나아가 중국은 이번 조치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을 넘어 장비·기술·조립품 단계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최근 발표된 중국 상무부의 제61·62호 공고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한 제품이나 기술도 모두 수출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사실상 전방위적 공급망 통제 전략으로 해석되며 향후 글로벌 제조업 전반에 걸쳐 가격 상승과 납기 지연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시장에선 미·중 간 통상 협상에서도 중국이 자원 주도권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글로벌 제조업 타격 불가피
중국의 공급망 통제 전략이 구체화하면서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를 비롯해 반도체 장비, 항공기 엔진 등 첨단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이기 때문에 단가 인상은 곧 생산비와 납기 부담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원재료뿐 아니라 장비·기술·조립품까지 통제 범위를 넓히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사실상 ‘허가 없는 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대만 경제부 궁밍신 장관도 “반도체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희토류는 단순 금속이 아니라 합금과 자석 형태로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기 때문에 단가가 오르면 부품 제작부터 패키징 단계까지 간접적인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단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현재 반도체용 재료 재고가 일정 부분 확보된 상황”이라면서도 “수출 통제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심사 지연이 길어질 경우, 당장 4분기부터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였다. 희토류 중 네오디뮴-철-붕소(NdFeB) 영구자석은 고효율 모터의 핵심 부품으로, 희토류 단가 상승분이 바로 원가로 반영된다. 대체재로 언급되는 페라이트 자석은 성능이 낮고, 희토류 저감형 설계는 효율 손실이 커 즉각적인 대체가 어렵다. 이는 곧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높을수록 허가 지연이 납기 변수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대체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호주·캐나다 광산 개발과 정제 공정 투자로 ‘탈중국화’를 추진 중이며, 일본은 자국 내 희토류 가공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채굴부터 정제, 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완전한 자립 체계를 구축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재고 비축과 장기계약 조정을 둘러싼 산업계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금의 희토류 가격 상승은 공급망 재편의 전초전에 해당하는 만큼 기술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비용 압박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핵심자원 보호정책’과 맞물린 내수 중심 산업 전략
다만 이 같은 우려와 비판 속에서도 중국 내부적으로는 낙관적인 기류가 뚜렷하다. 가격 급등의 여파로 주요 희토류 광산업체들이 일제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산업 재편의 촉매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대표 희토류 채굴·정제 기업 레어어스리소스 앤 테크놀로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62.4% 증가한 18억7,000만 위안(약 2억6,000만 달러· 3,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역시 1억6,170만 위안(약 2,268만 달러·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순손실 2억4,441만 위안(약 3,428만 달러·460억원)에서 대반전했다. 회사 측은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의 주된 이유”라고 명확히 밝혔다.
또 다른 주요 채굴업체인 라이징 비철금속 역시 7,249만 위안(약 1,016만 달러·13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적자 구조에서 벗어났고, 셩허리소스홀딩 역시 3억7,690만 위안(약 5,286만 달러·680억원)의 순이익과 13.6%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산업 회복세를 이끌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매출 규모에서는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희토류 시장 가격 전반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그 결과 중국 증시에 상장한 주요 희토류 채굴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36~60% 상승해 본토 CSI300 지수 상승률(14%)을 압도했다.
중국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호실적을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전환 신호’로 해석했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를 반도체·배터리·AI 소재 산업과 동일 선상에서 관리하며 국가 전략자원으로 격상시킨 데 이어 수출 규제와 내수 중심 전략을 결합해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도 구조적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방향성을 굳혔다는 판단에서다. 희토류 산업이 단순한 자원 수출 문제를 넘어 기술·가공·소재 산업을 통합한 중국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을 맞이했단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