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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돈으로 엔비디아칩 사는 오픈AI, ‘순환거래’가 촉발한 ‘AI 버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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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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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투자금이 칩 구매로 회귀
엔비디아·소프트뱅크까지 얽힌 거대 자금망
 '성장 위한 선순환' vs ‘수요 부풀려 버블 확대’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끄는 선두 기업들의 금융 거래 방식이 AI 거품론에 또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GPT 개발업체인 오픈AI와 AI 반도체 개발사 엔비디아, AMD 등의 ‘주고받기식 거래’ 구조가 외형상 매출과 기업가치 등을 부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금을 끌어들이며 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일 뿐이라며 지나친 부정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버블이 아닌 혁신의 과도기라는 반론이다.

오픈AI 초대형 파트너십, 사실상 ‘돌려막기 투자’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오픈AI의 영향력이 애플에 버금갈 정도로 커졌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 이달 초 개발자 회의에서 협력 관계를 맺은 피그마, 캔바, 익스피디아 등의 기업명을 언급할 때마다 관련 기업의 주가가 뛰었다”며 “이는 일부 애플 행사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했으며, 오픈AI가 이제 AI 산업을 넘어 금융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 오픈AI가 AI 인프라에 “수조 달러(trillions)”를 투자하겠다는 목표로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과 대형 파트너십을 발표할 때마다 AI·반도체 관련주가 급등하고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하지만 커진 기대감 만큼 ‘AI 거품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오픈AI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순환 거래(Circular Deals)’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오픈AI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1,000억 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초 AMD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두 거래 모두 AI 인프라 기업이 고객사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빌려주고, 고객사는 그 돈으로 다시 인프라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판매자 금융(vendor financing)’ 성격이 짙다는 지적을 받았다. 언뜻 보기에는 이런 거래로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금이 관련 기업 사이에서 순환하는 돌려막기식 투자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와의 거래를 보면,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면 이 투자금의 대부분은 오픈AI가 다시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이때 순환하는 자금은 양사가 다른 기업과 맺은 거래에도 사용된다. 예컨대 오픈AI는 코어위브에 224억 달러를 내고 AI 데이터센터를 대여하고, 코어위브의 남는 컴퓨팅 파워는 다시 엔비디아가 사들이는 순환 구조다. 이밖에 오픈AI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오라클과 3,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오라클은 해당 시설에 사용될 엔비디아 AI 칩 구매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AI 기술 수익성 입증 전인데, 몸값 5,000억 달러

실제 이 같은 순환 거래는 오픈AI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는 데 일조했다. 미국 투자 자문사 세븐스리포트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5,0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이는 올해 초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을 때 평가받은 몸값인 3,000억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뛴 수치다. 오픈AI의 올해 예상 매출액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문제는 오픈AI가 아직 적자를 내고 있어, 회사의 가파른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는 복잡한 파트너십 생태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AI 올 상반기에만 78억 달러(약 10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욱이 오픈AI는 2029년까지는 흑자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오픈AI의 광폭 행보는 향후 회사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오픈AI는 공익법인(PBC)으로 전환하기 위해 최대 후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15년 비영리 조직으로 출범한 오픈AI는 기존 비영리 단체가 새 공익법인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지배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오픈AI의 주요 투자자들은 회사가 영리법인 전환에 성공하면 공익법인의 지분을 받게 되는데, 지금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MS(지분율 약 30%)가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AI 직원들 약 25%, 오픈AI의 비영리 모회사는 27%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선 엔비디아와의 순환 거래로 인해 오픈AI의 소유 구조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는 총 투자 예정금액 1,000억 달러를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0억 달러씩 투자할 계획이며, 투자 시점의 기업 가치에 맞춰 오픈AI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의 추가 자금 조달로 MS, 소프트뱅크, 스라이브 캐피털 등 주요 투자자들의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AI 버블, 산업 혁신의 촉매" 분석도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복잡한 거래 구조가 AI 수요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어 AI 산업 리스크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AI 수요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드 카스타뇨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투자 사이클이 지속 가능하려면 AI가 투입된 막대한 자본을 정당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AI가 약속한 원대한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은 막대한 돈을 내놨지만, 이 모든 게 어떻게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익 창출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유례없는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오픈AI마저 거품이 껴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트메이슨에서 열린 오픈AI의 ‘데브데이2025’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당장은 일종의 AI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어떤 곳에 과잉 투자하고, 어리석은 회사에 미친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많은 거품과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상황을 AI 버블이 아닌 ‘AI 붐’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시장 분석가 에드 야데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버블 공포 자체가 버블’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버블을 걱정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투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전략가도 며칠 전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서 “시장 버블은 중앙은행이 긴축할 때만 터진다”며 “지금은 그럴 조짐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AI 버블이란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버블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산업 버블은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며 “먼지가 가라앉고 승자가 드러나면 사회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올트먼 CEO도 “AI 버블은 단지 새로운 기술 혁명이 진행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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