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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긴장 고조’에 아시아 통화 5개월래 최대 약세, 주요국 자국 통화 방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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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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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외환시장 불안 심화
역내 중앙은행 방어전 가속화
중국 환율 정책 기조 전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아시아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입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하며,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한 개입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1년 만에 가장 강한 수준으로 고시하며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은 기존의 약세 유도 정책에서 안정적 통화 관리로의 전략적 전환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수출에 민감한 원화·대만 달러 최대 하락

16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통화들의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하는 아시아 통화 인덱스(Asia Dollar Spot Index)는 13일 장중 0.2% 하락한 91.51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5월 9일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이머징 아시아 통화들 중에서도 무역 민감도가 높은 대만 달러(TDW)와 한국 원화(KRW)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가 집계하는 MSCI 이머징 통화(EM Currency) 인덱스도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머징 내 주요 종목들로 구성된 MSIC EM 지수는 장중 2% 하락하며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에 아시아 역내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교역 노출도가 큰 통화들이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맞서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對中) 수출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에는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메시지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해졌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MUFG은행의 로이드 찬 전략가는 "트럼프의 100% 관세 위협에 미중 무역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아시아 시장 전반이 위험회피 모드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원화와 대만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MYR) 등 중국 경제 전망 및 글로벌 교역 동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통화들이 어느 정도 압박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 하락 방어에 분주

이에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은 각각의 방식으로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6일 인도에서는 중앙은행이 루피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역내외 시장에서 달러를 매도(루피화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13일 환율이 1,430원 선을 넘어서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외환 당국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다.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에 대해 우려하며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일본의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도 지난주 엔화가 달러 대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지나친 엔화 약세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면서 “정부는 시장의 과도하고 무질서한 움직임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16일 중국 위안화 기준 환율을 1년 만에 가장 강한 수준에 고시하며 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의 기준환율은 당국이 시장 기대치를 조율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아시아 주요국들의 통화가치 방어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위안화 약세 기조에서 안정적 통화 관리 의지

중국 정부의 이번 환율 개입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온 그간의 기조와 배치된다. 중국은 줄곧 위안화 약세를 노려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 시중에 1조 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것도 위안화 하락을 의도한 것이었다. 시중에 계속 돈을 풀어 위안화 약세를 일으키면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는 상대적 강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서다. 즉 수출 시장에서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더라도 환율 조정을 통해 자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중국의 계산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 주도형 약달러를 통해 자국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꾀하고 있는데,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가 크게 떨어지면 아시아 상품의 달러 표시 수출가격이 낮아져, 미국의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되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중국이 노리는 것도 이 지점이다. 위안화 약세는 무역 시장에서 미국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엔 일석이조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와 달리 최근 중국 정부가 환율 개입에 나서자, 전문가들은 중국이 위안화 약세로 얻는 무역적 이익보다 금융시장 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과 위안화 국제화 정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의지가 강화됐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ING의 린 송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은 환율 안정화를 더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자본 유출 압력 완화와 안정적인 외환 환경 조성이 해외 투자 확대와 무역 결제 활용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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