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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신용등급 강등 ‘3연타’ 맞은 프랑스, 대응 지연 시 국가 부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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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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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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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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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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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평가사들, 프랑스 재정 위기 여전
일반정부 부채, 올해 116.5%로 확대
재정 건전성·경기 부양 사이 딜레마

세계 3대 국제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 등급을 AA-에서 A+(다섯째로 높은 등급)로 한 단계 하향했다. 또 다른 국제 신용 평가사인 피치(Fitch Ratings)와 DBRS모닝스타도 지난달 프랑스의 신용 등급을 한 단계 내리는 등 프랑스는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처지가 됐다. 잇따른 신용등급 하향은 프랑스가 유럽 재정의 '약한 고리'로 다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피치 이어 S&P도 프랑스 신용등급 하향 조정

20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17일 프랑스 정부가 내년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이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신용 등급을 내렸다. S&P는 높은 불확실성의 사례로 프랑스 정부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연금 개혁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꼽았다. 극심한 정국 혼란 속에 깜짝 사임 후 재임명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대선까지 연금 개혁을 유예함으로써 정부 붕괴를 막는 길을 택했다.

S&P는 애초 내달 28일 프랑스 신용등급 재평정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한 달 이상 앞당겼다. S&P는 종전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강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지만, 연금 개혁 중단 발표가 결정을 앞당기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S&P는 기존 일정을 벗어난 데 대해 "최근 프랑스 의회 내 연속된 (정부) 불신임 투표가 프랑스 공공 재정 건전화를 지연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S&P는 국내총생산(GDP)의 5.4%인 올해 일반정부 재정적자 목표는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당한 추가 재정적자 축소 조치가 없다면 전망 기간의 재정 건전화 속도는 이전 전망보다 더 느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 활동과 민간 소비를 저해하고, 나아가 경제 성장을 저해해 프랑스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S&P의 이번 결정으로 프랑스는 한 달 사이 잇따라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처지가 됐다. S&P에 앞서 피치도 지난달 프랑스의 등급을 ‘AA-’에서 ‘A+’로 낮췄다. A+는 독일·네덜란드(이상 AAA)·핀란드·오스트리아(이상 AA) 등 다른 유럽 선진국이나, 한국(AA-)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달 글로벌 4위권 신평사로 분류되는 모닝스타도 프랑스의 등급을 ‘AA(high)’에서 ‘AA’로 하향했다. 3대 신평사 중 한 곳인 무디스(Moody’s)는 오는 24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디스 역시 신용등급 강등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프랑스 국가부채 심각, 5년 후 그리스 수준 근접

현재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5일 발표한 재정 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프랑스의 GDP 대비 정부 부채(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116.5%를 기록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129.4%까지 상승해 그리스(130.2%)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1995년 GDP 대비 55.8%에 불과했던 부채 비율은 2000년대 초반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서 부채 비율은 66.8%까지 치솟았다. 이후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부채는 매년 불어났고, 2010년대 중반에 이미 GDP 대비 90%를 넘어섰다.

더욱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전국적인 봉쇄조치와 의료 시스템 확충, 고용 유지 지원금, 기업 보조금 등 정부가 쏟아부은 막대한 재정 지출은 단 1년 만에 부채 비율을 98%에서 114.8%까지 급등시켰다. 이는 프랑스 재정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의 증가였다. 이후 일부 긴축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까지 부채 비율은 109.7% 수준을 유지했고, 2025년 1분기에는 다시 114.1%로 상승하며 유로존 평균인 88%를 크게 상회했다.

팬데믹·복지 지출·우크라이나 지원 등 삼중 압박

프랑스의 부채 확대는 단기적 충격과 장기적 구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단기적으로는 팬데믹이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줬지만, 그 이전부터 프랑스는 과도한 복지 지출 구조, 경직된 재정 지출, 세입 확충 지연 등으로 인해 이미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안고 있었다. 이러한 취약한 재정 기반 위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수십억 유로 규모의 돈을 쏟아부었는데, 이는 경기 침체를 완화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부작용을 남겼다.

이런 상황 속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는 부채 상환 부담을 한층 높이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는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이자 비용이 낮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부채 이자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프랑스의 국채 이자 비용은 530억 유로(약 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불과 몇 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자 지출이 교육·보건·사회복지 등 필수 부문의 재정 여력을 압박한다면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경기 회복과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긴축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자니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고, 반대로 확장 재정을 지속하면 부채 누적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자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재정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향후 유럽연합(EU) 차원의 재정 규율 개혁이나 금융 시장 신뢰 확보 과정에서 프랑스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정부가 경기와 재정의 균형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가 부도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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